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3

사우디아라비아에 생기는 퐁피두 센터

문화 외교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근 적극적인 미래 도시 계획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을 문화 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Le Monde)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퐁피두 센터 분관 유치를 위해 퐁피두 센터와 1년에 200만 유로 상당의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있다고 한다. 협업으로 완성될 분관의 이름은 '퍼스펙티브 갤러리(Perspective Galleries)'가 될 것이며,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에 있는 알울라(AlUla)의 나바테안(Nabataean) 문명 지역에 건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건축은 레바논 출신으로 현재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나 고트메(Lina Ghotmeh)가 맡았다. 계약을 진행하는 퐁피두 센터는 전시 기획과 작품 대여를 위한 5년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으로 알려졌다.
출처: artnet 홈페이지

사우디아라비아의 퐁피두 센터 분관은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문화적 외교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아직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중동 문명과 현대미술의 만남으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유적지로 찾아들 것으로 보인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룰라 왕립 위원회는 예술가와 창작자를 위한 인큐베이터가 될 빌라 헤그라(Villa Hegra)에 대한 계획을 선보이며 문화 예술 산업의 발전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렸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분관을 세우는 퐁피두 센터는 어떤 곳이길래 사람들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출처: wikipedia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는 1977년에 문을 연 복합문화센터이다. 프랑스 파리 제4구에 위치한 이곳은 7만점이 넘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유럽 현대 미술관 중 최대 규모이며,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직접 주관하는 20여 회 이상의 전시회와 더불어 음악, 공연, 춤, 연극, 퍼포먼스,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 페스티벌 등이 열리는 것은 물론이고 다수의 현대 예술 서적과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무료 도서관, 아이들을 위한 갤러리와 아틀리에, 청소년들을 위한 스튜디오 등이 있어 볼거리가 풍성한 미술관으로도 유명하다. 덕분에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에 이어 파리에서 세 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퐁피두 센터가 유명한 이유는 건물의 디자인도 한몫한다. 수십 년간 파리 시민들에게 신선한 식재료를 제공하던 시장이 사라지고 생겨난 건물은 그 당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한 디자인이었다. 강철 소재의 건물 위에 내부에 있어야 할 배수관과 가스관, 통풍구 등이 밖으로 노출되어 있어 파격적이었다. 이는 자그마치 6년 동안 설계 및 건설된 결과물이며, 이 건물을 설계한 이들은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으로 불리는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와 빛의 건축가로 불리는 렌조 피아노(Renzo Piano)다. 퐁피두 센터는 건축계의 거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설계한 유일무이한 디자인으로 20세기 현대 건축물의 상징적인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출처: centre pompidou metz 홈페이지

퐁피두 센터는 전 세계 곳곳에 분관을 만들어 사람들이 어디에서나 퐁피두 센터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파리 본관에 비하면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각각 분관이 가지고 있는 개성 넘치는 건축물 디자인과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그곳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분관들 중 가장 처음으로 만들어진 곳은 프랑스 동북부에 위치해 있으며 파리에서 차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메츠에 설립된 ‘퐁피두 메츠 센터(Centre Pompidou-Metz)’다. 퐁피두 센터가 문을 연지 33년 만인 2010년에 문을 연 이곳은 예술의 지방 분산화를 위해 설립되었다. 이곳 또한 본관 못지않은 독특한 건축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설계는 일본 건축가 시게루 반과 프랑스 건축가 장 드 가스틴(Jean de Gastines)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모자를 연상케하는 구조는 본관과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기에 충분하다.

출처: centre pompidou metz 홈페이지

퐁피두 메츠 센터의 장점은 파리뿐만 아니라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와 같은 주변국과도 가깝다는 지리적인 특성에 있다. 이를 통해 문화 예술의 교차로가 되기를 바라는 퐁피두 센터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와 더불어 퐁피두 메츠 센터는 대중들이 어려워하는 현대미술을 보다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미술의 대중화를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처: wikipedia

그다음으로 화제가 되는 끄는 분관은 퐁피두 센터가 처음으로 프랑스를 벗어나 해외로 확장을 시도한 퐁피두 센터 말라가(Centre Pompidou Málaga)다. 2015년 안달루시아의 말라가 시에 설립된 이 분관은 가능한 한 많은 대중이 퐁피두 센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유리 소재로 이루어진 알록달록한 큐브 조형물이 이곳을 대표하고 있다. 퐁피두 센터의 20세기와 21세기 컬렉션 중 약 100점의 작품이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기 때문에 스페인을 찾는 이들에게 다양한 문화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원래 이 공간은 5년 계약으로 설립되었기에 2020년에 문을 닫을 예정이었지만, 사람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5년 더 연장된 2025년까지 문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출처: wikipedia

이 밖에도 퐁피두 센터는 2018년부터 벨기에 브뤼셀 시 및 카날(KANAL) 재단과 10년 동안 구조적 파트너십 계약 체결을 통해 벨기에 분관인 카날-퐁피두 센터(Kanal-Centre Pompidou)를 운영하고 있다. 시트로앵의 오래된 공장을 개조해 만든 이 문화공간은 브뤼셀을 홍보하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어 아시아에서는 2019년에 상하이에 퐁피두 센터 x 웨스트 번드 미술관(Centre Pompidou x West Bund Museum)이 세워지며 화제를 모았다. 이는 중국과 프랑스의 성공적인 문화외교의 결과물로 알려져 있다.

출처: centre pompidou 홈페이지

이어 퐁피두 센터는 한국에도 분관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국내 예술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미술관의 분관이 한국에 설립된다면 세계적인 화제를 모을 것이 자명하기에, 도시 별로 유치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현재 분관 유치에 힘을 쓰는 도시는 인천과 부산이다. 이를 위해 각 시의 시장들과 퐁피두 센터 관장인 로랑 르봉(Laurent Le Bon)과 만나는 자리가 각각 만들어졌으며, 분관 설립 및 파트너십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출처: wikipedia

하지만 퐁피두 센터 분관은 유치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퐁피두 센터가 제시하는 건축 비용, 전시 기획 비용, 브랜드 로열티 등의 가격이 높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퐁피두 센터 말라가의 경우 말라가 시가 작품 컬렉션 전시와 브랜드 로열티 명목으로 매년 100만 유로를 퐁피두 센터에 지불하고 있으며, 상하이의 경우 웨스트 번드 미술관 측이 수천억 원의 건축비, 임대료 외에 수십억 원을 전시 기획 비용으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관 유치가 된다면 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에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박민정 객원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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