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아늑한 베이지 컬러와 목재의 조합|이미지: IKEA 인스타그램
(오른쪽) 숲을 연상시키는 녹색 벽지와 짙은 고동색의 목재 가구|이미지: IKEA 인스타그램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2023년의 인테리어 트렌드는 한 단어로 ‘웰빙’이다. 주요 키워드는 ‘내추럴함’과 ‘따뜻함’으로 요약된다. 푸른 계열의 색상으로는 하늘과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파란색이나 숲을 닮은 초록색과 같은 편안하고 내추럴한 색이 많이 눈에 띌 것이다. 붉은 계열의 색상 중에서는 사막의 모래를 연상시키는 핑크베이지, 석양과 같은 인디언 핑크, 혹은 채도 낮은 오렌지색과 같은 색을 선호할 것이다. 인사이더는 “녹색과 갈색을 이용해 자연을 집 안으로 들이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디자이너 그레이스 브랙맨의 의견을 전했다.
편안한 색감의 연장선상에서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나무’다. 목재는 꾸준하게 인기 있는 스테디셀러이지만,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다양한 톤과 색조의 목재가 사용될 거라는 전망이다. 앞서 언급된 내추럴한 파란색, 초록색, 핑크색, 오렌지색 등도 매끈하고 차가운 소재보다는 질감이 느껴지고 따뜻한, 목재와 같은 소재와 더 잘 어울리는 컬러들이다. 나무는 사용하기에 따라 내추럴한 컬러뿐 아니라 선명하거나 과감한 컬러까지 품을 수 있다. 따라서 개성 있는 컬러를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쓸모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왼쪽) 욕실에 몇 가지 소품을 더해 휴양지에 온 느낌을 낼 수 있다.|이미지: Wayfair 인스타그램
(오른쪽) 욕실 벽을 화이트가 아닌 어두운 색으로 선택해도 단정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이미지: IKEA 인스타그램
트렌드는 사람들이 어떤 공간에 더 주목하는지에도 영향을 준다. 집 안에서 가장 ‘웰빙’과 관련이 높은 공간은 바로 욕실이다. 좁은 공간이라면 욕조를 들이는 방법을, 넓은 공간이라면 충분한 라운지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프리 와이스먼은 베란다닷컴에 “고객들이 점점 더 욕실에서 스파와 같은 느낌을 받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물론 평소와 같은 크기의 욕실을 갑자기 고급스러운 호텔 욕실로 탈바꿈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타일이나 세면대를 바꾸는 것처럼 큰 돈과 수고가 드는 방법을 시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경우 샤워 헤드를 원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교체하거나, 고급 수건이나 오브제, 디퓨저를 추가하는 등의 간단한 방법으로 힐링을 얻을 수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늘 화두에 오르는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 2023년 트렌드는 둘 중 어느 쪽을 따라가게 될까?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지만, 종합해보면 ‘라이프스타일은 미니멀리즘에 가깝게, 꾸밈은 맥시멀리즘에 가깝게’라고 정리할 수 있다. 가구와 소지품을 꼭 필요한 것 위주로 남기는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생활 방식이다. 물건이 사라진 빈 공간에는 앞으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디자인의 벽지나 바닥재로 채우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한동안 유행했던 깔끔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안정감을 주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즉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집을 꾸미려는 경향이 강해질 거라는 해석도 많다. 이른바 ‘나다운 것’들을 더욱 발견해내어 집안 곳곳에 두고 인테리어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 영향에서일까, 2023년부터 차츰 선호가 줄어들 대표적인 디자인으로 ‘대세 인테리어’로 꼽히는 ‘올화이트’ 벽지와 주방 디자인이 언급됐다. 무난함의 상징인 화이트는 ‘따뜻함’이나 ‘자연스러움’과는 반대편에 있는 ‘차가운’ 색상이기도 하다. ‘올화이트’뿐 아니라 화이트와 그레이를 톤온톤으로 섞은 비슷한 색 조합들도 마찬가지다. 또 모던하고 광택이 있는 소재도 함께 사라진다. 포브스는 “지난 10년 동안에는 전부 하얗게 마감한 주방, 흰색 벽, 흰색 타일, 저렴한 대리석이 흔했지만 이제 사람들은 그 차분한 바탕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는 미국의 부동산 중개업자 로리 르빈 해리스의 말을 전했다. 맥시멀한 화려한 컬러 조합까지 넘어가지 않더라도, 한두 가지 색상을 추가하거나 목재를 더하는 정도의 변형을 준 인테리어들이 늘어날 거라는 이야기다.
이케아(IKEA)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아이디얼 홈에 따르면, 이케아 영국·아일랜드 지사의 인테리어 디자인 매니저 클로틸드 파살라쿠아는 “한 공간의 똑같이 생긴 벽 4개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공간을 더 창의적으로 장식하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감하면서도 동시에 아늑함이 느껴지는 색상과 패턴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거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화이트가 내어준 바닥에 짙은 빨강과 머스터드, 크림색 등이 섞인 빈티지한 패턴의 러그가 들어오는 식으로 포인트 아이템 하나를 배치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로 활용될 수 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온 인스턴트 소비의 시대가 저문다는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저렴한 가격에 사서 짧은 기간 쓰고 버리는 ‘패스트 퍼니처’는 점점 더 인기가 줄어들 거라는 예상 역시 나온다. 환경 파괴에 대한 고민,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 팬데믹이 잦아든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결과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의 타일 회사 아티스틱 타일(Artistic Tile)은 가구뿐 아니라, 대리석과 같은 건축 마감재 역시 오래 쓸 수 있고 관리하기 편한 중고급 자재를 선택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 보고 있다.
업계 종사자들은 다가올 2023년 인테리어 트렌드에 관해 일상 속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의도가 가장 많이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내에서 긴 시간을 보낸 지난 3년 간의 경험을 통해, 안정감을 중시하는 습관이 든 까닭도 있다. 그리하여 불확실성과 스트레스에 대해 대처하는 방식으로서 ‘자연스러움’, ‘차분함’, ‘웰빙’, ‘나다움’, ‘친환경’ 등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으로 이는 2021년부터 지속되어 온 트렌드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 사람들에게 집의 가치를 더욱 더 절실하게 깨달은 시간이 되었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글 박수진 객원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