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3

필름 카메라로 바라본 새로운 일상, 언포모

클래식한 가치를 수집하는 컬렉터의 아지트
타임머신을 타고 1900년 대로 넘어온 듯 뒤통수가 뚱뚱한 모니터부터 오래된 LP판, 흑백 텔레비전까지 빈티지 무드가 가득한 여기. 필름 카메라가 단순히 아날로그적인 추억을 회귀하는 물건으로 끝나지 않고, 요즘 세대와 조화롭게 아울러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길 바라는 언포모의 바람이 가득한 아지트와 같은 곳이다.
2022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인스팟 X 헤이팝
12월 12일 헤이팝의 첫 번째 생일을 기념해 새로운 소식이 가장 많았던 성수동에서 《호기심 캐비닛》이라는 작은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2022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장외 전시이자 트렌드를 이끄는 장소를 소개하는 컬처 콘텐츠 ‘디자인스팟’ 중 하나로
총 103곳 중 성수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9개의 브랜드와 함께합니다.

Interview with

언포모 임세훈 대표

© 손미현 MH photography

자연스러움을 포착하기 위해선 필름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 매우 진지해집니다.

인화된 사진을 보면 촬영할 때와 다른 감정으로 읽히는 장면이 또 새로울 때가 있어요.

이것이 필름 카메라의 매력 아닐까요.

STEP 1. PLACE

세대의 공존, 함께 즐기는 필름 카메라의 매력

© 손미현 MH photography

Q1. 언포모가 전하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말자.” 자신만 뒤처지고 놓치고 제외되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포모’라고 불려요. 여기에 반대하는 의미로 ‘언(Un)’을 붙어 ‘언포모’라는 브랜드 이름이 완성되었습니다. 의미와 일맥상통하게 ‘Fear of missing out’을 언포모의 슬로건으로 가져가고 있어요. 최근에야 카메라는 사진 촬영이라는 취미 생활의 목적으로 접근하기 쉬워졌지만, 아직까지 전문적이면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담스러운 사물이기도 합니다. 특히 가격의 부분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들르기도 쉽지 않죠. 언포모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소외되고 있는 필름 카메라에 대해 좀 더 친근하게 알리고,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살려 편하게 둘러보고 구경하며 직접 사용해볼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입니다.

© 손미현 MH photography

Q2. 공간에서 브랜드를 제대로 경험하는 Tip!

 

📌 조금은 낯선 필름 카메라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필름 카메라는 Z세대에게 사용한 적이 없는 신기한 물건이고 부모 세대는 추억을 회귀하는 물건이라 그런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방문하기도 해요. 그렇다 보니 방문 고객의 연령대가 매우 넓은 편이에요. 그중에서도 필름 카메라가 익숙지 않은 분에게 최대한 설명을 많이 해드리려고 해요. 사실 사용법만 잘 숙지가 되어 있으면 충분히 근사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초점이 맞지 않거나 중간에 필름을 열어서 타버리는 등 사진을 망치면서 흥미를 잃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죠. 실패가 적어야 필름 카메라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테니 언포모에서 더욱 신경을 쓰는 부분이에요. 또 직접 사용해 보아야 경험이 되기에 매장을 방문해 보길 추천합니다. 전문가에게 궁금한 점을 편하게 물어보고 카메라 작동도 직접 해보면서 내가 촬영하고 싶은 피사체에 적합한 필름 카메라를 골라보는 것도 좋아요. 카메라 회사마다 색감 차이도 있고 시네마 필름, 흑백 필름 등 다양한 느낌을 살리는 필름의 종류도 다양하니 여러 모델을 사용하며 취향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 렌탈 서비스로 부담 없이 즐기는 필름 카메라!

