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디자인 어워드의 주최는 독일 디자인 협회(German Design Council)로 1953년부터 디자인 브랜딩 및 혁신 분야의 커뮤니케이션과 지식 공유를 위한 세계 최고의 역량을 쌓아 올린 기관으로 입지를 굳혔다. 독일 디자인 협회는 젊은 디자이너의 국제적 육성 지원 및 멤버십을 통해 글로벌 디자인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전세계 네트워킹 구축에 기여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의 담론을 촉진하여 세계 경제에 중요한 촉매제가 되고 있다. 현재 350개 이상의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독일 디자인 어워드의 하이라이트인 ‘신인상(Newcomer of the Year)’은 독일 디자인 협회가 신진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이 신인상은 창의적인 재능으로 주목 받는 젊은 디자이너에게 수여하는 특별한 상이다. 독일 디자인 어워드를 후원하는 도이치텔레콤은 올해도 총 2만 5천 유로 상당의 상금을 지원한다. 신인상 수상자에게는 만 5천 유로의 재정적 지원 외에도 국제적인 홍보 효과와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독일 디자인 위원회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액세스할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다. 해당 신인상은 대학 기관 및 독일 디자인 위원회 측에서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독일 디자인 어워드의 국제 심사위원단은 파이널리스트 5명을 선정한 후 신인상을 발표하며, 모든 결선 진출자들에게 디자인 산업의 주요 책임자들과의 미팅을 주선하고 독점적인 이벤트를 통해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 산업사회의 지속 가능한 변화는 어떤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던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사고 방식과 경제 모델, 신소재가 필요할까. 오늘날 우수한 디자인이란 그 어느 때보다 시대의 과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순환적 모델을 통해 사고를 촉진하며, 행동적 디자인에서 시작해서 더 나은 세상으로의 비전을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로는 작은 변화나 아이디어가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때로는 비지니스 모델 전체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독일 디자인 어워드는 모든 부분의 디자인 트렌드를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게 한다. 올해 신인상의 영예는 토비아스 트뤼벤바허(Tobias Trübenbacher)에게 돌아갔으며 나머지 4명의 파이널리스트로는 카타리나 뒤잉(Katharina Düing), 파울라 카일홀츠(Paula Keilholz), 안나 코프만(Anna Koppmann), 팀 쉬체(Tim Schütze)가 있다. 또, 파울라 쉐어(Paula Scher)가 ‘올해의 인물(Personality of the Year)’로 선정됐고, 관객상(Public Choice Award)은 코흐슈트라세 에이전시(Agency Kochstrasse)의 프로젝트인 ‘크리에이티브 리벨즈 NFT 콜렉션(Creative Rebels NFT Collection)’에게 수여됐다. 크리에이티브 리벨즈 NFT 컬렉션은 위기에 처한 지역의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선 프로젝트로 젊은 크리에이터들에게 9595개의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을 발행 하도록 요청했다. 이 디지털 아트워크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창의성, 자유, 평등을 아우르는 멀티 젠더 캐릭터를 탄생시켜 대중에게 정서적인 감동을 선사했다.
신인상
Newcomer of the Year
신인상의 주인공 토비아스 트뤼벤바허는 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디자인을 지향하며 생태 문제와 글로벌 이슈에 대한 새로운 솔루션 개발에 중점을 두는 제품 디자이너다. 1996년생인 트뤼벤바허는 뮌헨과 베를린의 예술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2021년 졸업 후 슈테펜 케를레(Atelier Steffen Kehrle)에서 인턴으로, 스튜디오 마크 브라운(Studio Mark Braun)에서 주니어 디자이너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콘스탄틴 그리치치 디자인(Konstantin Grcic)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의 디자인을 통해 생산 및 소비 습관을 변화시켜 지속 가능하고 실천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비전을 더 포괄적인 맥락에서 구체화하기 위해 그는 2022년 10월부터 뮌헨 공과대학교 건축디자인 학과 석사 과정에서 제품 디자인과 대규모 건축 또는 도시 디자인 간의 인터페이스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재료를 더욱 능숙하게 다루고, 인위적인 생산 시스템과 재활용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을 도출하는 게 트뤼벤바허의 연구 목적이다.
| 파필리오(PAPILIO) 프로젝트
그동안 트뤼벤바허가 발표한 프로젝트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빛’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2021년 디자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파필리오(PAPILIO) 프로젝트>를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꼽았다. 파필리오 프로젝트는 독일의 여름철 하룻밤 사이 약 12억 마리의 곤충이 도시의 가로등 때문에 죽는 빛 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가로등이다. 적외선 모션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사람이 지나갈 때만 켜지고, 조명의 색온도가 2800K로 부드럽게 설정되어 곤충의 생활 습성에 교란을 덜 일으키는 원리다. 또한 도심 환경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공기 흐름을 에너지로 전환 및 저장하여 고가의 지하 전기 설비 없이 자체적인 충전이 가능하다.
실제로 베를린의 시내 여러 곳에 설치한 결과, 최대 12볼트의 전기를 생산했다고 한다. 이 스마트한 가로등은 조명에 필요한 에너지를 풍력 로터를 통해 기후 중립적인 방식으로 생성하는 한편,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조명이 다시 꺼지는 방식으로 점점 더 심각해지는 빛 공해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 MEAL-WORM AS MEAL_NORM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 트뤼벤바허는 슈퍼푸드 밀웜(mealworms)을 재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에 따르면 이 밀웜은 영양가가 높고 물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으며 최소한의 공간 및 자연 환경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또한 밀기울(wheat bran)과 같은 산업 폐기물로도 쓰일 수 있어 자원 보존 및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모두 훌륭한 슈퍼푸드라고 설명한다. 곤충은 우리의 식문화에서 이질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트뤼벤바허는 이동식 푸드트럭을 개발하여 사람들에게 곤충 음식과 그 효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우리 사회에 곤충 소비를 정착시키고자 한다.
올해의 인물
Personality of the Year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파울라 쉐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1991년부터 국제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펜타그램(Pentagram) 뉴욕 지사에서 최초의 여성 파트너로 일하며 다양한 고객층을 위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사인보드, 패키징 및 출판물을 개발했다. 쉐어의 작업은 도전적인 심플함으로 많은 무명의 브랜드를 상징적인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퍼블릭 시어터(Public Theater),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쉐이크 쉐이크(Shake Shack), 시티은행(Citibank),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티파니앤코(Tiffany & Co), 하이라인(High Line)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그녀의 독자적인 아이덴티티 시스템 개발은 현대 브랜딩의 초석이 되었다. 쉐어는 기존의 디자인 규율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재정의하여 신선하고 독특한 미학이 특징인 새로운 디자인 벤치마크를 설정했다. 독일 디자인 어워드 2023 심사위원단은 이러한 쉐어의 평생에 걸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올해의 인물상을 수여했다.
쉐어는 내셔널 디자인 어워드, D&AD 특별 대통령상, AIGA 메달 등 수백 여개의 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으며, 그녀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쿠퍼 휴잇 국립 디자인 박물관, 의회 도서관,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 등 다양한 기관의 영구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쉐어와 그녀의 작품세계는 넷플릭스 시리즈 ‘앱스트랙트: 디자인의 미학’ 다큐멘터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글 김정아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독일 디자인 어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