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이라는 단어가 국어사전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75년 경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양식으로 지은 집을 양식 건물에 상대하여 부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한자어 한(韓)과 옥(屋)을 합하여 만든 말로 ‘한국의 집’ 또는 ‘한민족의 집’으로 이해된다. 여기서 ‘옥’은 집의 의미를 가진 주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건축물을 총칭하는 기본 용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우리 가까이에 잔재하는 한옥을 떠올려 본다. 옛 전통 건축물이자 보전해야 할 문화유산으로만 인식하던 시절은 어느덧 지나왔다. 한옥 카페, 한옥 작업실, 한옥 레스토랑 등 다양한 기능과 목적을 둔 한옥 공간을 만날 수 있을뿐더러 한옥에서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오랜 세월을 머금은 한옥을 하나부터 열까지 뜯어고치는 것이 아닌, 본 모습을 보전하며 최소한의 수리로만 기틀을 마련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가구로 채우는 것이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한옥 대청마루 위에 해외 아티스트의 스툴을 놓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공간으로 변모하고, 루이스 폴센의 조명과 프리츠 한센 테이블이 자리해 동서양 문화가 공존하는 감각적인 작업실로 탄생한다. 한옥의 현대화는 과거 우리의 주거 양식이었던 한옥을 탐구해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삶에 부여할 수 있는 유용한 가치 창조에 있다.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새로운 ‘한옥 라이프스타일’이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러한 문장이 떠오른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그 건축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
서울주택정책실이 주최하고 디자인프레스가 주관하는 <서울한옥일상> 전시는 한옥의 가치를 보전하되 단순 ‘건축물’의 의미를 뛰어넘어 ‘문화 콘텐츠’로의 범주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서울한옥’ 면면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오늘날의 현대인에게 한옥은 더 이상 전통에만 머물러 있지 않음에 주목하며 한옥 속 현대적인 일상 풍경과 멋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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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한옥’은 주거 외에도 상업, 문화공간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뿐 아니라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는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전시가 ‘서울한옥’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서울시 주택정책실장 유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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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한옥일상(Daily Lives of Hanoks in Seoul)>
세계가 함께 누리는 K-house, K-living
2022년 11월 18일 (금) ~ 12월 4일 (일)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비움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비움홀에서 개최되는 <서울한옥일상>은 ‘세계가 함께 누리는 K-하우스, K-리빙’이라는 슬로건 아래 서울한옥의 변화와 감성, 생활상을 그려냈다. 참우리의 김원천 소장이 전시장 내 한옥 구조물을 축조하고, 아엘시즌의 김미연 대표와 덴스크 김효진 대표의 디렉팅 아래 ‘한옥 발견’ ‘한옥 스타일’ ‘한옥 산책’ 3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를 완성했다. 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과 온라인 전시가 동시 진행되며, 전문가의 도슨트 한옥 투어 또한 놓치지 않았다.
특히, 전시에 사용된 원목 자재는 김원천 소장이 한옥 철거 및 보수 현장에서 모아온 고재를 활용했다. 세월의 풍파를 머금은 고재 원목은 그 어떤 원목보다도 단단하며 아름답다. 하여 이번 전시에서 그 가치를 다시금 빛내고자 했으며 전시가 끝난 후에는 또다시 새로운 곳으로 쓰임을 찾아 떠날 예정이다.
Section 1. 한옥 발견(Discovery of Hanok)
서울 한옥 정책 변천 소개와
2022 서울한옥 사진 및 영상 공모전 수상작 전시 섹션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한옥 발견’ 섹션에서는 지난 20년간의 한옥 정책 변천사와 ‘서울한옥의 면면을 보다’를 주제로 한 제2회 <서울건축자산 시민공모전> 수상작 전시가 진행 중이다. 총 238건의 작품이 접수되었으며 1차 전문가심사, 2차 대시민심사를 거쳐 선정된 15건의 작품을 소개한다.
