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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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6

2022 부산비엔날레 스팟 및 작품 가이드 ③

부산의 과거와 현재, 초량 그리고 영도
부산현대미술관과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을 둘러보고 부산비엔날레의 여정을 멈춘다면 큰 낭패일지 모른다. 영도와 초량 전시장은 앞선 두 전시장에 비해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로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급변하는 도시의 풍경을 품고 있는 초량은 언덕과 언덕을 이은 산복 도로를 통해서 이동할 수 있는데, 산과 언덕에 빼곡히 자리 잡은 거주지와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혼재된 부산의 도심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부산의 과거와 오늘을 간직한 초량 일대 전경

부산은 해방과 한국 전쟁 그리고 산업화를 겪으며 귀환동포와 피란민 그리고 노동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이들이 터를 잡은 곳이 바로 초량이다. 산과 언덕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도로를 하나씩 이어가며 하나의 지역을 형성했다. 하지만 오늘날 북항재개발과 함께 초량 일대에도 재개발의 바람이 일고 있다. 대형 호텔과 브랜드 아파트가 하나 둘 들어서는 모습은 분명 혹자에게는 호재이겠지만, 한편으로 산복 도로에서 바라볼 수 있던 부산 바다 풍경이 점차 가려지는 건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부산의 과거와 오늘을 간직한 초량 일대 전경

김해주 전시 감독은 이처럼 사라져 가는 초량의 역사와 변화하는 도심 풍경과 개발의 모습을 주목하는 장소로 초량을 택했다. 초량 전시장은 산 중턱에 자리한 주택 한 채를 사용한다. 곧 쓰러질 듯한 공간을 경험하며 초량의 변화하는 모습을 체감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송강중공업의 폐공장 건물을 전시장으로 활용한 영도 전시장

지난 2020년 부산비엔날레에 이어서 영도는 올해에도 다시 한번 비엔날레 전시 장소로 선택받았다. 영도는 근대 조선공업의 중심지로 선박 건조 및 수리 산업이 발달된 곳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HJ 중공업을 비롯해 선박을 수리하고 건조하는 기업들이 자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과거 선박 의장품, 조립금속품, 산업기계 등을 제조해 온 송강중공업의 폐공장 건물을 전시장으로 활용한다. 옛 공장의 골조가 그대로 남아 있고, 그 안으로는 이미래 작가의 대형 설치 작업 ‘구멍이 많은 풍경: 영도 바다 피부'(2022)가 자리하는데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장 한편에는 ‘영도야외극장’을 마련했다.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저녁 7시(9월)와 6시(10월, 11월)부터 미술 영상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품을 상영한다. 김성환, 김정근, 남화연, 미카 로텐버그&마야드 투시, 박민희, 슈 차웨이, 장세진(사라 반 데어 헤이드) 등 17명(팀)의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송강중공업의 폐공장 건물을 전시장으로 활용한 영도 전시장

한편 영도는 조선 산업뿐만 아니라 한국 전쟁으로 고향을 잃거나 떠나온 실향민과 피란민의 애환이 담긴 공간이다. 이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가장 낮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해왔고 여전히 그 흔적이 곳곳에 자리한다. 이와 동시에 오늘날 영도는 소위 말해 부산에서 가장 힙한 곳으로 손꼽힌다. 수십 개의 선박이 바다 위에 정박한 묘박지 풍경이 보이는 흰여울마을부터 피아크, 신기산업, 모모스 영도 등 개성 있는 공간 콘셉트와 감도 높은 맛과 경험을 선사하는 근사한 카페도 인기다. 부산의 과거와 오늘의 대비되는 모습을 눈과 입으로 경험해 보는 것도 초량과 영도 전시장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초량과 영도 전시장에서 주목할 작가와 작품 2

송민정, 커스텀, 2022, 휴대 전화 여러 대, 영상 설치, 가변 크기 ⓒheypop

송민정 (Song Min Jung)

스마트폰 속 영상을 따라가며 감상하는 송민정 작가의 작업 ‘커스텀'(2022)은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에서 초량 전시장으로 이어진다. 영상은 두 명의 여성 인물 두 명의 여성 인물 하루코(はるこ)와 춘자(春子)의 이야기를 다룬다. 신발 기술자 남편을 따라 부산으로 이주하게 된 하루코는 남편이 일하는 신발 공장에서 우연히 춘자를 만난다. ‘봄의 아이’라는 뜻의 춘자와 1945년 봄에 태어난 하루코는 ‘봄’이라는 시간과 계절에 얽힌 서로의 운명을 감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가 원하는 삶의 이동의 방향이 다르다. 하루코는 부산의 내부로 다가가고 싶어 하고, 춘자는 부산의 외부로 향하고 싶어 한다. 작가는 영상 안에서 시공간의 이동을 주목할 뿐만 아니라 두 개의 전시장에 작품을 배치해 관객의 물리적인 이동을 유도한다. 대형 작품들 사이에서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좇아 이야기를 따라가는 작품은 시각보다는 공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미래, 구멍이 많은 풍경: 영도 바다 피부, 2022, 비계, 폐유, 공사 가림막, 1620x2160x1660cm

