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7

태국 방콕에서 만나는 ‘한나와 토끼’

김한나 개인전 'RABBITIVITY'
'한나와 토끼'의 일상을 다룬 회화로 주목 받아 온 김한나 작가의 해외 첫 팝업 전시가 태국 방콕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아트 콘텐츠 기획사 (주)리우션이 운영하는 온라인 아티스트 콘텐츠 스토어 '이모먼트'가 기획했으며, 태국 현지 ㈜디애름THE AREAM Co., Ltd.과의 협업으로 K-아티스트를 태국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프로젝트이다.
Rabbit Only, 2023, oil on canvas, 91x72.8x3.9cm

태국 방콕에서의 첫 번째 팝업 전시

김한나 작가의 태국 첫 개인전의 제목은 〈RABBITIVITY〉. 토끼의 영문 ‘Rabbit’과 활발한 움직임을 뜻하는 단어 ‘Activity’를 합성하여 붙였다. 독특한 전시 제목을 통해서는 그간 국내 위주의 활동에서 나아가 해외 전시와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자 하는 작가의 진취적인 다짐과 향후 계획을 엿볼 수 있다. 오는 2월 23일부터 3월 26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태국 방콕의 중심가 전승기념탑 인근에 자리한 스페이스 하루(Space Ha:ru)에서 열린다. 신작 유화 24점을 포함해 다수의 드로잉 작품과 구작 일부도 함께 살펴 볼 수 있다. 

(왼쪽) 친절한 잔디밭, 2023, oil on canvas, 52.8x40.7x1.9cm (오른쪽) 이불에 숨은 양말 찾으러 가기,2023,oil on canvas,53x33.2x1.9cm
토끼 근처, 2023, oil on canvas, 65.8x91x3.9cm

한나와 토끼 그리고 먼지 기록자

김한나 작가에게 토끼는 단순한 작업 소재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녀의 절친한 친구이자 내면을 지탱하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작가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함께 지내는 토끼와의 일상을 작품 속에 기록해왔다. 과거의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이들은 짧은 첫 만남 이후 원인 모를 강렬한 끌림을 느끼며 서로를 갈구하며 찾아 다닌다. 도망쳐야 하는 위기와 위장술로 숨어야 하는 고비를 넘긴 뒤, 한나와 토끼는 끝내 재회한다. 그제서야 비로소 이들은 안정감을 느낀다.

두 번째 베개, 2023, oil on canvas, 130x97.1x4.1cm
잘 보이는 과정, 2023, oil on canvas, 116.5x91x4cm

반면 최근 작가가 선보이는 한나와 토끼는 과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두려움, 불안감, 긴장감이 엄습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일상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안정감 그리고 서로를 지지하는 따뜻함만이 가득하다. 작가는 먼지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촘촘한 일상을 기록하고 보관한다. 그녀의 손 끝에 탄생한 한나와 토끼는 이제 먼지 기록자이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점차 서로를 닮아간다. 1년 내내 따뜻한 계절이 이어지는 태국은 그런 점에서 ‘한나와 토끼’를 보여주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여유로움과 따뜻함 그리고 일상의 편안함으로 가득할 작가의 첫 해외 팝업 전시가 기대되는 이유다. 

Mini Interview

리우션 공동대표

신지현, 유정화

리우션 공동 대표 신지현(왼쪽), 유정화(오른쪽)

