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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23-01-03

6개 전시장에서 만나는 제3회 제주비엔날레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

기간 2022.11.16 - 2023.02.12

제주에 이런 곳이? 제3회 제주비엔날레는 6개의 스팟을 중심으로 열린다.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미술관옆집 제주, 가파도 AiR, 삼성혈,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전시도 보고, 제주 여행도 즐겨보자. 특히 미술관옆집 제주, 가파도 AiR, 삼성혈, 제주국제평화센터는 제주를 여러 번 여행한 사람들도 잘 모르는 곳이니, 이번 기회에 방문해 보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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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비엔날레 관람의 시작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할 것을 추천한다.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에 전시 작품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 두 곳만 유료 입장이기에,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도 이유다. 제주도립미술관에는 33명 작가의 작품이 있고, 제주현대미술관은 12명 작가의 작품이 있다. 6곳의 전시를 하루에 다 보기에는 온전한 감상이 어려우니, 1박 2일의 전시 관람을 권한다. 첫 번째 날에는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미술관옆집 제주 전시를 보고 남쪽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그다음 날 가파도 AiR, 제주국제평화센터, 삼성혈 순서로 전시를 관람하면 좋을 것 같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이다. 박남희 예술감독은 예전부터 제주를 자주 왕래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절감해오던 터였다. 제주에서의 호흡이 신선했고, 걷는 것도 즐거웠기에 이를 비엔날레의 영감으로 삼았다.​ 그리하여 5년 만에 열린 제3회 제주비엔날레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다루고 있다.

제주도립미술관

제주에 도착하면 일단 점심을 먹고 제주도립미술관(Jeju Museum of Art)으로 가자. 제주 대표 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의 상징인 입구의 연못에서부터 미술가 강승철, 최병훈, 김주영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만나는 작품은 국제적으로 알려진 미술가 김수자의 ‘호흡’이다. 특수 필름을 이용한 무지개 스펙트럼 효과로 로비 정원 유리창을 감싸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와 리움미술관 고미술관 전시로 유명한 작품이다. 제주비엔날레라는 태생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전시 작품들이 제주를 소재로 삼았거나 제주 출신 작가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매력적이고, 그런 작품들에 더 시선이 간다.

김수자, <호흡>, 2016, 장소특정적 필름 설치, 가변크기,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6, 김수자 스튜디오 제공
강술생, <1분 삼각대와 씨앗이 남긴 것들>, 2022, 단채널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5’ / 작물과 야생초의 줄기, 뿌리, 씨앗, ø 300cm

제주도립미술관 1층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강술생 작가는 제주가 고향이다. 최근에는 씨앗을 소재로 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1분 삼각대와 씨앗이 남긴 것들’이라는 영상 작품과, 작물과 야생초, 씨앗으로 만든 설치 작품을 전시장에 설치해 마치 제주 밭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생장하고 사멸하는 자연의 순환을 느끼게 한다.

(왼쪽) 강승철, <산책>, 2022, 먹돌형 의자, 점자블록, 가변크기
(오른쪽) 강요배, <폭포 속으로>,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668×386cm

미술관 야외에 설치한 강승철 작가의 작품 ‘산책’은 제주 화산토와 전통 가마로 빚은 옹기다. 발로 돌리는 전통적 발물레를 고집하고 있으며, 제주 옹기 방식으로 만든 도보 점자판과 의자로 이루어진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강승철 작가는 미술관 옆 제주의 레지던스 작가인 리크릿 티라바닛이 전시 중인 옹기그릇 제작에도 도움을 주었다. 제주 대표 작가로 알려진 강요배도 빠질 수 없다. 부친이 제주 4.3항쟁을 겪었기에 제주의 아픔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1990년대 이후 제주에 정착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두 점의 회화와 영상을 선보였는데, 제주의 변화무쌍한 자연이 작가의 내면에서 재구성되었음을 느끼게 한다.

박종갑, <문명_쌓다(積)>, 2022, 한지에 수묵, 자작필, 토분, 318×244cm(5점)

박종갑 작가는 제주의 돌에서 영감을 얻어 거대한 한지에 수묵화를 그렸다. 먹과 토분을 사용한 ‘문명-쌓다’는 현무암을 연상시키고, 돌과 돌 사이에 만들어진 공간 안에서 길 위의 인류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백광익 작가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오름과 인간의 이야기를 30년간 그려왔다. 오름 위에서 바라본 제주와 바람을 화폭에 담은 것. 출품작 ‘오름 위에 부는 바람’은 하늘을 분할하는 공간에 촘촘한 점묘가 채워져 있으며, 광활한 우주를 표현하고 있다.