한옥 정책의 변천사
· 실험기 (2002년~2007년) : 북촌 한옥 보전을 위한 다양한 주체들의 선도적 노력
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지고 있었던 한옥 주거지역의 위기를 한옥 등록제 등을 통해 주민과 함께 극복해나가며 서울시 한옥정책이 시작되었다. 주민들의 자발적 활동으로 시작해 민간조직과 공공의 협력을 통해 한옥 규제 중심에서 보전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거뒀다.
· 도약기 (2008년~2014년) : 지키는 한옥에서 만드는 한옥으로
북촌에서의 한옥 보전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한옥밀집 지역 확대, 개보수 비용 상향 등의 내용을 담아 2008년 ‘서울한옥선언’을 한다. 특히, 보전을 넘어 은평 뉴타운 내 신규 한옥마을을 조성하는 등 한옥의 보급, 확산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갔다.
· 발전기 (2015년~2022년) : 한옥 등 건축자산 관리와 지원 확대
2014년 ‘한옥 등 건축자산법’ 제정에 따라 근현대 건축물과 공간환경, 기반 시설에 이르기까지 정책 대상이 확대되었다. 서울시는 2015년 ‘서울한옥자산선언’을 통해 ‘한옥 등 건축자산’의 현대적 활용을 목표로 서울 전 지역의 건축자산에 대한 발굴, 지원, 활용 사업들을 추진해오고 있다.
· 확산기 (2023년~) : 세계시민과 함께 누리는 한옥 등 건축자산
서울시는 지난 20년간의 정책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도심 주거 유형이자 미래건축으로서 한옥의 기능성을 모색하며, 서울한옥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발굴하여 세계시민도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확산시켜 나가고자 한다.
Section 2. 한옥 스타일(Hanok Style)
새롭고 다양한 서울한옥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섹션
더 이상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는 한옥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기 위해 구상된 한옥 스타일 섹션. 작업실, 스테이, 정원 공간을 통해 낯설지만 익숙한 한옥의 감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덴스크(dansk) 김효진 대표와 아엘시즌(al-season) 김미연 대표의 디렉팅을 거쳐 완성된 ‘온전당’, ‘취유헌’, ‘주성원’ 3개 공간을 통해 현대적인 한옥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본다.
온전당(穩全堂)
: 온전함을 전하는 복원가의 작업 공간
DIrecting : 아엘시즌 김미연 대표
Artist : 정수희, 박신영, 서광수, 신근식, 지순탁, 한상묵, 홍지수, 화란
온전당은 선조의 삶과 철학이 녹아 있고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문화유산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옛 기물이 가진 온전하고 숭고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과거의 시간을 더듬고 그 흔적을 매만지는 복원가의 작업 공간을 재현했다. 오랜 세월을 머금은 기물로부터 느껴지는 신비로움과 먹을 입힌 한지의 묵직함 앞에서 한옥의 정취는 더욱더 깊어만 간다. 복원가의 작업 공간을 재현하기 위해 특별히 정수희 문화재 복원가와 함께 채운 공간이다. 그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복원한 달항아리와 백자 등 다양한 기물을 관람할 수 있다.
취유헌(趣有軒)
: 취향이 머무르는 공간
Directing : 덴스크 김효진
Artist : 강우림, 박원민, 크리스 로, 한스 웨그너
덴마크 빈티지 가구 컬렉터이자 덴마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는 덴스크 김효진 대표의 취향으로 채운 취유헌. ‘소박함’과 ‘간결함’이 한국의 전통 한옥과 20세기 초 스칸디나비안 가구가 서로 맞닿아 있는 지점이라 말하는 그는 물리적인 거리와 시간을 넘어 지금 여기 한옥에서 둘의 조화를 선보이게 되었다. 취유헌은 ‘공간1’과 ‘공간2’ 그리고 ‘대청마루’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1은 바쁜 일상 속 스트레스와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채우기 위해 프리츠한센의 1인 카우치 소파와 조선 반닫이 등을 전시하였다. 공간2는 다과와 차를 나누며 지인과 소통하고 취향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완성하고자 프리츠 한센 테이블과 루이스 폴센 조명을 두었다. 김효진 대표가 직접 오랜 시간 소장해온 빈티지 가구와 한국의 젊은 신진작가의 작품을 함께 배치해두면서 단조롭지 않은 공간으로 완성했다. 또 대청마루 중앙에는 강우림 작가의 바디감 있는 원목 테이블을 두어 공간의 중심을 잡았다.