Q. 리우션의 해외 첫 팝업 전시의 무대로 태국 방콕을 선택했어요. 최근 방콕 디자인 위크, 방콕 비엔날레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은 바 있는데, 방콕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리우션이 태국 방콕을 해외 첫 팝업 전시로 결정한 건 비즈니스 방향을 전환한 결과입니다. 2018년 설립한 (주)리우션은 그간 사업을 보수적으로 계획하고 진행해 왔는데요. 매출이 예상되는 아트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하며, 프로젝트의 매출을 검증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리우션이 온라인 아티스트 콘텐츠 브랜드인 ‘이모먼트’를 론칭하고, 팝업을 진행한 것 또한 아티스트 전시라는 형태가 수반해야 하는 오프라인 공간과 매출을 검증 없이 지속하는 것이 사업적 측면에서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외 팝업은 국내에서 매출 및 성장 가능성을 어느 정도 검증한 프로젝트를 해외로 옮기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모색하기 위한 투자로서의 측면도 고려했습니다. 올해 계획 중인 모든 방콕 팝업에서는 ‘K-ARTIST’를 주제로 역량 있는 한국의 젊은 현대 미술가와 일러스트레이터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방콕은 드라아, 아이돌 등 한국 대중문화에 힘입어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한국 의료 산업이 일찍이 진출한 도시입니다. 또한 자체 관광, 서비스 및 소비 산업은 여느 동남아시아 도시와 비교해 고도로 발달한 도시이기도 하죠. 갤러리 비즈니스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현지 상황과, 현지 파트너와 협업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업 환경을 고려해 방콕을 해외 팝업의 거점으로 결정했습니다.

평범, 2023, oil on canvas, 40.8x52.8x2cm

Q. 리우션의 첫 해외 팝업 전시인만큼 그 의미가 남다를텐데요. 그 첫 번째 주자로 김한나 작가를 소개하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김한나 작가는 국내에서 꾸준히 구매력을 검증하며 마니아 층이 두터운 작가입니다. 작년부터는 중화권을 비롯한 해외 수요도 높아졌고요. 따라서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 신규 고객에게 소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역으로 국내에 파급될 수 있는 작가의 긍정적인 평판도 염두 했고요.

 

김한나 작가의 작품 속 캐릭터와 스토리 그리고 무드는 패션, 디자인, 현대 미술이 다양하게 발전하는 중인 방콕의 편안하고 친밀한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팝업 전시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 및 드로잉 작품을 통해 이 점을 태국 관객에게 어필하고자 합니다.

Q. 팝업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가의 작품 중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나씩 꼽아 주시자면요?


신지현. 이번 방콕 팝업 신작 중 〈휴일 연장 목욕(Bathing Overtime on Holiday)’〉(2023)이라는 제목의 작품들이 있는데요. 2018년 롯데호텔앤리조트갤러리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 때부터 ‘목욕’, ‘샤워’, ‘씻기’를 주제로 한 작품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한나와 토끼는 하루, 한 주, 한 해를 마무리할 때 꼭 목욕을 하는데요. 오래된 일상과 루틴이 저와 비슷하더라고요.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대체로 목욕을 하면서 푸는 편이거든요. 요즘은 퇴근 후 매일같이 대중탕에 가곤 합니다. 김한나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고, 컬렉션을 하는 분들이 ‘우리 아이 같아요.’ ‘제 어린 시절 모습 같아요.’ 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저도 제 모습을 작품에 투영하나 봅니다. (웃음)

휴일 연장 목욕, 2023, oil on canvas, 34.7x27.1x1.9cm
먼지기록자의 제자, 2019, oil on canvas, 45.3x53x4cm

류정화. 저는 〈먼지기록자의 제자(Apprenticed to a Dustgrapher)‘〉(2019)라는 제목의 작품을 꼽고 싶습니다. 태국에서 처음 열리는 전시를 위해 신작 뿐 아니라 구작도 몇 점 함께 선택했는데요. 그 중 ‘먼지기록자의 제자’라는 제목에 특히 마음이 끌립니다. 이는 2019년 이후 작가의 드로잉 연작 <먼지기록자(Dustgrapher)의 기록법 / 보관법>을 알리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일상을 먼지로 은유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먼지 같은 일상을 모으고, 기록하면서 한나와 토끼는 점점 성장합니다. 실제로 구작과 비교하면 신작은 상당한 변화가 있는데요. 이러한 지점을 관객이 함께 감상하고 공감하기를 바랍니다.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리우션이모먼트스페이스 하루

프로젝트
〈RABBITIVITY〉
장소
Space Ha:ru
일자
2023.02.23 - 2023.03.26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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