비용을 생각한다면 카메라를 종류별로 이것저것 써 보기는 사실 쉽지 않아요. 또 익숙지 않은 필름 카메라의 경우 큰돈을 주고 구매하기란 부담스럽죠. 수많은 회사의 모델을 다양하게 써볼 수 있게 하기 위해 렌탈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손님들을 보면 구매하기 전 먼저 사용해보기 위해, 선택이 망설여지는 제품을 비교하기 위해, 필름 카메라와의 궁합을 미리 살펴보기 위해 등 여러 이유로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시더라고요. 실제로 대여했다가 구매하는 분도 꽤 있고 여행 가기 전 장기로 렌탈하는 경우도 있어요. 저희 매장이 성수동이다 보니 날이 좋거나 계절에 따라 카메라를 렌탈하고 바로 출사 나가시기도 해요. 그렇다 보니 필름 카메라가 더욱 매력적으로 찍히는 날, 낙엽이 떨어지거나 눈이 올 때 또는 꽃이 피어나는 봄날에 대여가 많이 되는 편이에요.

© 손미현 MH photography

Q3. 언포모의 차별성이 있다면?

초보자도 쉽게 필름 카메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방문 고객에게 많은 설명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되도록 사용자에 맞춰 카메라를 추천하고 있어요.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많아서 결정하기 힘든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모델마다 장단점을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선택의 폭을 좁혀드리려 하고 있어요. 가장 먼저 필름 카메라를 처음 접한다면 자동 카메라를 제안합니다. 실제로 수동 카메라가 클래식한 멋이 있기에 많이 찾지만 직접 촬영한다면 입문자는 자동 카메라로 시작하는 것이 좋거든요. 그런 다음 원하는 결과물에 따라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해 세세하게 가이드하고 있어요. 구매 고객에게는 40일까지 무상으로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증 기간이 지나도 간단한 사용법이나 케어는 계속해서 해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STEP 2. PEOPLE

자연스러움을 포착하는 순간의 집중력

© 손미현 MH photography

Q1. 사진 촬영이라는 취미 생활이 언포모를 운영하면서 특별한 노하우가 되었을 것 같다.

워낙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언포모까지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발전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지인들을 찍어주면서 시작했고 점점 행위 자체가 즐거워지면서 필름 카메라를 접하게 되었죠. DSLR로 촬영하면 사진을 후보정으로 계속 만지게 되는데 필름 카메라는 그 찰나의 순간을 그대로 기록하더라고요. 보정으로 표현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과 질감이 매력적이어서 필름 카메라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답니다. 언포모에서 소개하는 모든 카메라의 정보와 사용법을 파악하고 알아야 고객에게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픈을 준비하기 훨씬 이전부터 필름 카메라를 이것저것 써보고 팔고 또 샀던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Q2. 어떻게 언포모를 준비하게 되었는지?

저는 10년간 수영 강사와 프리 다이버로 활동했어요. 경기 때문에 우연히 이집트에 가게 되었는데 그 때부터 사진을 무척 많이 찍었던 것 같아요. 해외 곳곳에 돌아다니면서 프레임에 담기는 풍경들에 매료되었죠. 그 즈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산으로 남겨 주신 필름 카메라가 지금까지의 인연이 되었을 듯싶어요. 요즘에는 핸드폰으로 연속 사진을 찍을 수 있다지만 필름 카메라는 자연스러움을 포착하기 위해서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 매우 진지해지거든요. 또 인화된 사진을 보면 촬영할 때와 다른 감정으로 읽히는 장면이 새로울 때가 있어요. 제가 알고 있는 필름 카메라의 매력과 이만이 담을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순간의 장면을 하나의 문화처럼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어서 언포모를 시작했습니다.

ⓒ Unfomo

Q3.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좋은 컨디션의 카메라만을 선보이고 싶어서 제품을 구할 때 꼼꼼하게 따지는 편이에요. 더 이상 생산을 하지 않고 단종된 제품이 대부분이라 전 세계적으로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구했더라도 상태가 영 엉망일 경우도 많거든요. 간혹 외관은 깨끗하더라도 내부에 곰팡이가 펴 있거나 망가져 있기도 해요. 기능이 중요한 수동 카메라는 매장에 소개하기 전 모두 수리를 맡기고 있습니다. 이 단계를 거쳐 최상급의 깨끗한 제품은 판매하고 약간의 스크래치나 흠집이 있다면 렌탈 서비스용 제품으로 분류해요. 매장에 내보일 수 없는, 고객의 손에 나가지 못하는 제품들은 창고에 쌓여 있죠. 아쉽지만 언포모는 제대로 카메라를 즐기고 싶은 분들을 위해 생긴 공간인 만큼 상품 가치가 있는 제품만 소개하려 합니다.

