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알아두면 좋은 공간, 팝업, 전시 소식을 가장 쉽게 받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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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4

걸음마다 영감 한 발짝의 삶, 그라더스 서울 스토어

‘좋은’ 걸음, ‘좋은’ 라이프스타일
근대의 수많은 문학가, 시인을 비롯한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거리를 걸었다. 동네의 골목부터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자리한 대자연까지 마다 않고서. 걸음마다 땅에 발이 닿는 감촉을 느끼며 자신만의 창작의 리듬을 찾았다. 그 충실한 걸음은 종이와 캔버스 위에 활자와 붓터치로 남았고, 오늘날까지 우리 곁에서 영감이 되어주고 있다.

그렇듯 걸음은 세상 곳곳에 자리한 영감을 찾고 자신만의 생활의 리듬을 찾아가는 일이다. “매일의 걸음에 영감을 줄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좋은 디자인을 만듭니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발 브랜드 ‘그라더스(grds)’*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바로 그러한 라이프스타일이다. 그들은 불과 얼마 전, 7여 년 간의 한 챕터를 정리하고 새로운 걸음을 또 한번 내디뎠다. 그라더스의 유일한 서울 스토어를 연 것이다.

* 라틴어로 ‘걸음’을 의미한다.
©grds

2014년 1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약 7여 년동안의 아카이브를 쌓아왔던 연남동 쇼룸을 정리하고 합정과 망원 사이 한적한 골목에 새로운 스토어를 연 데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중심에 있었다. “공간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 그에 대한 답은 명확했다. 그라더스 팀원들과 그라더스를 애정하는 소비자들. 즉, 신발을 만들고 건네는 사람과 신발을 신어 보고 가져가는 사람이다. 이전 쇼룸에서는 구매 후 제품을 바로 전달할 수 없어 아쉬움이 늘 남았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편안한 걸음의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그라더스는 선뜻 큰 보폭의 걸음을 옮겼다.

코르텐강 소재의 벽으로 통로를 만들어, 한정된 공간이 더욱 넓게 느껴진다. ©grds

서울 스토어에 처음 들어서면, 오른쪽에 코르텐강 소재로 된 크고 거친 벽이 드높게 서 있다. 그로 인해 시야가 차단되어 긴 복도형 통로가 형성되고, 왼쪽의 창문으로 들이치는 햇빛만을 감상하게 된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부드럽게 휘어지는 벽은 우리의 걸음을 자연스레 스토어 내부로 유도한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미지근한 공기의 감촉과 음악의 선율만이 느껴지는 곳에서 우리는 자신의 발걸음이 내딛는 감각을 여느 때보다 강렬하게 느낀다. 잡다한 주변부로부터 차단되어 햇빛만을 의지한 채 오롯이 더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가는 감각, 그라더스 서울 스토어가 제안하는 첫 걸음의 순간이다.

재고를 보관하는 곳을 지나 오면 메인 공간이 펼쳐진다. ©grds

원래 목욕탕이었던 공간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이나 세련된 인테리어를 거치는 대신 특유의 높고 낮은 층고의 변화와 철골로 보강된 투박한 흔적을 고스란히 활용했다. 옛 정취를 해치지 않고 감싸 안은 덕일까, 거친 소재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모를 편안함과 따뜻함이 감돈다. 벽을 끼고 돌아서면 제품의 재고들을 보관하는 공간이 길게 숨어있고, 나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을 지나 한 발짝 더 안으로 들어가면 확 트인 메인 공간이 등장한다.

그라더스의 신발만이 정갈하게 놓여 있는 공간 ©grds

넉넉한 여백이 느껴지는 공간에서는 오로지 그라더스의 신발만이 주인공이 되어 모습을 드러낸다. 콘크리트 단상에 가지런히 전시된 제품들은 각각의 특징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인다. 신발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어떤 화려한 장치나 구조물 없이 오직 신발을 신고 걸어 보는 사람을 위해 조성된 런웨이 같다. 개성 있는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는 여타 쇼룸이나 스토어를 기대했다면, 예상치 못하게 마주한 단순함과 여백에 내심 놀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기본’이 바로 그라더스가 지향하는 바이다.

©grds

그라더스의 서울 스토어를 함께 작업한 ‘사무소 효자동’의 서승모 건축가는 누구보다 그 ‘기본’을 이해하여 공간에 섬세한 손길을 덧대었다. 평소 건축을 요리에 비유하곤 했던 그답게, 입에 착 감기는 비유를 곁들이며 말이다.

 

“(그라더스가) 신발을 생각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중략) 한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밥입니다. 단순한 요리이기 때문에 씻고 불리는 작은 과정 하나하나가 소중합니다. 그래야만, 깊은 맛이 느껴지는 흰밥이 됩니다. 우리가 추구하려 하는 것은 로제떡볶이가 아닙니다. 기본에 충실하되, 매번 신선함이 느껴지는 그러한 것입니다.”

