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디지털사업본부 온라인 식품 서비스 ‘현대식품관 투홈*’에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이세진 선임은 2019년 TF팀으로 합류해 현대식품관 투홈의 론칭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현재는 투홈 브랜디드 콘텐츠 기획을 맡고 있다. 투홈 브랜드 BI를 수립하는 일부터 상세페이지 제작, 매거진 기획·제작·운영 업무 전반에 관여하고 있는 그와 <현대식품문학>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 나누었다.
*현대백화점 식품관 상품을 집까지 배송해 주는 서비스로 온라인 사이트와 모바일 앱 모두에서 이용할 수 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사는 이용자가 대상이다. 전날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전에 문 앞으로 배달해 준다. 이외 지역(제주 제외)은 전날 오후 6시까지 주문하면 된다.
Interview with 현대백화점 온라인 식품사업부
이세진 선임
ㅡ 현대식품관 투홈은 2020년 서비스를 론칭한 이래 ‘매거진’ 코너를 꾸준히 강화해왔어요. 현재 매거진 코너에서 만날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이 있나요?
저희는 현대백화점의 강점인 식품 분야 경쟁력과 전문성을 전면에 내세워 타 D2C 플랫폼과 차별화를 두고자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고 있어요. 그 일환으로 매거진 코너에서는 현대식품문학, 미식탐험, 레시피, 투홈가이드 총 네 개의 콘텐츠가 연재되고 있는데요. 투홈을 대표하는 콘텐츠 ‘현대식품문학’은 문학과 레시피를 하나의 묶음으로 구성해 소개하고 있어요. ‘미식탐험’은 MD들이 자신 있게 소개하는 현대백화점 식품관의 상품을 집중 소개하는 탐구형 콘텐츠이고, ‘레시피’는 투홈 상품을 활용해 직접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 콘텐츠로 구성했어요. 마지막 ‘투홈가이드’에서는 투홈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그간의 기록을 아카이빙하고 있습니다.
ㅡ 국내 프리미엄 식품관 중 한 곳인 현대식품관에서 ‘문학’이라는 소재와 연계한 <현대식품문학>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현대식품관 투홈에서는 여러 검증을 거쳐 좋은 품질의 상품을 소개하고 있지만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는 경험적 측면이 늘 아쉬웠어요. 음식은 오감의 경험을 통해 기억 저 깊은 곳에 자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관점에서 고객의 시각, 미각, 후각을 문학을 통해 건드리고자 했죠. 제품 상세페이지가 ‘왜 이 상품이 고객들의 식탁에 오를 자격이 있는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영역’이라면, <현대식품문학>은 ‘이 제품을 구매해 먹었을 때 느낄 수 있는 따뜻하고 놀라운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어요.
ㅡ 빳빳한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는 것이 문학을 즐기는 일반적인 방법인데 온라인 콘텐츠에 녹여냈다는 게 신선했어요.
우리가 보통 ‘우와 맛있겠다!’ ‘나도 먹어보고 싶어’라고 느낄 때가 언제인가 떠올려보면 나보다 먼저 경험한 사람의 감정과 감각에 기댈 때가 많더라고요. 조금은 상투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제품 상세페이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다가가고 싶었어요. 애초에 투홈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며 기획한 콘텐츠들도 대부분 상품에 집중한 ‘스토리텔링’이었기 때문에, 이보다 한걸음 더 깊이 들어가 감정을 매만지고 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아마도 이러한 콘텐츠를 기획하게 된 데에는 학부 때 현대문학을 공부한 영향도 있었으리라 생각해요. 예술 작품 속에서 식재료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와 역할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언젠가 식재료와 문학을 함께 접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품고 있었던 것 같아요.
ㅡ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행복이 가득한 집>의 에디터로 계셨었죠. 특히나 <현대식품문학>은 에디터 쉽이 빛을 발한 콘텐츠가 아닐까 싶은데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에디터로서의 지난날이 밑거름되었을까요?
그렇다기에는 아직 저의 콘텐츠가 더 많은 이들에게 공감받기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웃음) 다만 브랜드가 한 사람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 사람에게 어울리는 목소리(보이스 톤 앤 매너)와 태도(슬로건, 콘텐츠 등) 그리고 옷(디자인)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일이 보다 쉬워진 것 같아요. 브랜드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구분하고 기획하는 눈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뜨였다고 할까요. 에디터라는 직업은 한 달 안에 무수히 많은 사람, 상품, 브랜드를 만나는 것뿐 아니라, 이를 편집해 메시지를 만들잖아요. 취재 과정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조각을 조합해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는 편집 업무가 지금의 브랜딩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ㅡ <현대식품문학>이라는 타이틀은 현대식품관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콘텐츠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잘 보여주는 듯해요.
