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수 80만 명, 서남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부탄은 히말라야산맥 높은 곳에 자리한 불교 왕국이다. 수도원, 산과 숲, 강과 빙하 호수, 오염되지 않은 풍부한 자연 생태계와 함께 행복지수가 높은 국민들과 탄소 네거티브 국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부탄의 비범한 자연과 문화를 직접 경험한 해외 방문객은 사실상 많지 않다. 이에 부탄은 지난 폐쇄 기간 동안 국가 발전 및 관광 촉진을 위한 정책과 계획을 수립했으며, 특히 젊은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기회 창출에 포커스를 두었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국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부탄 국민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부탄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세계의 청중과 더욱 긴밀히 연결하고자 한다.
부탄의 새 국가 브랜딩을 위해 런던과 서울에 기반을 둔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에이전시 MMBP&Associates가 함께 했다. 부탄이 지닌 고유한 역사와 풍경, 미래지향적인 야망을 찾고 독창적인 스토리를 담기 위해 MMBP&Associates 팀은 부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부탄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해야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다. 공동 설립자이자 매니징 디렉터 줄리앙 보프레 생마리(Julien Beaupre Ste-Marie)와 그의 팀은 부탄의 수도 팀푸(Thimphu)와 부탄의 옛 수도였던 푸나카(Punakha)를 비롯해 루나나(Lunana), 붐탕(Bumthang), 라디(Radi)에 이르기까지 수백 명의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직접 많은 것들을 느끼고 경험했다.
줄리앙 보프레 생마리는 “새로운 국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부탄 왕국과 긴밀히 협력한 것은 우리에게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혼란이 컸고,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점에서 작지만 강력한 국가인 부탄은 세계와 나눌 많은 교훈을 지니고 있다.”라고 밝히며, 이번 브랜딩 작업으로 국가 비전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이번 국가 브랜딩 전략의 핵심인 그래픽 아이덴티티는 부탄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는데,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추구하기 위해 컬러 선택에 심혈을 기울였다. 먼저 부탄 국기의 선명한 노란색과 주황색을 키 컬러로 정하고, 국가의 70%를 덮고 있는 숲의 사이프러스 그린, 국화(國花)의 파란색, 히말라야 블루 양귀비, 부드러운 검은색까지 부탄이 지닌 컬러 팔레트를 십분 반영했다. 메인 컬러 외에도 부탄의 전통 건축 양식에서 볼 수 있는 천연염료인 미네랄 주홍색과 소라껍데기, 백단향과 연꽃의 컬러처럼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색상을 추가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메인 및 서브 컬러와 강렬한 시각적 대조 및 보완을 이루는 컬러들로 역동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완성했다.
이러한 색깔을 바탕으로, 부탄의 문화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전통 모티프를 디지털화하며 재해석한 장식, 활기찬 유산에 뿌리를 둔 부탄의 역동성과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길조의 상징, 마지막으로 불교 신화의 네 가지 상서로운 짐승을 재해석한 신화 속의 동물들을 그래픽적 요소로 활용했다.
로고 타입은 유서 깊은 전통과 장엄한 풍경에 기반을 두고, ‘대담하고 자신감 있는(Bold, Confident)’, 미래 지향적인 정신을 반영해 ‘현대적이고 명확하게(Contemporary, Clear)’, 왕국의 기본적인 성격을 담아 ‘전통적이고 따뜻한(Traditional, Warm)’, 명료한 ‘가독성과 확장성(Legible, Scalable)’, 디지털 사용에 적합하도록 ‘반응형 및 기능적인(Responsive, Functional)’ 키워드를 토대로 작업했다.
부탄의 지속 가능한 관광 개발 및 홍보를 담당해 온 부탄 관광 위원회(Tourism Council of Bhutan)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카리사 니마(Carissa Nimah)는 “부탄은 이미 매혹적인 여행 목적지임이 분명하지만 훨씬 더 많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전국에 걸쳐 긍정적인 성장과 변화의 전략적 동인으로서 관광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과 함께 이러한 변화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 새로운 국가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부탄 문화의 에너지, 모험, 영성, 신비로움과 영감을 포착해 내며 매우 흥미롭고, 유쾌하고, 활기차며, 독보적인 차별성을 지닌다. 이번 브랜드와 더불어 신 관광 전략을 전 세계적으로 홍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국가 아이덴티티는 이미 관광 부문 전반에 걸쳐 큰 찬사를 받았으며, 정부 기관, 국가의 공식 웹사이트, 국경일 행사와 새로운 우표 디자인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글 유승주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BHUTAN Travel, MMBP & Associa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