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클라라 추
ㅡ 홍콩에서 나고 자란 뒤, 지금은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네요.
토론토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사우스 런던에 있는 UAL 캠버웰(Camberwell College of Arts,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에서 예술과 디자인 파운데이션 코스를 이수했어요. 이후 런던 패션 컬리지(London College of Fashion)에서 학부 과정으로 여성복을 전공했고, 로열 컬리지 오브 아트(Royal College of Art)에서 패션 석사 학위를 받았죠. 현재 핸드백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다양한 기업, 기관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칫솔, 숟가락, 청소기, 카펫 같은 일상 용품을 활용해 팝 컬러의 액세서리를 만들죠.
ㅡ 졸업 후에 바로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디자이너로 알려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학교에 다니면서 어떤 준비를 했나요?
학부 때부터 본래의 형태를 바꾸거나 그 목적을 다르게 볼 수 있고 조립이 가능한 방식의 뭔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 방향을 명확히 하고자 석사 과정에 지원했고요. 석사 졸업 후에는 럭셔리 액세서리 피스를 만드는 레이블인 소피아 웹스터(Sophia Webster)의 핸드백 디자인 팀에서 8개월간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일하는 중에 패션 및 액세서리 관련 공모전에 지원했고, 2020년 알리안츠가 주최하는 ITS 어워드(The International Talent Support competition)에서 책임감 있는 액세서리 상(Responsible Accessories Award)을 수상했죠. 타파웨어(Tupperware), 물병 뚜껑 등으로 만든 졸업 작품 컬렉션으로 업계 전문가들의 자금 지원이나 멘토링을 받은 것도 브랜드를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ㅡ 디자인 콘셉트를 처음 개념화했을 때가 언제인가요?
석사 첫해였어요. 그때 저는 음식 패키징의 세계를 탐구하고 있었죠. 식자재 운송이나, 배달 음식, 런치 박스 등과 그와 연관된 도구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해왔고, 각기 다른 문화에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을 조사했고요. 타파웨어 용기가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그걸 활용해서 런치 백(Lunch bag)을 리디자인해 패션과 결합하자 결심했죠.
ㅡ 의도적으로 눈에 확 띄는 팝 컬러를 사용하는 것인가요?
모든 기본 재료를 저는 색상으로 구분해 아카이빙해요.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 고객이 원하는 색상을 묻죠. 그 안에서 재료를 선택하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그 색상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커튼 링 4개를 써야 하는데, 검은색이 세 피스, 흰색이 한 피스가 있다면 그냥 있는 대로 써요. 이런 비대칭 색상이 주는 즐거움이 분명히 있거든요.
ㅡ 재료를 선택하고 조합할 때 고려하는 자신만의 규칙이 있나요?
숄더 백, 탑 핸들 백, 토트 백 등 제품의 스타일을 먼저 결정합니다. 그리고 피팅, 버클, 핸들 같은 세부 사항을 생각하면서 기능적으로 유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상자에서 찾기 시작하죠. 실 대신 전화선, 숄더 스트랩으로는 샤워 호스를, 버클로 으레 사용되는 금속 후크 대신 샤워 커튼 고리나 싱크대 마개로 디자인하는 거예요. 가전제품을 분해해서 어떻게 조립되었는지를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돼요. 제 디자인은 마치 레고를 만드는 것과 유사하거든요. 재밌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때로는 도전적이죠.
ㅡ 재료는 주로 어디서 구하나요?
런던의 거리 위에서요. 길거리는 물론 창고 세일, 중고품에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거나 곧 버려질 가정용품을 가져와요. 친구, 가족들은 이제 고장 난 케이블이나 헤드폰을 버리기 전에 저에게 연락해요. 런던 남부의 지역 예술 자선단체인 ‘워크앤플레이(Work and Play)‘도 빼놓을 수 없어요. 주방용품부터 패브릭까지 버려진 재료가 슈퍼마켓처럼 진열되어 있어 필요한 걸 찾기 수월해서 자주 들려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기부를 많이 받았고요. 최근 받은 것 중엔 아기용 플라스틱 반지가 있네요.
