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의 제작 과정이 알려지자, AI 툴로 만든 그림은 대회 참가 자격이 없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붓이나 펜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술 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과, 인터넷에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이므로 작가가 온전히 창작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 등이었다. 작가 앨런은 미드저니에 키워드가 될 텍스트를 입력하고 결과물을 수정 및 보완하는 과정에 80시간 이상 소요되었다며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디지털 아트 작품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 그림이 너무나 마음에 들고 이 그림에 매료되었다. 다들 이 그림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앨런에게 300달러의 상금과 함께 1등을 준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측은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이 작품으로 좋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될 거라고 본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으로는 AI 이미지 생성 툴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발하게 활용하는 예술가들도 있다. 바로 이미 컴퓨터를 붓과 펜으로 쓰고 있는 건축가들이다. AI에 흥미를 가진 일부 건축가들은 미드저니, ‘달-E(Dall-E)’, ‘이매젠(Imagen)’ 등 한창 관심을 받고 있는 AI 이미지 생성 툴들을, 기존에 사용하던 이미지 소프트웨어들과 함께 사용하며 더욱 복잡한 이미지를 구현한다. 가장 인기 있는 툴인 미드저니는 현재 채팅 서비스 디스코드(Discord)의 채팅 채널을 통해 베타 버전을 이용할 수 있다. ‘친환경’, ‘유기적’ 등의 키워드나 구체적인 재료의 이름, 혹은 분위기를 묘사한 텍스를 입력해 결과물이 나오면, 그 결과물을 확대하거나 디테일을 추가해가며 구체적인 건축물의 모습을 완성해가는 식이다. 미드저니 안에서 같은 키워드를 반복해 여러 버전의 결과물을 얻거나, 혹은 1차 결과물을 다른 툴에서 조정해 이미지의 해상도를 높인다.
건축가이자 컴퓨테이셔널 디자이너인 마나스 바티아(Manas Bhatia)는 미드저니와 달-E를 이용해 지속 가능한 미래의 건축물을 상상한 ‘AI x Future Cities’ 시리즈를 만든다. 바티아에 따르면, 이 시리즈는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인구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환경과 공존하는 도시 건축물의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살아있는 레드우드 안에 지은 아파트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일상을 보내고 변하는 자연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집으로, 자연과 인공적인 삶이 공생하는 모습을 동화적으로 구현한다. 이처럼 물리적인 설계의 영역을 넘은 ‘유토피아’를 그린 AI의 초현실적인 이미지들은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의 한계를 건드리며 그들이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이미지를 이끌어내는 걸 도와준다.
이 툴들을 실험 중인 건축가들은 ‘AI가 모델을 현실로 구현하는 프로세스를 지금보다 더 쉽게 개선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비춘다. 한편 미드저니와 달E 외에도 메타(Meta)의 ‘메이크 어 씬(Make-A-Scene)’과 스태빌리티 AI의 ‘스테이블 디퓨젼(Stable Diffusion)’ 등 AI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이미지 툴들은 예술가들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건축 매거진 archdaily는 “더 많은 사람들이 고급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창의성의 민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티아와 비슷하게 미드저니로 ‘스펀지 시리즈’, ‘자연 시리즈’ 등 독특한 건축물 디자인을 공개하는 건축가 코리 비그(Kory Bieg)는 디자인 붐과의 인터뷰에서, 작품 제작 과정에 대해 “최종적으로 공개하는 이미지를 완성하는 데는 며칠, 몇 주까지도 시간이 걸리지만, 물론 며칠 정도는 평소에 걸리는 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글 박수진 객원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