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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22-10-24

떠나기 좋은 계절, 전시장에서 만끽하는 국내여행

복합문화공간 piknic의 새로운 전시

장소피크닉 (서ㅓ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날씨가 제법 선선해지면서 산으로, 바다로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서울에서 여행의 설레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회현동 피크닉으로 발걸음을 향해 보면 어떨까. 한 권의 가이드북 같은 전시, <국내여행(Grand Tour Korea)>가 10월 22일부터 내년 2월 1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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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타지 않고 떠나는 그랜드 투어

코로나의 영향으로 해외를 나가는 대신 국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 하늘길은 다시 열렸지만 이미 국내에 이렇게 좋은 곳이 많다는 걸 알게 된 후라 이전으로 쉬이 돌아가진 않는듯하다. 1박 2일, 당일치기로도 떠날 수 있는 국내 여행지는 큰맘 먹지 않아도 훌쩍 떠날 수 있는 좋은 선택지다. <국내여행>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의 면면을 담아낸 예술가들의 작품과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한 권의 가이드북 같은 전시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젊은 청년 귀족들이 유럽 곳곳을 답사하는 ‘그랜드 투어’가 유행이었다. 견문을 넓히고 외교 감각을 익히는 교육 목적의 여행이었는데 엘리트를 만드는 코스로써 18세기에는 유럽 전역에까지 퍼져나갔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대학생의 유럽 배낭여행이 인기였다. 코로나 이전까지 연간 3천만 명이 해외로 나갔다고 하는데,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국제 감각을 키우려는 욕구가 큰 나라고, 트렌드에 대한 흡수력도 빨라 외국의 좋은 것은 금세 국내에 소개됐다. 이제는 그 시야를 우리나라 땅으로 돌아보게 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번 전시명 뒤에 ‘그랜드 투어’가 붙은 이유다. 전시는 우리나라 산과 바다 마을과 도시를 차례로 순례하며 새로운 시선으로 관람자를 안내한다.

1958년, 북한산 노적봉에 올라 산을 바라보는 풍경을 담은 사진들. 김근원 작가가 평소 가지고 다니던 물건들과 필름 자료들이 소개되었다.

여정이 곧 보상이다

떠나는 이유도 목적지도 제각각이다. “여정이 곧 보상이다”라고 이야기한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일단 그 여정 자체에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전시의 시작은 ‘관동별곡’으로 시작한다. 송강 정철의 여행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이규태 작가의 ‘향유’는 여행이 주는 일상의 환기와 설렘을 잘 드러낸다. 전쟁의 아픔을 헤쳐나가던 50년대 후반, 우연히 북한산에 등정했다 그 매력에 사로잡힌 김근원 작가는 이후 23만 장의 산 사진을 남겼다. 지금 같은 등산복도 없이 로프를 칭칭 어깨에 둘러메고 노적봉에 오른 모습은 지금 보기에 퍽 감상적으로 다가온다. 그의 사진들은 한국 근대 등산문화의 변천사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제주의 오름을 찍는데 평생을 바친 김영갑의 사진들도 몇 점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 강요배, 박대성, 유근택 등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거장들이 그려낸 풍경과 작가 호상근, 영화감독 김종관, 무대미술가 여신동의 작품이 전시된다.

소쇄원과 양동 마을의 풍경
하미현 작가의 <입말 음식> 전시 전경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과 감상들

이번 전시에서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면 그중 하나는 사랑방에서 앉은 시선 그대로 담은 차경 영상이다. 창을 통해 자연의 풍경을 안으로 들이는 ‘차경’의 개념은 우리나라만의 미학이다. 유럽의 가든이나 일본의 정원은 만들어진 아름다움이라면 우리나라는 시야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곁에 두는 방식을 택했다. 양동 마을의 한옥과 지붕 처마에 떨어지는 빗방울, 마을 큰 나무와 평상을 둘러보다 보면 잠시 이곳을 거니는듯한 기분에 빠진다. 우리나라는 3천 300여 개의 섬이 있는 나라다. ‘바다너머’ 섹션에서는 ‘바다의 산’인 섬의 지형과 문화를 다룬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제주에도 섬만의 독자성과 토속성이 있다. 하미현 요리 연구자는 문헌에 없는 제주의 ‘입말 음식’을 연구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음식을 취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452일 동안 123명의 제주 사람들을 만나 알게 된 132가지의 음식 이야기를 책과 전시로 선보인다. 걷기 좋은 세 도시도 방문한다. 100년 된 건축물들이 그대로 보존된 근대의 도시 군산과 한때 큰 항구였던 목포, 철도역을 중심으로 번성한 대구다. 천천히 걷다 보니 전시장을 빠져나올 때쯤이면 진한 여행의 여운이 남는다. 피크닉 건물 옥상에서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다음 여행을 기약하게 될지 모르겠다.

<국내여행(GRAND TOUR KOREA)>

 

전시 기간 2022. 10. 21 – 2023. 02. 19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 장소 피크닉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관람 시간 10:00 – 18:00 (입장 마감 오후 5시)

이소진 수석 에디터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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