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제철 과일이 깨우는 시절 감각
[렐리시] 일러스트레이터, 북 디자이너 | @relish_life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북 디자이너, 렐리시(Relish)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한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흔적들을 그러모아 그림으로 기록하고, 단행본과 매거진을 만들며 가끔은 물건도 만든다. 일상을 기록한 그림 에세이 <여자들의 놀이터>와 컬러링 북 <그래, 안녕>, <그림, 떠나다>를 펴냈다.
렐리시 작가는 2년 전 지인에게 선물하려고 만든 달력이 좋은 반응을 받자 매년 한 가지 테마가 있는 달력을 만들게 됐다. 돌아오는 2023년의 테마는 ‘제철 과일’.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건 날씨만이 아니다. 코 끝과 혀를 통해 깨우는 본능적인 감각. 시절을 음미하는 탁월한 방법 아닐까. “달력을 넘길 때 흘러가는 계절이 아쉽기보다는 산뜻한 기분이 먼저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적인 정물화 스타일로 스케치를 했다가 지금처럼 발랄함 넘치는 일러스트 느낌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달력 표지에 그린 청사과는 이후 작업할 그림책의 중요한 모티프라고 하니 렐리시 작가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보자.
TIP
매월 포스터를 교체하는 기분으로 공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렐리시 달력. 상단에 타공이 있어서 못이나 고리에 걸 수 있고, 한 장씩 뜯어서 냉장고, 문에 붙여도 좋다. 다 사용한 달력은 그림 부분만 오려서 포스터로 활용하는 것도 팁이다.
렐리시 달력을 만날 수 있는 곳
Online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 CAVA / TWL Shop / KioskKiosk
Offline
국립현대미술관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미술책방
인더스토리 | 신세계백화점 대구, 갤러리아백화점 광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판교점
검은 토끼의 해, 일 년이 한눈에 보이는 그래픽 달력
[owy]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 @o.wa.yeol
런던과 서울을 베이스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owy(o-wa-yeol)를 운영하는 정재희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인을 소통의 수단으로 삼아, 동시대를 사는 여성으로서 현재를 관찰하고 해석한다. 주로 문화 예술 및 공공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물성과 시각적인 해석을 가미하는 작업에 재미를 느낀다.
타이포 그래픽이 돋보이는 owy의 달력은 정재희 디자이너가 영국에서 유학하던 중 만든 것이다. 코로나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수 없던 안타까움을 담아 안부를 건네는 연하장을 만들었다. 이후 디자인을 발전시켜서 2023년 달력과 연하장을 기획한 것. 과감한 타이포 그래픽과 오브제 요소가 돋보이는 가운데 새해를 맞아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다. “작년 연하장과 디자인이 비슷하기 때문에 다른 스타일로 토끼 속담 달력을 하나 더 만들었어요. ‘눈 먹던 토끼 얼음 먹던 토끼가 제각각’이라는 속담인데요. 사람은 각자 개성이 다르니 남과 너무 비교하지 말자는 뜻이에요. 요즘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요. 새해에는 제 자신을 돌보고 집중하는 해로 보내고 싶어요.”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다. 이보다 더 ‘계묘년’과 어울리는 달력이 있을까?
TIP
포스터 형태의 달력으로 한 장에 한 해 모든 연월이 표기되어 있다. 오브제로서 존재감이 크므로 보기 좋은 곳에 걸어두고 한 해를 조망할 수 있다. 달력의 다음 장을 바꾸는 것도 자주 깜빡하거나 휴대폰으로 스케줄을 정리하는 것이 더 익숙한 사람들에게 추천!