이미래 (Mire Lee)

이미래 작가는 그간 시멘트, 철, 석고 등 산업 재료와 비계와 폐유 등 액상 재료를 혼합해 유기체와 같은 시각적 효과와 독특한 촉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을 소개해왔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소개한 대규모 설치 작업 ‘구멍이 많은 풍경: 영도 바다 피부'(2022)는 과거 폐공장의 골조를 작품의 한 요소로 흡수했다. 골조 안으로 자리한 작가의 작품은 구멍이 뚫린 공사 가림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생명체 속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체를 연상케 한다. 한편, 작품의 표면은 영도 조선소에서 선박의 벗겨진 페인트나 조개껍데기를 망치로 두들겨 제거하는 ‘깡깡이 작업’을 떠오르게 한다. 마침 작품의 크기도 선박의 높이와도 다를 바 없다. 작가가 그간 이어 온 작품의 형태와 성질 위에 영도를 둘러싼 자연과 산업 그리고 노동 환경을 곳곳에 반영한 점이 흥미롭다.

Interview with 김해주

2022 부산비엔날레 전시 감독
김해주 2022 부산비엔날레 전시 감독

— 그간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을 역임하시며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셨는데요. 비엔날레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건 느낌이 또 다를 것 같아요. 먼저 이번 비엔날레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하나의 주제와 전시를 일 년여간 집중해서 준비하는 건 특별하고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부산의 여러 장소를 사용하고, 훌륭한 작가님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었고요. 비엔날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을 모아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죠. 비엔날레 개막 이후로는 전시를 관람하신 분들이 남겨주시는 피드백을 흥미롭게 듣고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부산이라는 도시에 대한 감독님의 첫인상도 궁금하더라고요. 아울러 이번 비엔날레를 준비하시면서 새롭게 알게 된 부산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이나 이야기가 있을까요?

부산은 꽤 익숙한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비엔날레 전시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장소와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특히 항구와 조선소, 산복 도로와 박물관 등 여러 장소를 돌아보면서 부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더욱 커졌는데요. 부산이 개항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지난 150년간 여러 역사적 사건을 통해 지금의 도시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것, 근대의 역사가 도시의 형성과 변화에 준 영향이 지금도 도시 풍경 속에 여러 층위로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는 11월 6일까지 열리는 2022 부산비엔날레

— 전시를 준비하시면서 어려우셨던 점은 없으셨나요? 현실에서는 처음 계획했던 것과는 다르게 구현해야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팬데믹의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전시 준비 과정에 늘 있었습니다. 해외 작가들의 리서치도 한동안 진행하기 어려웠어요. 팬데믹 이전처럼 전시를 개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불확실함을 안고 있었어요. 아직 팬데믹이 끝난 건 아니지만, 다행히 여행에 대한 규제가 풀려서 많은 작가들이 한국을 직접 방문할 수 있었어요. 현지에서 작품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고, 오프닝에도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 전경

— 이번 전시 제목이자 주제 ‘물결 위 우리’도 인상적입니다. 특히 ‘물결’이라는 단어의 역동적이고 우아한 느낌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물결’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물결’이라는 단어는 전시 제안의 초기부터 떠올리고 유지해 온 단어입니다. 물론 항구 도시라 바다의 물결을 떠올리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부산의 굴곡진 언덕 지형을 보며 마치 물결의 모양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길을 오가는 몸의 울렁임과 시야의 변화에서 부산은 ‘물결’을 몸으로 체험하는 도시라는 걸 연상했고요. 이러한 지형은 부산이라는 도시의 역사를 반영하기도 하고, 물결의 영문 단어 ‘Wave’로부터 전파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물결’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부산의 지형과 역사 위에서 각 개인의 몸이 그 환경과 긴밀히 엮여 있음을 드러내고 미래를 조망하는 상황을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 2022부산비엔날레는 부산현대미술관, 부산항 제1부두, 초량, 영도까지 총 네 개의 전시장을 사용하는데요. 전시 장소의 선별 기준도 궁금하더라고요. 특히 부산항 제1부두는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만큼 의미가 각별할 듯싶은데요.

전시의 세부 주제와 연결될 수 있는 장소들을 찾았고, 각각 다른 스케일과 특성을 가진 곳을 선택했습니다. 부산항 제1부두는 근대 부산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이주, 산업, 노동 등 세부 주제와도 관계가 있는 장소이기도 하고요. 특히 이번에 사용하는 공간은 70년대에 지어진 거대한 창고인데요. 처음으로 전시장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약 4천 제곱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와 형태라는 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 네 곳의 전시장을 이동하며 부산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도 부산비엔날레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같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추천하는 전시 동선도 있을까요?