STEP 3. CURIOSITY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카메라 앵글에 담기기까지

© 손미현 MH photography

Q1. 언포모가 생각하는 ‘호기심’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는 일, 즉 촬영 자체의 행위가 호기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피사체를 찾으면서 새로운 것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색다른 관점을 전하기도 합니다. 같은 풍경일지라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여지는 모습은 그 느낌이 다르거든요. 인화된 결과물을 보고 한정된 프레임에 잘린 뒷배경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촬영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진 속 숨겨진 무언가에 대해 궁금해지기도 해요. 사진을 찍는 과정이 모두 호기심으로 인해 반응하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2. 호기심으로 동기를 얻고 행동으로 실천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호기심이 많이 생겼고 여행을 자주 다니게 되었어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앞의 광장의 장면이 무척 기억에 남는데요. 그저 앉아 있어도 바라보이는 고풍스러운 건물과 클래식한 자동차,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인상적이었죠. 그러면서 자연스러운 일상을 순간 포착하는 데 흥미를 느꼈답니다. 원래는 풍경 찍는 걸 좋아했는데 인물의 표정을 촬영하는 데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여러 카메라를 사용해보면서 저만의 취향을 담을 수 있는 필름 카메라를 선호하고, 그중에도 필름에 찍히는 정보가 많은 35mm 렌즈의 중형 카메라를 주로 쓰게 되었죠. 언포모의 시작도 마찬가지랍니다. 이처럼 호기심은 나를 잘 아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길로 안내하는 역할을 해준 듯해요.

© 손미현 MH photography

Q3. 헤이팝과 어울리는 필름 카메라가 있다면?

전 세계 2만 대 한정판이었던 올림푸스의 자동 카메라(Olympus o-product)가 떠올랐어요. 네모난 형태와 알루미늄 소재의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하는 모델이에요. 존재감이 남다른 디자인이 돋보이면서 유니크한 매력이 한눈에 사로잡는 점이 헤이팝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4.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은지?

단순히 카메라를 판매하는 장소가 아닌 필름 카메라의 문화를 우리만의 색깔로 자리 잡고 싶습니다. 필름 카메라가 아날로그한 아이템이잖아요. 최근 문화와 잘 섞여서 세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는 힙한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내년에는 필름 카메라를 주제로 다양한 영상을 제작해볼 계획이랍니다. 예를 들어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본 세대와 처음 접하는 Z세대의 시선을 동시에 담아낸 영상이라든지, 댄서나 보드를 타는 액션가들이 담은 필름 카메라의 앵글이라든지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여 사람들이 필름 카메라를 좀 더 다채롭게 즐기길 바랍니다.

전시《호기심 캐비닛 Cabinet of Curiosities》

 

기간   2022년 12월 15일(목) – 12월 23일(금), 12:00 – 20:00

         * 전시 마지막 날인 12월 23일은 16시까지만 운영

장소   포인트오브뷰 서울 1F 온실(성동구 연무장길 18)

디자인 파트너  쇼메이커스(최도진, 정서경, 김혜민), 스튜디오 바톤(이아리), 파이카(이수향, 하지훈)

주최/주관  헤이팝(디자인프레스), 서울디자인페스티벌(디자인하우스) 

 김소현 수석 기자

사진  손미현 (MH photography)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언포모

장소
언포모
주소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19-8
김소현
호기심이 많아 궁금한 게 생기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ENFP. 그저 잡지가 좋아 에디터가 되었고 글 쓰기가 좋아 몇 년 째 기자를 하고 있다. 즐겁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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