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행인의 주목을 받기 위해 본관을 양옆의 건물보다 안쪽에 배치하고 별관을 앞에 내세움으로써 자신들의 여러 취미를 중추로 공간을 입체적이고 기능적으로 활용했다. 별관 덕분에 바깥에서부터 커피 향을 풍기는 TMH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2층 공간.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의 오디오를 전시하고 그에 어울리는 사운드를 제작하거나 큐레이션 하여 들려주는 2층은 장기찬과 홍성현의 음악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깊이 있게 구현한 곳이다. 삶의 즐거움인 취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약진하는 취미 부자 디자이너들과 함께 TMH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INTERVIEW 장기찬 디자이너, 홍성현 디자이너
TMH 디렉터, 실장
TMH를 이끄는 두 취미 부자의 소개를 듣고 싶습니다.
장기찬(이하 기찬) 저는 전공이 제품 디자인인 점과 달리, 현대 백화점 인테리어 팀에서 20년간 일했습니다. TMH에서는 전반적인 디렉팅과 오디오 및 가구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특히 오디오에 남다른 애착이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취미 활동이 한정적인 환경이어서 늘 라디오와 함께했던 게 시작이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라디오로 듣는 음악을 좋아하게 됐고 20대가 되면서 외제 오디오에도 자연스레 빠지게 됐습니다.
홍성현(이하 성현) TMH에서 매장 운영, 로스터 및 바리스타, 음악, 전시 기획을 맡고 있고 시각 디자인을 전공해 그래픽 디자이너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저도 음악에 관심이 많지만 실은 커피에 먼저 눈떴습니다. 제가 커피를 처음 접했을 때는 바리스타가 지금처럼 자유분방한 느낌의 직업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하얀색 셔츠, 검은색 슬랙스에 구두까지 갖춰 일했던 적이 많았죠. 그럴 때마다 저 자신으로부터 너무 진지해지는 모습을 접하게 돼서 자아 정체성에 혼란을 받게 됐어요. 제 상황을 알고 있던 지인의 추천으로 디제잉을 배우게 됐는데 내면의 응어리를 터뜨리기에 제격이더라고요. (웃음)
TMH는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라고 알고 있는데 왜 그런지 이해가 되네요.
기찬 TMH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음향기기를 유통하는 ‘㈜디앤오’를 모회사로 하고 있어요. 오디오를 기반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에디토리Editori’, 수입 오디오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어 플랫폼A Platform’을 운영하는 ㈜디앤오의 대표님은 저처럼 심각한 오디오광이어서 자체 스피커 브랜드까지 관심 두곤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제가 합류해 ‘TMH audio’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TMH audio 618 S’를 첫 제품으로 상품화하게 됐어요. 오랫동안 목공도 배워 가구 ‘TMH funitures’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TMH의 오프라인 공간까지 마련한 이유는 오디오, 가구, 커피에 대한 저희의 취미를 공유하고 싶은 목적이 컸습니다. 공간을 카페처럼 기획하다 보니 성현 실장님 덕분에 자체 제작한 커피(TMH coffee), 음악(TMH music)까지 선보일 수 있게 됐죠. 현재 TMH에는 TMH audio 618 S, TMH audio 618 M이 건물 곳곳에 전시해 판매하고 있고 TMH audio 618 L, TMH audio 618 XL은 프로토타입으로 진열되어 있어요. 따뜻하고 편안한 빈티지 사운드가 특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뚫린 창은 적지만 답답해 보이지 않는 흰색의 파사드, 합판으로 이뤄진 몇몇 공간 요소는 내부의 톤 앤 매너와 이어져요. 근데 각 층을 비교해보면 조금씩 다른 것 같아 다채로워 보입니다. 각 층의 공간에 대해 짚어줄 수 있을까요?
기찬 입구로 향하기 전에 건물 턱, 즉 1층 바닥의 높이에 주목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건물에 들어서는 동선에서 외관을 바라볼 때의 시야에 재미를 주고자 1층을 지상에서 약 400mm(계단 3칸 높이) 정도 높였기 때문이죠. 이 턱은 커피 마실 때 벤치처럼 활용합니다. 턱 사이에 있는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주문하는 곳까지 가는 과정에서 별관과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천장도 바닥처럼 높여 실제 공간이 넓지 않음에도 답답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설계했어요. 1층의 내부는 목재로 만든 TMH audio와 어색해 보이지 않도록 톤을 맞췄어요. 오디오 만드는 데 쓰인 나왕 합판을 벽체와 집기의 주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각층의 천장에 음향의 난반사를 흡수해 주는 음향 판넬이 있어 음악의 울림을 자연스럽게 했어요. 디제잉 장비까지 설치해놨으니 자유롭게 이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2층은 저희가 기획하는 음향기기 전시를 선보이는 곳이라 가장 중요한 공간이기도 해요. 이곳은 창문이 건물 뒤쪽에, 소방법상 필요한 소방관 진입로가 앞쪽에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건물 정면에 창을 너무 많이 만든다면 건물 외관이 주목받지 못하고, 전시하는데 필요한 연출 조명의 사용에 문제가 될 것 같았어요. 더불어 디자인적인 요소를 많이 더해 공간을 구성한다면 음악과 오디오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것 같아 원목 의자, 전시할 제품만 두어 미니멀하게 구현했습니다.
3층은 처음에는 사무실과 사운드 청음 공간으로 사용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올라온 적이 많아 이제는 음료를 마시면서 TMH audio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만 운영하고 있답니다. 알록달록한 가구들과 작은 테라스가 있는 게 특징이죠.
TMH에게 커피는 음악과 오디오만큼 중요해서 빠질 수 없어요.
성현 TMH coffee의 블렌딩 방식을 개발할 때 사람들의 생활패턴과 음악을 관련지어 생각했어요. 대부분의 사람은 주말이 지나가지 않았으면 하고 월요일을 증오하잖아요. (웃음) 그들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기 위해 ‘먼데이 오프Monday Off’를 만들었어요. 새로운 한 주를 반기고 싶지 않은 일요일에 차라리 마음을 가라앉히고 푹 자라는 뜻으로 ‘선데이 슬립Sunday Sleep’도 생각했죠. ‘썰즈데이 블루지Thursday Bluesy’는 요일별로 장르를 정해 음악 듣는 제 취향을 반영한 블렌딩 원두예요. 목요일에는 블루스적이고 잔잔한 음악을 많이 들어서 만들게 됐네요. 지금은 3가지의 블렌딩 원두만 있지만, 앞으로 4개의 나머지 요일들도 반영한 원두들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TMH의 공간이 어떻게 발전하길 바라나요?
기찬 저희가 취미로 여기까지 달려온 이유는 취미에 대해 처음 느꼈던 설렘과 흥분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사람들도 TMH를 떠올리면 재미를 느끼며 기대했으면 합니다. 요즘 TMH는 몇 가지의 전시와 곧 출시할 자체 오디오, 가구를 준비하고 있어요. 가구는 산업 디자이너 송봉규의 브랜드 ‘BKID’와 협업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녹다운 방식*의 가구라 기성의 가구와는 다른 재미가 있는 물건입니다. 올해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녹다운 방식 – 자동차, 기계 따위를 부품이나 반제품의 형태로 수출하고 현지에서 조립하여 판매하는 방식
글 김민서
자료 협조 TM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