<현대식품문학>이라는 콘텐츠 명은 기획과 동시에 바로 떠올린 이름이에요. 현대식품관과 현대문학의 만남이니 명쾌한 이름이라고 생각했죠. 당시 한편에서는 이름이 다소 딱딱하고 무겁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있어 잠시 다른 이름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국 돌고 돌아 지금의 이름이 되었어요. ‘식품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로의 확장까지도 가능한 이름이라고 생각했고요.
ㅡ 정세랑부터 장우철, 요조, 봉태규 등 총 14인의 작가와 함께 했어요. 작가를 선정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었나요?
온기 어린 작품을 쓰셨던 작가님들에게 원고를 청탁 드리고자 했어요.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현실에게 다정한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용기 있는 분들이요. 작가 라인업을 모아 놓고 봤을 때 현대식품관의 독서 취향이 편향되어 보이지 않도록 연령대나 성별, 유명세 등 스펙트럼을 최대한 넓혀 균형을 유지하고자 했고요. 이 또한 <현대식품문학>이라는 브랜드가 사람이라면 ‘스펙트럼이 넓은 애서가’일 것이라는 상상이 어느 정도 곁들여져 있었고요.
“
마음속 질문은 맛으로 쏟아진다. 이렇게 화려할 수가.
오색 빛 찬란한 기쁨이 음표처럼 쏟아진다.
붉은 단맛 분홍 신맛 더 붉은 단맛 더 시원한 물맛.
장희를 맛본 직후라 더욱 극적이었을까.
조니 미첼 바로 다음 트랙으로 조수미가 나오는 것처럼?
<현대식품문학> 장우철, 딸기의 자리 中
”
ㅡ 대부분의 작가들이 식재료와 연계된 문학 콘텐츠를 청탁 받고서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을 것 같아요. 작가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현대식품문학>에 참여한 작가님들 모두 대작가님들이라 떨리는 가슴을 붙잡고 원고를 청탁드렸던기억이 나요. 다행히 모두들 기획을 흥미롭게 봐주시고 흔쾌히 수락해주셨어요. 맨 처음 청탁 드렸던 정세랑 작가님은 개인 SNS에 저희의 제안으로 인해 ‘도전 정신을 자극 받아버렸다’고 후기를 남겨주셨더라고요.(웃음) 백화점에서 식품을 주제로 문학 콘텐츠를 전개한다는 지점이 오히려 작가님들에게 흥미로운 동기를 부여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
과즙이 손을 타고 흘렀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새삼 감탄했다.
복숭아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나.
이렇게 호사스러운 맛을
내가 호사스럽게 누리고 있다니.
뭔가 대단한 성공을 거둔 기분이었다.
…
여름을 우아하게 건너갈 방법을 마침내 찾았는 걸.
<현대식품문학> 김민철, 「어른의 단짠」 中
”
ㅡ 작가 리스트업만큼이나 문학 속에 등장하는 식재료들이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읽는 재미를 더했던 것 같아요. 작가와 식재료를 매칭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가장 먼저 현대식품관 MD님에게 계절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품 리스트를 요청해 받았어요. 그 다음 작가님들이 원하는 식재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리스트를 보여드렸고요. 그들이 직접 선택하는 식재료는 아무래도 본인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는 식재료일테고, 그럴수록 작품 속에 대상이 잘 녹아들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 결과는 너무나 만족스러웠고요.
ㅡ 원래 <현대식품문학>을 읽으려면 투홈 어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로 들어가야만 했는데 지난 10월 한권의 책으로 발행되었죠.
<현대식품문학>을 맨 처음 기획했을 때부터 단행본 발행은 예정되어 있었어요. 모바일 콘텐츠는 언제든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열어볼 수 있지만, 종이 책이 주는 새삼스러운 위로와는 또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현대백화점에 묵묵한 믿음을 보내주는 고객들에게 감사한 의미를 담고,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을 부여해 소장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단행본을 준비하면서 브랜드의 관점에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상품 소개에 힘을 주고, 할인 쿠폰을 동봉해 구매로 연결하는 등 브랜드 매출과 연계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기로에서 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어요.<현대식품문학>을 맨 처음 기획했던 건 브랜드의 상품을 보다 풍부한 감각으로 경험하게 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감동의 경험을 끝까지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싶었어요. 저희의 진심이 잘 전달되기를, 그리고 현대식품문학을 부엌 가까이에 두며 유난스럽지 않으면서도 새삼스러운 위로를 받기를 바랍니다.
ㅡ 이번 단행본과 패키지의 디자인은 ‘만오 스튜디오’와 작업하셨다고요. 현대식품관과 특별한 인연이 있을까요?