레터프레스와 북바인딩으로 엮은, 마치 한 권의 책
[포트폴리오 X 박이랑 디자이너] 레터프레스 스튜디오 | @bindery_portfolio
2010년부터 삼청동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레터프레스 스튜디오이자 숍인 포트폴리오. 정은정 대표는 디자인 스튜디오와 갤러리, 작가와의 협업 작업을 통해 레터프레스의 손맛 진한 미감과 물질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작가들의 드로잉 프린트, 기업 책자와 상자, 컬렉터를 위한 연말 선물, 전통주 라벨, 올해의 공예상 트로피 상자 작업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한다.
포트폴리오는 박이랑 디자이너와 그래픽 아이덴티티 작업으로 계기로 만나 지금까지 13년간 매해 빠짐없이 달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 해를 마감하며 주변 지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연말 선물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시작이었다. 한 장씩 꾹꾹 눌러 찍고, 열두 달을 바느질로 엮어 책과 같은 형태로 만드는 일은 레터프레스, 북바인딩 전문인 포트폴리오의 작업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올해는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디드로와 달랑베르 등이 편찬한 <백과전서> 속 드로잉을 재창조한 일러스트가 돋보인다. “올해 달력은 빨간색과 검은색 2도 컬러의 작업물입니다. 박이랑 디자이너가 편의상 위치 확인용 파일의 빨간색을 푸른색으로 만들어 보냈는데, 아주 색다른 분위기의 달력이었어요. 결국 푸른색 스페셜 에디션 30부를 더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달력은 매년 소량으로 준비하는데, 올해는 150부 제작하고 100부를 판매한다.
TIP
달력 숫자 하나, 그림의 점 하나 빠짐없이 잘 나오도록 정성 가득 찍고 엮은 수제 달력. 인쇄되지 않은 왼편 공란에 메모를 해두면 내년 말쯤 한 권의 책이 쓰이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2023년의 기억을 적어보자.
포트폴리오 달력을 만날 수 있는 곳
Online
TWL Shop
Offline
포트폴리오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3길 72
TWL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187 토토빌딩 1층
너와의 대화는 즐거워!
[애슝]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 @ae_shoong
따스하면서도 단단한 시선으로 고양이와의 일상을 담아내는 일러스트이자 작가.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그림책 <페페의 멋진 그림>, <문장수집가, 스테레오>, 그림 산문집 <고양이 생활> 등을 펴냈다.
애슝 작가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처럼 달력을 만든다. 작업할 땐 항상 새해의 바람을 담는데 이번에는 서로의 결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을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사진첩을 열어보면 한 해 동안 많은 사람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사이엔 차나 술이 놓여 있고요. 자연스럽게 그때 대화들을 떠올리다가 인생의 한때가 누군가와의 대화로 기록되어 있다는 건 멋진 일이라는 생각에 빠졌어요.” 그렇게 그린 드로잉 제목은 ‘너와의 대화는 즐거워’. 좋은 대화가 하루를 충만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달력을 보며 한 해를 보내실 분들께 삶의 아이러니 속에서도 자신만의 진실을 만들어 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영화 <비커밍 제인> 속 대사를 전하고 싶어요. ‘아이러니는 모순된 진실을 결합시켜 새로운 진실을 말하는 장치예요’.”
TIP
매년 새로운 형식으로 일러스트 달력을 만드는 애슝. 최근 3년간은 A3 사이즈의 리소그래픽 달력을 만들었는데 이번 달력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2023년의 키 컬러는 녹색과 검정으로 푸릇푸릇한 기운, 좋은 에너지가 필요한 곳에 붙여두면 좋겠다.
활력 넘치는 리소그래프 달력
[김근화] 편집 디자이너 | @_gnakim
매거진, 단행본, 사보 등 여러 시각 매체를 만든 편집 디자이너이자 전 월간 <디자인> 아트디렉터인 김근화는 혼자서 일 년에 한 번 취미로 달력을 만든다.