네 개의 전시 장소를 보는 특별한 순서는 없습니다. 만약 부산 외부에서 방문하시는 경우라면 공항으로 오는지, 역으로 오는지에 따라 동선을 제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공항에 더 가깝지만 서부권과는 떨어져 있는 반면 부산항 제1부두, 영도, 초량 세 장소는 부산의 구도심과 부산역에 가까우니 두 권역으로 동선을 짜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녁에 진행하는 영도 야외극장 상영 프로그램도 동선에 넣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각 장소를 이동할 때 시간이 걸리는데, 이동하면서 마주하는 도시 풍경도 여행하듯 즐기면 좋겠습니다.

 

— 각 전시장마다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작가의 작업도 있다면 알려주세요.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다 소중해서 언급하기가 힘든데요.(웃음) 초량 전시장은 산복 도로 언덕에 있어 찾아가기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그곳에서 마주하는 도시 풍경과 이에 연결되는 송민정 작가의 작업 ‘커스텀'(2022)을 꼭 감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남화연 작가는 현대미술관에서도 전시를 하고 있지만 부산항 제1부두에 설치된 작업 ‘너의 입은 작은 집'(2022)도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영도 전시장의 이디스 아미투나(Edith Amituanai)의 사진 작업들은 라이트 박스라서 영도 야외극장 상영과 함께 주변이 어두워졌을 때 감상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현대 미술관 야외에는 니나 바이어+봅 킬(Nina Beier + Bob Kil)의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 ‘유효기간'(2022)이 있습니다. 퍼포먼스는 종료되었지만, 설치 작업이 남아있으니 추후 비엔날레 계정에 업로드되는 퍼포먼스 영상과 함께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영도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이디스 아미투나의 사진 작업

— 한편 2018년부터 부산비엔날레는 구도심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데요. 전시 감독으로서 비엔날레가 구도심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원도심은 부산의 옛 중심지로서 개항을 기점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산의 근대 역사가 담겨 있는 지역이지만, 행정, 상업, 거주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은 이제 다른 지역으로 분화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부산으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잘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산비엔날레의 주 전시 공간인 부산현대미술관이 서부권인 을숙도에 자리하는 것도 주요한 배경입니다. 2016년 이전의 비엔날레가 해운대에 위치한 부산시립미술관을 중심으로 열리면서 동부산을 주요 무대로 삼았다면, 2018년 이후 부산현대미술관이 주요 장소로 활용되면서 비엔날레의 무대도 원도심과 서부산권으로 옮기게 된 것이죠.

 

 

— 이번 전시의 세부 주제에는 네 가지 키워드가 존재합니다. ‘이주’, ‘여성과 여성 노동자’, ‘도시 생태계’, ‘기술 변화와 로컬리티’를 주목하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물론 전시 공간과 연결되는 면도 있겠지만, 이러한 주제를 지금 이 시점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세부 주제는 ‘물결’이라는 단어를 부산이라는 도시의 특성과 구체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키워드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작가 리서치를 진행하고, 특히 다른 지역, 나라와의 연결점을 만드는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주’나 ‘여성 노동’은 부산에 대한 서사에서 다소 누락되어 온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이들이 보편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세부 주제는 제가 더 부각하고 싶은 부산의 특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주’를 통해 일궈진 도시라는 지점을 통해서 개방과 포용적 특성을 강조하고, 이 도시의 성장 배경에 있어 여성들의 기여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도시 발전 과정에서의 생태계 이슈와 기술 변화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 등은 부산에 특화된 것이지만, 여러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하는 것입니다. 부산의 이야기를 연결, 확장하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 사이의 공감의 토대를 형성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2022부산비엔날레를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2022부산비엔날레 공식 홈페이지의 정보들을 참조하시기를 권합니다. 홈페이지에는 전시 정보부터 참여 작가와 작품 소개, 저널과 준비 프로그램 등 여러 콘텐츠가 들어 있습니다. 특히 전시와 작품에 참고했던 부산의 주요 사건을 다룬 단어집이 ‘부표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어 있으니 참조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전시 기간 내 아티스트 토크를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니 일정을 참고하시어 방문해 보셔도 좋겠고요. 

이정훈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2022 부산비엔날레

* 2022 부산비엔날레 스팟 및 작품 가이드는 3편의 시리즈로 기획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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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부산비엔날레 첫 번째 스팟 _ 부산현대미술관

② 2022 부산비엔날레 두 번째 스팟 _ 부산항 제1부두

③ 2022 부산비엔날레 세 번째 스팟 _ 초량 그리고 영도

일자
2022.09.03 - 2022.11.06
Art
이정훈
독일 베를린에서 20대를 보냈다. 낯선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쉽게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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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부산비엔날레 스팟 및 작품 가이드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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