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9

러그 브랜드 ‘시시-타피스’와 샬로트 페리앙의 만남

50년간 잠들어 있던 스케치가 다시 태어나다
파리 디자인 위크 기간이었던 1월 17부터 6일간 마레 지구에 자리한 갤러리 레 피유 뒤 칼베르(Galerie Les Filles du Calvaire)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바로 프랑스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샬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미공개 기록물을 공개함과 동시에 그녀의 색채에 대한 탐구를 고스란히 반영한 시시-타피스(cc-tapis)의 새로운 러그 컬렉션 ‘레자르크(Les Arcs)’를 발표한 것.
'샬로트 페리앙과 만난 시시-타피스' 전시 현장 ©Carlotta Gargini
파리 마레지구의 한 갤러리에서 진행된 전시 ©Carlotta Gargini

<샬로트 페리앙과 만난 시시-타피스>를 타이틀로 한 전시는 이탈리안 수제 러그 브랜드 시시-타피스, 샬로트 페리앙의 딸 페르네트 페리앙 바르사크(Pernette Perriand Barsac)와 샬로트의 사위 자크 바르사크(Jacques Barsac), 그리고 큐레이터를 맡은 패션 잡지 <에이 매거진 큐레이티드 바이(A magazine curated by)>의 편집장 댄 타월리(Dan Thawley)의 협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전시장 입구에서 샬로트 페리앙의 원본 스케치를 대중에 공개했다. ©Carlotta Gargini
이번 러그 컬렉션은 샬로트 페리앙의 원본 삽화를 토대로 해 12개 컬러로 구성했다. ©Carlotta Gargini

러그 컬렉션 명인 레자르크는 샬로트 페리앙의 야심찬 건축 프로젝트로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프랑스 알프스의 스키 리조트 중 하나인 레자르크 1600(Les Arcs 1600) 혹은 피에르 블랑쉬(Pierre Blanche)로 불리는 유명 스키 스테이션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곳은 프랑스 문화부로부터 20세기 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샬로트 페리앙의 스케치 원본, 개인 소지품과 샘플 등을 함께 선보였다. ©Carlotta Gargini
샬로트 페리앙의 최초 계획에 따라 벽걸이형으로 전시된 모습 ©Carlotta Gargini

샬로트 페리앙은 프로젝트 당시 리조트 건물에 밝은 분위기를 더하기 위한 직물 장식을 계획했지만, 안타깝게도 예산 문제로 실행하지 못했다고. 때문에 그녀가 1972년에 고안한 이 독창적인 장식 디자인은 오늘날까지 그녀의 기록물 보관소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스케치 과정에서 같은 간격을 지닌 세로로 가는 줄무늬와 함께 대비되는 컬러 블로킹을 상상했다. 색상은 르 코르뷔지에가 스위스 벽지 브랜드 ‘살루브라(Salubra)’를 위해 개발한 페인트의 컬러 팔레트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으며, 혹은 그녀가 사용하던 크레용과 오일 파스텔을 활용해 직접 선택했다고 전해진다.

50년 넘게 기록물 보관소에서 잠들어 있던 샬로트 페리앙의 원본 드로잉 ©Carlotta Gargini

이 원본 스케치는 50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빛을 보게 되는데 시시-타피스는 기존 샬로트가 남긴 색상 코드와 패턴의 비율을 엄격히 존중하며, 푸른빛의 아칸더(Acanthe), 아쿠아 마린(Aigue Marine)과 남색(Amiral), 브라운 계열의 안틸로프(Antilope)와 갈색(Brun), 벌(Abeille), 살구(Abricot), 진달래(Azalée), 흰색(Blanc), 회색(Gris), 검은색(Noir), 녹색(Vert) 이렇게 12개 색상으로 구성했다. 또, 300x400cm 및 230x300cm의 직사각형 러그와 100x350cm 사이즈의 러너로 총 3가지 사이즈와 6가지 디자인을 갖췄다. 러그는 늘 그래왔듯이 시시-타피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엄격한 규칙에 따라, 100% 히말라얀 양모를 천연 염색하고, 티베트 장인의 수작업에, 정화된 빗물을 사용하는 최종 세탁 과정에 이르기까지 대량생산과는 거리가 먼, 생태학적인 절차를 거쳐 완성된다.

그녀가 생전 사용했던 크레용. 오일 파스텔 등의 도구도 함께 소개됐다. ©Marcelo Gomes

갤러리 2개 층을 활용한 전시에서 제품을 벽에 걸어두는 방식을 택한 것은 레자르크 1600 리조트를 위한 벽걸이형 장식 직물을 고안했던 샬로트의 기존 계획을 따른 것이다. 이 외에도 스테판 게즈(Stéphane Ghez)가 감독한 샬로트 페리앙의 다큐멘터리 필름 <생활 예술의 선구자(Pioneer in the Art of Living)>(2019)의 상영과 함께 그녀의 일본 여행에 대한 찬사를 담아 프랑스 조향사 바르나베 피용(Barnabé Fillon)이 만든 향기로 그 특별함을 더했다.

바다의 다채로운 푸른 빛 컬러를 담아냈다. ©Marcelo Gomes

뿐만 아니라 1920년대 후반에 작업한 6개의 도면 원본과 그녀의 어머니가 보관해 온 수채화 3점을 통해 그녀의 경력 전반에 걸친 색상에 대한 탐구, 나아가 예술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의 개인 소지품과 더불어 작업할 때 쓰던 각종 도구들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도 흥미를 더했다. 파리의 일본대사관저(Residence de l’Ambassadeur du Japon)를 위한 카펫 샘플(1966~69), 콩고의 수도 브라자빌(Brazzaville)에 위치한 에어프랑스 집합 주택 ‘위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 Air France)’을 위한 색상 연구(1952) 자료도 만나볼 수 있었다.

(왼쪽) ‘레자르크(Les Arcs)’ 컬렉션 중 Vert Abricot, 1972
(오른쪽) ‘레자르크(Les Arcs)’ 컬렉션 중 Bleu Blanc Gris, 1972

한편, 샬로트 페리앙(1903~1999)은 20세기 초부터 수십 년 동안 미적 가치에 심오한 변화를 이끌었으며, 우리의 일상생활 속 모던한 감성을 탄생시킨 아방가르드 문화 운동의 일부로 여겨진다. 24살부터 10년간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와 함께 파리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했고, 수년간 일본에 체류하며 특히 전통과 현대성을 두루 반영한 가치에 이끌리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새로운 생활 양식을 창조하기 위한 그녀의 애정과 노력은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에서도 유효하다. 그녀가 남긴 다양한 유산과 공헌을 보며 우리는 인도적이고 혁신적인 합리주의를 향한 그녀의 진심을 여전히 느낄 수 있다.

<샬로트 페리앙과 만난 시시-타피스>

 

Curator Dan Thawley

Catalogue Imagery Marcelo Gomes

Scent design Barnabé Fillion

Media Partner A Magazine Curated By

Brand strategy & communication P:S

유승주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시시-타피스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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