만오 스튜디오는 타이포그래피를 바탕으로 시각&인쇄물을 전문으로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예요. 오랜 시간 현대식품관 투홈 홈페이지 작업을 함께 하면서 우리의 결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분이죠. 디자이너님이 꼼꼼하고 섬세해 한정된 틀 안에서지만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ㅡ 단행본의 커버와 내지의 전체적인 디자인 컨셉과 방향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려요.
만오 스튜디오와의 첫 미팅 때 드린 첫마디가 이거였어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화려한 요소를 내세우지 않고도 오랜 시간 책장에 두고 싶은 담백한 멋이 느껴질 수 있는 디자인을 요청 드렸어요. 무엇보다 각기 다른 톤앤매너의 사진과 글을 어떻게 하나의 콘텐츠로 엮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현대식품관이 기존에 갖고 있던 고유한 디자인 톤에서 벗어나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감각은 잃지 않도록 했고, 화려한 꾸밈없이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진정성을 선명하게 잘 담아내고자 했고요. 또, 현대식품관 투홈의 메인 BI 컬러가 오렌지 컬러인데요. 오렌지 컬러는 생동감이 넘치고 식욕을 돋워요. 하여 <현대식품문학>의 패키지 컬러를 오렌지로 지정해 가장 먼저 투홈의 이미지를 각인 시켰고, 패키지에서 책을 꺼내 읽을 때는 투홈의 목소리는 잠시 낮추고 작가님들의 목소리가 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차분한 브라운 컬러 양장본으로 단행본 커버 사양을 정했습니다.
ㅡ 단행본 내 콘텐츠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단행본의 본문은 ‘상품/글/사진/레시피’가 하나의 세트로 구성되게끔 했어요. 현대식품관의 열 네가지 식재료가 문학 작품의 소재가 되었고, 열 네 명의 포토그래퍼는 작가가 쓴 글을 읽고 난 뒤 받은 인상을 사진 작품으로 표현했어요. 뿐만 아니라, 문학 속에 등장한 음식을 한 장 분량의 레시피로 구현해 독자가 직접 요리하는 경험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ㅡ 팀 내에서도 기획총괄부터 제작편집까지 선임님이 모두 도맡아 진행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현대식품문학> 콘텐츠를 제작하는 동안은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순수하게 일했던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을 서면으로 진행했었는데, 이메일을 통해 작가님들과 나눈 안부 인사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져 제가 일을 이어갈 수 있는 든든한 원료였어요. 최근 들어 다른 팀에서도 <현대식품문학>을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활용하고 싶다며 협업을 요청주시곤 하거든요. 우리 팀이 열심히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결과물이 적재적소에 필요한 쓰임을 하니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올해 현대백화점의 해피니스산스 홈페이지의 ‘써보기’ 영역과 2022년 추석 선물 가이드북의 ‘책갈피’ 문구로도 활용되었어요. 또 단행본 출시된 뒤에는 저희가 먼저 NFT팀과 오프라인 무역센터 식품팀에 제안해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고요. <현대식품문학> 콘텐츠가 생명력을 가지기라도 한 듯 스스로 확장하고 성장함이 느껴져 뿌듯한 마음이에요. 물론, 힘든 시간도 있었어요. 단행본을 제작할 때 즈음 함께 하기로 했던 팀원이 불가피하게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저 혼자 막대한 업무량을 소화해야만 했었거든요. 정신 없이 지내느라 힘듦도 느끼지 못했는데 프로젝트 막바지 즈음, 퇴근하고 침대에 눕는데 눈물 한방울이 뚝 떨어지더라고요. ‘참 고생 많았구나’ 싶었어요.(웃음)
ㅡ 2021년에 발행한 ‘새벽시장’을 시작으로 <현대식품문학>은 투홈에서 낸 두 번째 단행본이에요. 다음으로 기획중인 단행본 혹은 콘텐츠가 있을까요?
투홈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꾸준히 만드는 게 당장의 목표예요.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식품 콘텐츠와 백화점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현대식품관의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고객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로 또 인사 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ㅡ 마지막으로, 선임님이 추천하는 11월의 식재료가 궁금해요.
현대식품관의 귤을 추천 드려요. 입사하고 첫 겨울을 맞을 때쯤 MD님이 샘플로 나눠 주신 귤을 맛보았던 때가 떠오르는데요. 겨울에는 언제 어디서든 쉽게 맛볼 수 있는 과일이라 큰 기대 없이 한 알 먹었는데 팀원 모두가 동시에 벌떡 일어나 정말 달고 맛있다며 감탄했거든요. ‘최선의 식탁을 약속한다’던 현대식품관 투홈의 슬로건이 절로 떠올랐어요.(웃음) 진정성을 바탕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다시 확인했던 기억이 납니다.
글 하지영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현대백화점 온라인식품사업부 MD브랜딩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