주성원(周省院)
: 자연과 계절을 두루 품은 이해의 정원
Directing : 아엘시즌 김미연
Artist : 김미연, 김성철, 김지선, 김지은, 김형술, 류은정, 박성욱, 슈퍼포지션, 스튜디오 신유, 유수연, 윤소현, 이금영, 이재훈, 하지훈
소박하고 담담하지만 깊이가 있는 한국의 미학을 담은 주성원. 세세하게 변모하는 자연의 정취 속에서 나를 들여다보고, 자연의 품으로 한걸음 한걸음 내딛어 가는 사유의 시간이 펼쳐진다. 자연을 관조하며 생의 유연함을 배우고자 한 선조들처럼 이 공간은 산을 등지고 물을 마주 보고 있는 배산임수를 모티프로 하였다.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와 돌, 그리고 흙과 같은 자연의 재료를 사용해 부드러운 능선의 한옥을 지었던 만큼 한옥의 환경을 가장 잘 표현한 공간이기도 하다. 더불어 슈퍼포지션의 소반과 스튜디오 신유의 가구, 하지훈 작가의 소반 등 다양한 공예가의 작품들과 스튜디오 누에의 한국적인 정원 조경을 만날 수 있는 주성원. 툇마루와 정원이 어우러지고 자연과 계절을 두루 품은 쉼의 공간으로 재해석하였다.
Section 3. 한옥 산책(Hanok Walking Tour)
전문가가 소개하는 서울시내 한옥 스폿 투어 영상 및
다양한 한옥 활용 사례 소개 섹션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진행되는 한옥 투어는 전시장 한옥 구조물을 설계한 참우리 김원천 건축가의 도슨트와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오프라인 한옥 투어 관람객은 서울한옥포털 온라인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신청 마감) 총 45명을 선발해 3회차에 걸쳐 진행된다. 11월 24일 하루 동안 1회차-북촌, 2회차-경복궁 서측, 3회차-대사관코스로 진행될 예정이며, 북촌 투어는 지우헌, 북촌빈관, 설화수 북촌, 카페 비담, 청원산방을. 경복궁 서측 투어는 운경고택과 홍건익 가옥을. 대사관 투어는 주한스위스대사관을 방문한다.
(좌)홍건익 가옥 전경 ⓒ서울한옥포털
(우) 주한스위스대사관 청사 전경 ⓒ주한스위스대사관
전시장 내 ‘한옥 산책’ 섹션에서는 온라인 한옥 투어 영상도 함께 상영 중이다. 온라인 한옥 투어는 ‘서울한옥일상’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선공개 되었으며, 김원천 소장과 함께 지우헌, 스위스대사관, 북촌 설화수의집&오설록티하우스북촌점, 북촌빈관, 홍건익 가옥, 청원산방, 비담을 둘러본다.
오프라인 전시와 함께 ‘서울한옥포털’에서 동시 진행되는 온라인 전시는 서울한옥포털에서 360˚VR 뷰어로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다. 실제 전시장을 방불케하는 온라인 전시를 통해 <서울한옥일상> 전시의 면면을 들여다보며 현장의 감동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한 해의 끝에서 한옥이 우리에게 주는 문화적 의미를 되새기고 디자인프레스가 새롭게 제안하는 한옥 라이프스타일을 놓치지 말길. 이번 전시는 연장되어 12월 4일까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비움홀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하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