(왼쪽) 갈라포라스 킴, <피바디 박물관의 비를 위한 342개의 제물들>, 2021, 종이에 색연필과 플래시, 183x183cm
(오른쪽) 갈라포라스 킴, <피바디 박물관의 비를 위한 303개의 제물들>, 2021, 종이에 색연필과 플래시, 183x183cm
자디에 사, <지구 생물과 공상가를 위한 달의 시학>, 480x200 cmx(6점)

디아스포라 작가들의 맹활약도 돋보인다. 한국계 캐나다 작가 자디에 사와 한국계 콜롬비아 작가인 갈라포라스 킴의 작품도 빼놓을 수 없다. 자디에 사는 바리공주 설화를 바탕으로 조각, 빛, 소리가 결합한 멀티미디어 작품을 선보였다. 관람객은 전시장에서 바리 공주가 되어, 동물들과 함께 지구를 치유할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갈라포라스 킴은 ‘피바디 박물관의 비를 위한 303개의 제물들’ ‘피바디 박물관의 비를 위한 342개의 제물들’을 출품했다. 이 작품은 하버드대학 피바디미술관 관장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비롯되었다. 갈라포라스는 본국 송환 소송이 있었던 멕시코 유물의 원래 역할을 재조명하며, 박물관의 전시 방식에 의문을 던진다.

제인 진 카이젠&거스톤 손딘-퀑, <달의 당김 II, III, VI>, 2019, 수제 오크 나무 조명 상자, 액자 사진, 각 153 ×103 ×11cm

제주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된 제인 진 카이엔의 작품은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전시 중이다.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던 그녀의 전시 작품은 <달의 당김> 연작이다. 썰물로 드러낸 바위 웅덩이 위에 일상 사물들이 아름답게 놓인 풍경을 보여준다.

제주현대미술관 & 미술관옆집 제주

(왼쪽) 제주현대미술관, (오른쪽) 미술관옆집 제주

다음 장소로 이동해 보자. 제주현대미술관(Jeju Museum of Contemporary Art)과 미술관옆집 제주(Next Door the Museum Jeju)는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이 두 곳은 예술가의 마을로 알려진 저지리에 위치하고 있기에, 더욱 낭만적이다. 인근에는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도 있다.

플로리안 봉길 그로셰, <각운 없는 시> 시리즈

제주현대미술관에서는 어린 시절 독일로 입양된 한국계 작가 프로리안 봉길 그로셰의 작품이 흥미롭다. 그는 제주에서 몇 달간 거주하며, 자연 풍경을 14점의 사진으로 담았다. 어두운 배경과의 강렬한 대비는 자연의 공포와 제주의 고독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제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아그네스 갈리오트, 앤디 휴즈, 심승욱의 작품도 유심히 봐두면 좋을 것 같다. 이들 작가의 작품은 가파도에서 정식으로 다시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리크릿 티라바닛, <무제: 검은 퇴비에 굴복하라>, 2022

미술관옆집 제주는 아티스트 레지던스인데, 장소 자체와 거주 작가의 활동이 비엔날레 작품이 되었다. 태국 작가 리크릿 티라바닛이 얼마 전부터 거주하며 만들어낸 작업과 퍼포먼스, 활동 자체가 작품이다. 리크릿 티라바닛은 <아트 리뷰>가 발표한 올해의 미술계 파워 100에 당당히 포함된 태국 유명 작가이기에, 더욱 시선이 간다. 더군다나 귤 밭과 창고, 양계장과 공방, 가정집이 있는 레지던스 형태 또한 재미있다. 이곳은 예약을 통해 입장할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작가도 직접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작가가 만든 옹기그릇에 태국 그린 커리와 수제 막걸리를 담아 맛보는 프로그램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경험도 작가의 작품이다. 이렇듯 기존 미술 전시와 모든 개념이 달라서 관람객이 어리둥절할 수도 있지만, 현대미술은 원래 이렇게 쉽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작가는 작품의 참여를 작품의 핵심으로 여기며, 공간과 관습을 관계 미학으로 지칭한다. ‘무제 2022(검은 퇴비에 굴복하라)’라는 작품 제목답게 큰 통에 퇴비도 썩히고 있다.

