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정원을 가꾸는 데 애정을 쏟기로 유명했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어느 편지에 이렇게 쓴 적 있다. “그냥 밝고 그냥 파랗고 그냥 녹색이고 그냥 하얗고 그냥 새빨갛고 그래.” 벚나무와 복숭아꽃, 풀, 하늘, 언덕, 구름이 어우러진 백화요란한 풍경을 들뜬 목소리로 전하고 있지만, 곱씹을수록 그녀 자신의 마음을 묘사하고 있는 것만 같다. 밝고 푸르고 하얗고 붉은, ‘하려고만 하면 뭐든 할 수 있’는 마음을.*
* “그냥 밝고 그냥 파랗고 그냥 녹색이고 그냥 하얗고 그냥 새빨갛고 그래. 그렇게 벚나무마다 꽃송이가 가득하지. 복숭아꽃은 반쯤 폈고, 풀들은 그냥 찰랑이고, 하늘, 언덕, 구름, 모두 하려고만 하면 뭐든 할 수 있어.” <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 중에서, 오빠 오스틴에게 보낸 편지.
직접 열심히 가꾼 꽃과 들풀 사이를 걸으며 마음을 오색으로 물들일 수 있는 건 도시생활자인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또한 하려고만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Part 1. 이야기를 품은 다정한 집
제주, 이탈리아, 스위스에서 만난 정원들
향기로운 식물들이 푸르게 우거진 정원에 첫걸음을 내디디면 세 곳의 집과 정원을 맞닥뜨린다. 작가가 여행을 떠난 곳에서 만난 누군가의 집에는 저마다 다른 풍경을 지닌 정원이 딸려 있었다. 그리고 그 정원에는 정원을 보살핀 이의 이야기가 숨 쉬고 있다. 뜰을 거닐며 주워 담은 이야기와 함께 그곳에 자라던 식물의 씨앗을 마음으로 채집해 돌아왔다. 그렇게 따뜻하고 다정했던 여정은 장소와 계절을 넘나들며 세 번이나 이어졌다. 각각 제주, 이탈리아, 스위스의 정원에 심어진 이야기는 집주인의 삶에서 방문자의 삶으로 건네졌다가, 또 한 번 바다를 건너 지금 이 공간을 거니는 우리의 삶으로 스며든다.
각 장소에서 직접 찍은 감각적인 사진들과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기록이 코너를 돌 때마다 사진전처럼 펼쳐진다. 또한 각 장소의 정원에 걸맞은 서너 종의 씨앗이 함께 큐레이션 된다. 시각을 자극하는 푸른 녹음의 빛깔, 식물의 향기와 촉감이 하나의 세트에 담겨 우리의 손에 들려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정원을 거니는 마음으로 천천히 둘러보며 나의 마음씨와 닮아 있는 동네, 집 그리고 정원의 이야기를 발견해 보자.
Part 2. 정원에 심은 씨앗, 마음씨
때로는 붉고 때로는 푸른 마음도
‘마음씨’는 얼핏 ‘마음의 씨앗’으로 읽히지만, 실은 ‘마음을 쓰는 태도’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글의 모양을 ‘글씨’, 말의 어투를 ‘말씨’라 말하듯 마음의 모양새를 일컫는 말이다. 다양한 생김새의 식물들이 위계 없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정원에는 그 수만큼이나 다양한 ‘마음씨’들이 담겨 있다. “정원에 살고 있는 식물들에겐 흙을 돌봤던 사람의 시간이 그대로 스며있어”. 정원을 돌보는 일은 작은 생명들에 정성을 쏟는 자신의 마음씨를 빛깔과 향기, 촉감으로 고스란히 되돌려 받고 위로를 받는 일이다. 그렇기에 각자가 정성스레 헤집은 흙 안에는 각자 한 사람 분의 성장기가 녹아있다.
공간 한 켠에 마련된 ‘마음 교환소’는 그런 다양한 ‘마음씨’를 차별 없이 끌어안는 공간이다. 슬프고 불안한 마음도, 즐겁고 사랑스러운 마음도 모두 못난 곳 없이 오롯이 나의 소중한 감정들이며 새로운 성장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분홍색 종이에 사랑과 관련된 마음을, 파란색 종이에 슬픔과 관련된 마음을 적으면 씨앗과 화분, 마음과 관련된 꽃말이 담긴 엽서로 교환된다. 그렇게 건네받은 나만의 ‘마음씨’를 카운터 옆 체험존에서 직접 흙을 어루만지며 화분에 심어갈 수 있다.
Part 3. 함께 걷는 낭만적인 발자취
정원을 거닐며 만나는 제품들
이어지는 정원의 길목에는 오티에이치콤마가 그동안 선보였던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 팝업에서 새롭게 눈길을 끄는 것은 울긋불긋한 꽃의 색감이 아름다운 세 종류의 패브릭 포스터이다. 위에서 언급한 제주, 이탈리아, 스위스의 정원에 페어링된 식물들 중 각각 하나씩을 골라(샤스타데이지, 팬지, 백일홍), 공간을 다채롭고 생기 있게 연출해 줄 인테리어 제품으로 탄생시켰다. 고급스러운 오간자 원단에 오티에이치콤마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오리엔탈 실루엣으로 풍성한 볼륨감과 자연스러운 꽃의 빛깔을 살렸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꽃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빛이 난다”고. 바람이 살랑일 때마다 나의 작은 공간이 아기자기한 정원이 된다.
그 외에 반짝이는 추억이 서린 여행의 발자취를 사진과 글로 묶어낸 ‘동행 사진집(THE COMPANION)’, 그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4곳의 장소를 향으로 담아낸 인센스 스틱,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를 모티프로 한 ‘해무 인센스 홀더’, 한강 패브릭 포스터의 자투리 천으로 만든 보틀백, 빛나는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청춘의 기억을 표현한 ‘젊은 날의 바다 섬유 향수’까지 한 사람의 기억을 오감으로 구체화시킨 매력적인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벽에 전시된 여행의 기록들을 통해 오티에이치콤마의 시선을 따라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원에 심은 꽃이 부지런히 새 잎을 싹 틔우고 계절을 건너 피고 지길 거듭하는 것처럼, 그 성장을 함께하는 우리의 마음도 더욱 무성해지고 불쑥 튀어나오는 새로운 감정들로 변화무쌍해진다. 그만큼 얽히고설킨 마음속을 헤매게 되겠지만, 저마다의 빛깔로 단장한 마음씨가 깃든다면 그 어떤 미궁도 아름다운 정원이지 않을까. 더욱이나 그 안을 함께 걸을 낭만적인 동행까지 있다면!
“
정원은 늙지 않는 신비로운 얼굴이란다. 오, 심지어 나날이 젊어지는 경이로운 얼굴이야.
계절마다 한층 아름다워지는 얼굴이지. 나는 점점 더 아름다운 미궁에 빠져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