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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5

지속 가능을 향한 10년의 여정과 연대

래코드와 크리에이터들이 선보이는 <래콜렉티브: 25개의 방>
낡은 주택가 창문에 파란 풀이 솟았다. 업사이클링 기반 패션 브랜드 ‘래코드’는 론칭 10주년을 맞아 <래콜렉티브: 25개의 방(Re;collective: 25 guest rooms)>을 열고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연대 강화에 나섰다.
코오롱 FnC 래코드가 10주년을 기념해 연 전시가 열리는 신사하우스 | 사진 제공: 코오롱 FnC

래코드는 패션 업계에서 환경이나 업사이클링 개념이 자리 잡기 전인 2012년부터 꾸준하고 뚝심 있게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개해온 브랜드다. 10주년을 맞은 지금, ‘가치 있는 같이’를 모토로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다. 이번 전시는 래코드가 전개해 온 콜렉션과 무브먼트를 모아 선보이는 ‘래코드 존’ 그리고 각자의 영역에서 래코드와 뜻을 같이하는 디자이너, 아티스트, 브랜드의 전시로 구성된 ‘프렌즈 존’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되었다. 래코드 존에는 14개의 방, 프렌즈 존에는 11개의 방(총 25개의 방)이 각각 관람객을 맞는다.

'불' 대신 '풀'이 자라나는 집을 모티브한 전시 디자인. 래코드는 전시 종료 후 사용했던 현수막을 의류나 용품 등으로 업사이클링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옥외 현수막 소재가 아닌 입을 수 있는 천 소재를 사용했다. | 사진: 디자인프레스

전시 전반 디자인은 2019년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그레타 툰베리가 환경 문제의 긴박함을 “우리들의 집에 불이 났어요”라고 한 연설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리가 일찌감치 변화한다면 바람대로 불대신 풀이 나는 집과 지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코오롱FnC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 한경애 전무는 “환경, 지속가능성은 어느 한 사람, 한 브랜드만의 고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래코드가 지난 10년간 재고 업사이클링 솔루션에 집중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프렌즈’와 함께 패션이 더 이상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지려 한다. 전시에 온 여러분은 또 한 명의 ‘래콜렉티브’다. 끝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될 ‘가치있는 같이’를 함께 해주길 바란다”며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 타이틀인 ‘Re;collective(래콜렉티브)’는 래코드가 제안하는 지속 가능 연대의 타이틀이자 키워드가 될 예정이다. 일회성이 아닌 하나의 이니셔티브로 래코드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래코드에서 사용하는 업사이클 소재와 부자재를 사용해 나만의 키링을 만드는 리테이블(Retable) 워크숍을 진행한다. | 사진: 디자인프레스
래코드의 10년간의 발자취를 아카이빙한 래코드존. 작은 수선실인 박스 아뜰리에에서는 매주 목요일 래코드의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볼 수 있는 sns 라이브를 진행한다. | 사진: 디자인프레스
남성복을 여성복으로 바꾸기 위해 옷을 모두 해체한 뒤 다시 만들 때도 있다. 옷의 이음새 부분이 로우한 점을 래코드는 디자인 디테일로 표현한다. 넥타이 심지를 40개 이어 붙인 아이보리 드레스처럼 의류뿐 아니라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업사이클한다. | 사진: 디자인프레스

래코드의 세계관

패션 산업은 환경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새로운 옷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사명감과 버려진 옷들이 망치는 환경 문제 사이에서 해결책을 찾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래코드가 태어난 2012년은 역설적이게도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세계를 장악하던 시점이다. 이번 시즌만 ‘입고 버린다’는 개념은 고스란히 지구에서 감당해야 할 쓰레기를 가중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건비가 싼 개발도상국 생산 공장을 돌리면서 해당 노동 문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래코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30여 개 브랜드에서 3년 이상 재고로 쌓인 의류를 활용해 업사이클 의류를 만든다. 고용 또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주어질 수 있게 운영했다. 래코드존에는 십 년간 래코드가 걸어온 지속 가능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아카이브가 펼쳐졌다.