가파도 AiR & 삼성혈

이제 배를 타고 가파도로 가자. 가파도로 가는 짧은 항해도 비엔날레의 하이라이트다. 가파도 AiR은 건축가 최욱이 설계한 미술가와 문학가를 위한 레지던스인데, 평소에는 대중에게 개방하지 않는 곳이 때문에 이번에 방문해야만 할 이유가 충분하다. 가파도는 산이 없는 작은 섬으로써, 걸어서 한 바퀴 이동하며 가파도 AiR 이외에 두 개의 전시장을 더 발견할 수 있다.

가파도 AiR
앤디 휴즈, <씨스루, #씨스루가파도>, 2022, 원형의 큰 폴리카보네이트 시트, 100cm(ø), 2pcs

가파도 AiR는 바닷가에 위치한 레지던스답게 지면 아래로 낮게 지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살이 잘 드는 야외 공간이 인상적이다. 심승욱 작가의 <구축 혹은 해체-환영의 틈> 연작은 불에 탄 고목처럼 보이지만 플라스틱 비닐 수지를 가공한 것이다. 쾌적한 공간에 매달린 거대한 조각은 현실 같기도, 환영 같기도 하다. 작가 거주 공간에는 심승욱, 홍이현숙, 윤항로, 앤디 휴즈의 아카이브가 있다.

윤향로, 〈Moon River〉, 2022, UV print, 캔버스에 아크릴릭, 240x1,000cm
아그네스 갈리오토, <초록 동굴>, 2022, 프레스코, 가파도 폐가

인근 폐허에는 이탈리아 작가 아그네스 갈리오토의 프레스코 회화가 가득하다. 작가는 가파도 AiR 레지던스에 거주하며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몇 달간 프로스코화를 그렸다. 작가가 6개월 동안 연구한 제주의 자연과 생명의 의미를 감지할 수 있을 것. 홍이현숙의 해양 쓰레기로 만든 작품 ‘가파도로 온 것들’은 바닷가 글라스하우스에 설치되어 있다.

삼성혈

제주공항으로 가기 전에는 삼성혈(Samseonghyeol Shrine)에 들러야 한다. 삼성혈은 제주에 백 번 가본 이들도 잘 모르는 신성한 곳인데, 제주 생성 신화가 만들어진 3개의 구멍이 실제로 있어서 놀랍다. 들어서자마자 고목의 서늘한 음기가 엄습하며, 신화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에 설득력을 더한다. 입구에서 만나는 대형 작품은 박지혜의 영상 ‘세 개의 문과 하나의 거울’이다. 탐라국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현실의 공간 삼성혈의 모호한 경계를 보여주는 신비로운 작품이다.

박지혜, <세 개의 문과 하나의 거울 1>, 2022, 단채널 4K 비디오, 컬러, 사운드, 12’ 32” <세 개의 문과 하나의 거울 2>, 2022, 단채널 4K비디오, 컬러, 사운드, 7’ 41”
(왼쪽) 신예선, <움직이는 정원>, 2022, 명주실, 박스종이 재활용, 가변설치 / 인견사, 가변설치
(오른쪽) 팅통창, <푸른 바다 여인들>, 2022, 단채널 비디오, 10’

신예선의 작품 ‘고치를 짓다’는 명주실로 나무와 나무 사이에 희미한 집과 벽을 만들었다. 가까이 가서 보면 더욱 아름다운 이 작품들은 삼성혈의 신화와 역사, 자연과 인간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대만 작가 팅통창은 삼성혈의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푸른 바다의 여인들’이라는 10분짜리 영상을 선보였다. 삼성혈과 김녕사굴의 설화를 해체하고 재구성했고, 제주 민요를 연구해 어망, 부표, 조개, 바위로 악기를 만들어 음악을 삽입했다. 제주비엔날레를 통해 여러 번 가봤지만 여전히 새로움이 숨겨져 있는 제주를 발견하게 되어 반갑다. 제주비엔날레에 간다는 것은 미술 작품도 보고, 신선한 여행도 하는 일석이조의 선택이 될 것이다.

이소영 객원 에디터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제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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