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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1

지구를 밝히는 베어브릭 캔들

임지빈의 어스아워, 곰분의 일초.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전 세계인들이 한 시간 불을 끄는 어스아워 캠페인.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로 정해져 있지만 지구의 날, 환경의 날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어스아워를 실천하고 있다. <맘앤앙팡>의 환경 캠페인 ‘당장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되어, 팝 아티스트 임지빈의 베어브릭으로 디자인된 캔들 ‘곰분의 일초’는 세계적인 환경 캠페인 ‘어스아워’를 모티프로 제작된 캔들이다. 두 개의 초가 만나면 곰의 얼굴이 완성되는 형태로, ‘YOU ARE NOT ALONE!’이라는 작가의 메시지와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평범한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불을 끄고 초를 밝히며 환경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는 의미를 전한다. 현재 텀블벅 사이트에서 6월 22일까지 펀딩을 진행 중이다.
임지빈 작가

 

 

Interview 임지빈

팝 아티스트

 

‘베어브릭’이라는 아트 토이 형상의 작업으로 ‘현대인’에 대한 화두를 던져 왔어요.

현대인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매번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요. 베어브릭 작업은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졌는데, 당시 제가 식비를 아껴서 명품이랑 한정판 신발을 모을 정도로 옷을 좋아했어요. 외적인 요소에 집착하는 자신의 모습을 한 번쯤 되돌아보고 싶었죠. 그러다 찾은 소재가 베어브릭이에요.

2006년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샤넬 베어브릭’이 화제 된 적이 있어요. 특정 브랜드 패턴이 입혀졌다는 이유로 고가에 거래되며 품귀 현상을 빚었죠. 어떤 브랜드와 협업하는지에 따라 사물의 가치가 달라지는 현상을 보고 현대인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차를 타느냐가 사회적 위치를 결정짓잖아요. ‘소비사회’라는 주제로 현대인을 나타내기에 베어브릭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을 통해 현대인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해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곳곳에 커다란 베어벌룬을 설치하는 에브리웨어EVERYWHERE 프로젝트가 대표적이에요. 2013년부터 골목길, 대로변, 건물 사이에 끼어 있는 베어벌룬을 작업해 왔어요. 어딘가에 끼어 있다는 점에서 출근길의 현대인이 떠오르지 않나요?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니까요. 베어벌룬을 통해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에고, 꼈다! Everywhere in California, 2017 © 임지빈
Everywhere in Viet Nam, 2016 © 임지빈

 

이번 <맘앤 앙팡>의 환경 캠페인 ‘당장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일상에서는 일회용 용기를 지양하며 분리배출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작업할 때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 동참하고 싶어도 방법을 잘 모르고, 익숙하지 않더라고요. 마침 좋은 프로젝트를 알게 되어 친환경적 변화에 기여하고자 참여하게 됐어요.

 

 

캔들 디자인은 세계적인 환경 캠페인 ‘어스아워 Earth Hour‘를 모티프로 했다고요.

매년 3월 27일,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지구촌 불 끄기 운동을 해요. 전 세계 사람들이 1시간 동안 불필요한 전원을 끄는 환경 캠페인이죠. 보통 초의 심지가 하나인데,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어스아워’에서 착안해 두 개의 초가 하나로 보이는 디자인을 했어요.

 

 

작품에 담긴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YOU ARE NOT ALONE!’이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에요. ‘곰분의 일초’는 곰들이 뺨을 맞대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더라고요.

맞아요, 제 다른 작품을 봐도 두 마리의 곰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는 형태를 발견할 수 있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는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2018년 평창 패럴림픽을 기념해 강릉 경포 해변에 설치한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는 베어벌룬 작업도 마찬가지고요. 색에는 큰 의미가 없고, 두 마리의 곰이 항상 같이 있다는 점이 중요한 거죠. 겉으로는 소외된 사람이 없어 보여도 누구나 심리적 결핍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서로를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안아주면서 항상 누군가와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더했어요.

 

 

원형은 작가님이 만들고, 제작은 친환경 예비 사회적 기업 ‘손끋비’가 맡았다고 들었어요.

보통 개인 작업을 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전담하지만, 이번에는 원형 틀까지 만들었어요. 이후 작업은 손끝비 측에서 담당해 주셨죠. 제가 조각을 전공했는데 수작업을 선호해요. 대칭을 잘 맞추려면 3D 작업이나, 컴퓨터로 출력했을 때 훨씬 더 정교하겠지만 저는 작업 과정이 중요하다고 여기거든요. 그래서 이번 초도 마찬가지로 직접 몰드를 떠서 가공한 후 사포질로 다듬어 모양을 완성했어요.

 

 

창작을 위한 작업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어떤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지 궁금해요.

처음부터 업사이클링 작품이 아닌 이상, 친환경적인 소재를 찾기는 쉽지 않아요. 제 작품의 주재료도 플라스틱이었는데, 앞으로 도자기처럼 흙으로 빚어 만드는 테라코타 기법을 시도해 볼까 합니다. 색상을 표현할 때도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고민하는 중입니다. 이번에 정부에서도 환경 기준에 대한 강화로 *유성 페인트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잖아요. 점차 친환경적인 소재가 주목받고 있으니 작가들도 발맞춰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 물에 녹여서 쓰는 수성 페인트와 달리 유성 페인트는 희석제로 시너를 사용한다. 유성 페인트에 유해 물질이 더 많이 포함돼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팝 아티스트로서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좋겠어요. 조금 욕심을 내면, 공공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앞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고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브리웨어 프로젝트처럼 사람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작품도 필요해요. 작가마다 저마다의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미술이 대중에게 친근하고 재밌는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본 프로젝트는 지구를 위한 친환경 소비 생활을 응원하는 브랜드 SSG.COM이 후원사로 함께했다.

 

 

김세음

자료 협조 맘앤앙팡, 임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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