(왼쪽부터) 아름지기와 함께한 전시에서 안 입는 한복을 기증받아 사람의 생애주기별 의복을 만들었다. 진태옥 디자이너와의 협업 컬렉션. 오수 작가와 협업한 거울의 방 은 코오롱 스포츠의 초록색 바람막이 점퍼와 재고원단으로 만든 것 | 사진: 디자인프레스
(왼) 버려지는 자동차 에어백으로 설치미술을 만들었다. (오) 자연의 이치를 적용한 '썬-블리치' 기법으로 주목받는 글로벌 루키, 지용킴과의 협업 컬렉션 | 사진: 디자인프레스

그동안 만든 10년간의 컬렉션 아카이브, 2016년 아름지기 재단과 진행한 <저고리, 그리고 소재를 이야기하다>에서 기증받은 한옥으로 인생주기의 옷을 표현한 의상들, 2018년 발달장애 아티스트 픽셀킴의 그림들, 라코스테, 진태옥 디자이너, 지용킴과 함께한 협업 컬렉션은 물론 방탄소년단이 착용했던 의류를 활용한 하이브 인사이트, 실제 사용하는 재활용 에어백을 설치미술 형태로 전시했다.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으로 래코드의 부품과 원단을 활용해 키링을 만들어 보는 세션, 매주 목요일 래코드의 옷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시연하는 sns 라이브도 열린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은 배우 류준열과 뮤지션 요조의 내레이션은 전시장에 묵직한 메시지를 울린다.

회개의 공간부터 옥탑방 작은 자연까지

크리에이터가 만든 11개의 공간들

다양한 내장 기관들의 기능과 형태에서 모티브를 얻은 우한나 작가의 'Bag with you' 시리즈는 버려지는 자투리 천을 모아 제작한 것 | 사진: 디자인프레스
(왼) 연진영 작가의 'Padded Lobster' (오) 아워레이보의 'Our Sin' | 사진: 디자인프레스

프렌즈존에서는 환경과 지속 가능 이슈에 대해 평소 많은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11개(팀)의 크리에이터와 브랜드의 전시가 진행된다. 요즘 가장 떠오르는 창작 그룹인 아워레이보는 ‘우리의 죄(Our Sin)’을 통해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행동들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우한나 작가는 래코드에서 사용하는 자투리 천을 활용해 메고 다닐 수 있는 유기적 형태의 가방 ‘Bag with you’ 시리즈를 만들었다. 재고로 남은 패딩, 산업용 앵글, 덕트, 파이프 등의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연진영 작가는 구스 다운 재킷을 활용해 거대한 랍스터를 전시장에 들여놓았다. 홍영인 작가는 아트선재센터와 함께 영국 체스터 동물원에서 관찰한 코끼리의 짚풀 신발을, 문승지 디자이너는 한 장의 합판에서 네 개의 의자를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을 소개한다. 가구의 제작과정에서 생겨나는 산업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프로젝트, 이코노 체어로 그는 지난 2014년 래코드 명동성당점의 제로웨이스트 체어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연이 있다.

(왼) 한 장의 합판에서 버려지는 폐기물을 최소화한 이코노 체어, 문승지 (오) 수직적인 진화가 아닌 수평적 진화로서 회전 가공 방법을 고안한 조 나가사카 | 사진: 디자인프레스
데이비드 드 로스 차일드 x 현대자동차의 'Nature Booth & Geodesic Tree' | 사진: 디자인프레스

쓰레기를 키워드로 제품 디자인, 전시, 기업과 협업을 전개하는 져스트 프로젝트는 래코드에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원단으로 어떤 형태도 안정감 있게 감쌀 수 있는 보자기를 만들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계보를 잇는 조 나가사카는 인류의 문명사에 중요한 발견인 회전운동에 대한 진지한 오브제를 선보였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옥탑방에 마련된 데이비드 드 로스 차일드 X 현대자동차의 공간으로 연결된다. 영국의 유명 탐험가이자 생태학자, 환경운동가인 데이비드 드 로스 차일드는 이번 전시에 뜻을 같이하며 작은 자연을 구상했다. 공간에 들어서면 잠시나마 진한 흙과 풀내음이 훅 느껴진다. “최근 언제 자연을 경험해 봤나요?” 자연의 냄새와 소리를 듣는 것.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소중한 존재는 우리가 지구에 잠시 머무는 손님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일깨워 주는 듯하다.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래코드

프로젝트
<래콜렉티브: 25개의 방(Re;collective: 25 guest rooms)>
장소
신사하우스
주소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27
일자
2022.10.22 - 2022.11.10
시간
11:00 - 18:00
주최
래코드
주관
래코드
기획자/디렉터
전은경
크리에이터
큐레이터 | 최인선, 아트디렉터 | 아워레이보
참여작가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X 현대자동차, 라코스테, 래코드, 문승지, 아름지기, 아워레이보, 연진영, 요조 X 스키마타 아키텍츠, 지용킴, 진태옥, 카르텔, 픽셀킴, 하이브 인사이트, 홍영인 X 아트선재센터
링크
관람 예약
이소진
헤이팝 콘텐츠&브랜딩팀 리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미술, 디자인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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