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헴은 작년 봄, 독립 제작자와의 협업에 포커싱하는 리미티드 디자인 플랫폼 헴 엑스(HEM X)를 새롭게 론칭했다. 소위 ‘창의적인 온실(creative hothouse)’을 지향하며, 사람들의 일상을 즐겁게 가꾸고 신선한 영감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고자 전 세계의 엄선된 큐레이터, 아티스트 및 디자이너와 함께하기로 한 것.
모던 디자인 리뷰를 비롯해 스웨덴의 실내 장식 집단인 어레인징 띵즈(Arranging Things)가 전도유망한 스웨덴의 예술가들과 독립 제작자를 큐레이션했다. 이들 덕분에 수집 가능한 다채로운 오브제가 탄생했다. 재능 있는 창작자들을 꾸준히 발굴해 온 헴의 설립자이자 CEO인 페트루스 팔메르(Petrus Palmér)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제작자와 개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는 거대 브랜드에 비해 제조와 공급 면에서 제한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들이 보다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어레인징 띵즈의 공동 창업자인 리사 밀버그(Lisa Milberg)와 레오 포셀(Leo Forssell)은 “헴 엑스를 통해 좋아하는 디자이너와의 한정판 시리즈를 작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쁩니다. 우리는 기술력은 물론이고 미래지향적인 사고와 표현력, 디테일 추구, 그리고 다소 괴짜 같은 특이한 사람들을 좋아합니다.”라고 취향을 전했다.
어레인징 띵즈는 다음의 영 탤런트들과 한정판 작품을 선보였는데, 각각 디자이너의 서명과 번호를 부여해 특별함을 더했다. 먼저, 1991년생 스웨덴 출신인 라스무스 노스브링(Rasmus Nossbring)은 예술, 디자인과 공예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리 조각가다. 그는 200년 이상 된 수제 유리 제조사 레이뮈레 글라스브루크(Reijmyre Glasbruk)에서 전통 유리 제작 교육을 받았으며, 이후 스웨덴 아트스쿨 콘스트팍(Konstfack)에서 수학했다. 그가 헴 엑스를 위해 고안한 ‘모뉴먼트(Monument)’ 시리즈는 얼음처럼 매끄러운 광택이 매력적인 오브제로, 장난스럽고 초현실적인 작가의 표현력이 돋보인다.
스웨덴 북부 출신인 리사 라이서(Lisa Reiser)는 2018년 스웨덴 디자인 대학인 벡만(Beckmans)을 졸업하고, 스몰란드(Småland)에서 소형 유리, 세라믹과 금속 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 라이서(Studio Reiser)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자유분방한 상상 속에서 시작된 핑크빛 유리 조형물 ‘몰룬(Moln)’은 스웨덴어로 구름을 뜻한다. 구름과 같은 동글동글한 형태를 만들고자 오래된 파이프에서 잘라낸 용접링으로 만든 금형을 활용했다. 여기에 유명 글라스 블로워인 피터 쿠친케(Peter Kuchinke)가 일일이 불어 만든 유리를 미러 마감 처리해 거울보다 더 반짝반짝 빛난다. 작고 귀여운 형태에 강렬한 시각적 임팩트를 지니는 몰룬은 어느 공간에서나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톡홀름 기반의 요나탄 닐손(Jonatan Nilsson)은 2017년 벡만 디자인 대학을 졸업한 후 현재 자신의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2019년 엘르 데코 스웨덴의 올해의 영 디자이너로 선정된 바 있는 요나탄은 사물의 보편적인 기능에서 나아가 더욱 정교하고 표현적이며 혁신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자신감 넘치는 스테이트먼트 디자인의 ‘파워 플린스(Power Plinth)’는 레진으로 덮인 스티로폼과 미러 아크릴 시트를 소재로 은빛의 청키한 형태가 특징이다. 테이블, 받침대이자 오브제로 다재다능하게 활용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다. 헴 엑스는 지난 4월 5일 경계 없는 창작 활동을 펼치는 두 명의 크리에이터와 함께한 신규 컬렉션을 야심 차게 공개했다. 유리 예술가이자 글라스 블로워로 스몰란드의 국립 유리 학교 및 스톡홀름의 콘스트팍에서 공부하며 꾸준히 유리에 전념해 온 실리에 린드럽(Silje Lindrup)은 이번 헴 엑스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단 12개만 한정 판매하는 ‘스펙쿨로 벽 시계(Speculo Wall Clock)’를 소개했다. 시계는 핸드 블로운한 유리에 은 도금한 것으로 시간이 흐르듯 시계도 같이 흘러버릴 것 같은 재미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시계의 공예적 아름다움은 잠시나마 사람들을 디지털 환경에서 벗어나도록 이끈다.
마지막으로, 스톡홀름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레오 에클런드(Leo Eklund)는 콘스트팍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기하학과 컬러에 특별한 관심을 지닌다. 주요한 낙서라는 의미의 ‘메이저 스크리블(Major Scribble)’은 빨간색 혹은 파란색 래커를 칠한 길이 90cm의 거대한 연필 조각으로, 1980년대의 향수를 자아낸다. 또 어디에나 편리하게 걸어둘 수 있도록 키 홀을 제공하는 점이 흥미롭다. 공간 속에 뜬금없이 걸어 둔 연필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디자인으로 유쾌한 무드를 전파할 예정이다.
글 유승주 객원 필자
자료 제공 H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