별색 잉크의 독특한 컬러와 미묘한 색감을 고스란히 눈으로 즐길 수 있는 리소그래프 프린팅. 김근화 디자이너는 개인이 쓸 용도로 달력을 제작했다가 5년째 매년 리소 프린트 달력을 만들고 있다. 대단히 홍보를 한 건 아니지만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면서 연말마다 달력이 언제 나오는지 묻는 안부가 잦아졌기 때문. 선명한 컬러와 활기가 특징인 달력으로, 매년 그 해의 특징이 도드라지는 서체를 고른 뒤 이를 해체하고 조합하면서 만들어지는 우연한 패턴을 적용한다. “리소 인쇄는 한 장의 종이에 여러 컬러가 여러 번 인쇄되면서 나타나는 오차나 컬러 표현이 특징이에요. 일반 인쇄와 달라 작업물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매년 리소 제작 방식을 유지합니다.”
TIP
리소그래프 달력은 엽서형과 탁상형 2종으로 만들어진다. 엽서형 달력은 제법 딴딴해 눈길이 닿는 어디든 세워 둘 수 있고, 벽이나 자석에 붙여 쓸 수 있다. 탁상형은 책상에서 쓰기 좋은 형태로, 지난 달력을 이어붙여 선물 포장지로 활용하면 주목받기 좋다.
여름이 주는 위로
[유어블루스] 트래블 포토그래피 브랜드 | @_your_blues_
사진가 김보라가 운영하는 트래블 포토그래피 브랜드, 유어블루스. 어느 날 홀로 떠난 이탈리아 남부 해안에서 영감을 받아 2019년 여름, 〈Summer〉라는 포토 에세이북을 출간했다. 여행과 휴가를 주제로 다양한 물건들을 만든다.
지중해로 흘러드는 테레니아 해와 깎아지르는 듯한 아페니노 산맥 사이를 가르는 아말피 코스트. 그곳에 선 한 사진가는 이 색감 가득한 여름의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달력을 만들어오고 있는데 2023년 달력에는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새로운 곳의 풍경을 담게 되었다. “한낮의 작열하는 여름을 담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노을 지는 여름의 순간도 눈에 들어오더군요. 덕분에 달력 이미지가 한층 풍성해졌어요.”
TIP
스프링 고리 형태의 달력으로 매달 넘기며 쓸 수 있는 세로가 긴 달력이다. 사진 포스터를 걸어두고 싶은 자리에 두면 매달 휴가를 떠난 기분이 들지 않을까.
몬스터들의 연말 파티, 하우스 오브 드라큘라
[5unday] 디자인 스튜디오 | @5unday.seoul
양재민, 윤희대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5unday(선데이).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여러 디자인과 제품, 출판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즐겁고 유쾌한 기운이 넘치는 디자인과 이를 만드는 과정이 5unday의 가장 큰 매력.
스튜디오 5unday는 드라큘라와 괴물 친구들의 연말 파티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House of Dracula〉을 펴냈다. 몬스터, 드라큘라,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이 등장한 전설적인 몬스터 영화인 〈House of Dracula〉(1944년)를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한 것. 그림책을 만들면서 달력과 포스터, 엽서, 키링 등 굿즈를 만들었다. 올해 서울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 행사에 첫 선을 보였고 이후 12월 초에는 마포구의 XXPRESS에서 동명의 팝업 전시를 열기도 했다. “달력은 매달 그림이 달라지니까 다음 달엔 어떤 그림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이 있잖아요? 넘길 때마다 마치 그림책을 읽는 듯한 재미가 있는 달력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림에 들어간 컬러 하나를 포인트로 사용해 매달 페이지의 변화를 주었습니다. 기능에 충실하되 너무 심심한 디자인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5unday의 바람은 2023년 토끼해를 맞아 모든 사람들이 두 마리 토끼를 잡고 행복해지는 것. 유쾌한 스튜디오는 여러 작업을 하다 2024년 달력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TIP
5unday의 팁은 달력과 함께 그림책을 구매해 나란히 놓고 보는 것.
5unday 달력을 만날 수 있는 곳
Online
인스타그램(입점 준비 중으로 확정 후 공지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