ㅡ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특별히 찾는 곳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촉감에 특히 집중하는 편이에요. 매일 보고, 사용하고는 물건에서 의외성을 발견하려 노력하죠. 알레시의 병따개든, 아침에 방에서 나갈 때 만지는 문고리 같은 것. 데이비드 라샤펠(David Lachapelle), 자크 타티(Jacques Tati), 판데모니아(Pandemonia)나 마르티노 감퍼, 제시카 스톡홀더(Jessica Stockholder)도 자주 들여다보는 예술가이고요. 사람들이 물건의 쓰임을 의도적으로 변환해 내놓는 제 작품을 보고 놀랄 때, 그 순간이 작업의 원동력이기도 해요. 그 표정을 계속 보고 싶거든요.(웃음) 또 홍콩에서 유년기를 보낸 점도 한몫해요. 보물찾기하듯 그 도시의 오래된 거리를 배회하길 즐겼는데, 그때 느꼈던 낯섦이나 놀라움이 제 작업의 기초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ㅡ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필름 슬라이드, 청바지, 테이블 보, 반지로 만든 포토 슬라이더 백(Phoro Slider Bag)이요. 90년대에 찍은 사진들인데, 산, 해변, 건축물, 흥미로운 문구들로 채워져 있죠.
ㅡ 패션 아이템으로는 확실히 눈에 띄는데, 백의 실용성은 얼마나 고려했나요?
두 요소를 모두 반영하려고 노력해요. 직사각형 얼음을 만들 수 있는 얼음판은 립스틱을 분류하는 데 사용한다든가, 접었다 펼 수 있는 컵을 백 안에 넣어 필요에 따라 크기를 변환할 수 있게 한다든가, 지퍼백을 고정된 파우치로 사용하는 식으로요.
ㅡ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죠?
제 브랜드의 철학과 비전은 평범한 물건에 또 다른 기회를 주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일회용품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디자인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됐어요. 그 과정에서 런던 지역 커뮤니티의 환경과 자원의 선순환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최종 작품을 전달할 때 거기에 사용된 재료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해요. 브랜드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투명성이거든요.
ㅡ 아틀리에 100(Atelier100)은 런던 중심인 트라팔가 광장에서 반경 100km에 거주하는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여기서 만든 첫 컬렉션이 막 출시됐죠.
아틀리에 100측으로부터 프로그램에 지원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저 같은 크리에이터가 좀 더 꼴을 갖춘 브랜드나 생산자가 되도록 도와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인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런던 현지의 제조업체를 방문해서 그들의 경험과 조언을 들을 수 있어서 특히 좋았고 그 밖에도 자금 지원, 재무 관리, 재료 조달 전략, 트렌드 예측 등 현실적인 교육도 받았고요. 앞으로 더욱 효율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되리라 확신해요. 저 외에 참여한 12명의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서로의 생각과 공유한 경험 또한 잊을 수 없고요.
ㅡ 그럼 이번 아틀리에100과의 컬렉션 출시가 배운 전략을 실현해 보는 기회였겠네요.
맞아요. 하나씩 개별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아닌, 4개의 디자인을 10가지 버전으로 작업해봤어요. 디자인이 같으니, 같은 조립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었고, 유사한 패턴 절단 기술을 사용해서 효율적인 제조 공정을 만들 수 있었죠. 소재 면에서는, 그간 플라스틱, 실리콘 소재를 주로 다루던 것과 달리 욕실 매트, 카펫, 벨벳 커튼처럼 더욱 부드러운 재료를 사용했어요.
ㅡ 런던에서 활동할 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협업하거나 서로의 작업을 지지해줄 크리에이터를 만날 기회가 끊임없다는 점. 또 크리에이터를 모으고 돕는 지역 사회 주도의 행사, 워크숍, 전시회가 아주 많다는 것도요.
ㅡ 지금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가 있나요?
크리스마스에 맞춰 주문받은 백을 제작하고 있어요. 곧 런던의 스트랫포드 호텔에서 전시도 할 예정이고요.
ㅡ 어떤 디자이너로 자리 잡고 싶은가요?
작은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중이에요. 가깝게는, 고객분들이 기부한 재료로 만든 새 백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을 견고히 해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싶게 유도하는 거예요. 맞춤형 백을 구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도 개발하고 싶고요. 4월에 네덜란드 아른헴(Arnhem)의 아트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후엔 언젠가 제 백을 예술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보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