그라더스 & 서승모 건축가 인터뷰 대담 <건축가의 말> 중에서
그라더스의 무드를 보여주는 그림 몇 점과 세심하게 위치한 곳곳의 거울 ©grds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총체적인 감각들을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와 편안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 한뜻으로 만난 그라더스와 서승모 건축가의 협업의 결과물이 바로 그라더스 서울 스토어이다. 그라더스의 새로운 챕터를 함께 걸어가는 마음으로, 박유진 디렉터를 만났다.

Interview with 박유진

그라더스 브랜드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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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더스의 첫걸음

걸음마다 찍히는 예술적 영감

“걷기는 새로운 기회, 새로운 만남, 새로운 계기를 찾는 일이다”. 작가인 로런 엘킨의 말을 빌려 첫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그라더스를 태동시킨, 걷기에 관한 특별한 경험이나 추억이 있나요?

최근에 ‘아, 이래서 내가 그라더스를 하게 되었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주로 와이프랑 여행하면서 함께 방문했던 장소들을 걸을 때였는데요. 그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제주도에 있는 이타미 준의 수풍석 박물관이에요. 건축의 다양한 형태, 주변 환경 그리고 사용된 소재까지 멋있었어요. 특히 지금 서울 스토어에도 사용된 코르텐강 소재로 된 돌 박물관이 인상적이었죠. 물, 돌, 바람의 자연의 본질적 속성을 인공적인 조형물로 더 극대화할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이런 곳에 그라더스의 신발을 신고 가면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문뜩 들더라고요.

그라더스의 첫 신발 blucher 01 nubuck leather white ©grds

첫 신발이 궁금해요. 그라더스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가득 담겼을 것 같아요.

그라더스의 첫 신발은 가죽과 누벅 소재로 이루어진 흰색 가죽 스니커즈인데요. 대학교 선배인 김용훈 작가*와 함께 아트디렉터로 일하면서 브랜드를 기획했어요. 함께 이탈리아에 가서 이뮤디자인 스튜디오와 개발 및 생산 작업을 했죠. 시각예술, 그중에서도 포토 미디어를 전공해서인지 브랜드의 철학을 잘 담아낸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로 간절했죠. 준비부터 출시까지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 현재 신승백&김용훈 미디어아트 듀오로 활동 중이다.
Blucher 10 suede beige. Blucher 01에서 시작한 시리즈는 벌써 11까지 출시되었다. | 사진 출처: 그라더스 공식 홈페이지 ©grds

그라더스의 신발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탈리아산 고급 가죽, 아웃솔, 미드솔… 신발의 여러 부품을 논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라더스의 땀이 밴 걸음, 그것도 매년 포르투갈로 출장을 떠나는 그라더스 팀원들의 몇 만 마일의 정직한 걸음이다. 제조 원가를 고작 1-2% 낮추고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배낭을 짊어지고 먼 걸음을 떠난다.

그라더스 SNS에 공유한 ‘포르투갈 출장기’ 인터뷰 | 사진 출처: 그라더스 인스타그램(@grds_official) ©grds

“포르투갈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예요. 사업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직접 알고 싶어 하거든요. 또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같이 밥도 먹고 스몰토크도 하죠.” 그라더스의 대부분의 제품이 유럽에서 생산되는 만큼, 소통의 격차를 넘어서기 위해 그들은 모니터를 마주하는 대신 영감이 이끄는 곳으로 걷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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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더스와 함께 걸어가며

Team grds와 playlist

호텔에서의 쉼, 강아지와의 산책 등 그라더스 팀원의 일상을 공유하는 콘텐츠 team grds | 사진 출처: 그라더스 인스타그램 ©grds

‘Team grds’. 그라더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는 흥미로운 포스팅 시리즈(?). 바로 그라더스와 함께하는 팀원들의 일상과 사소한 취향을 공유하는 콘텐츠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비주얼과 상품을 접하기는 쉬워도, 브랜드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하지만 Team grds는 베일을 걷고 먼저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친근한 인사를 건넨다. 위스키를 마시고 산책을 즐기는 일상의 모습부터 그라더스의 신발과 함께 코디한 데일리 OOTD까지, 조용하지만 다채롭다. 박유진 디렉터는 ‘아이디어보다 사실성과 울림을 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동시에 이 콘텐츠를 시작했던 가장 큰 동기는 다름 아닌 ‘지속성’이었다고. 그래서 스스로에게, 그리고 팀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많은 브랜드 콘텐츠들은 너무 브랜드스러울까? 좀 더 자연스럽고 꾸준한 방식이 없을까?”

지금은 일반인이 연예인 이상으로 주목받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브랜드의 디렉터로서 제가 주체가 되고 있지만, 함께 일하는 팀원도 존재감이 있었으면 했어요. 비록 일을 하며 만났더라도 팀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제가 회식을 좋아하지 않아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어요.

그라더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각 팀원의 노션 페이지를 들어가 볼 수 있다. | 사진 출처: 그라더스 인스타그램 ©grds

그렇게 박유진 디렉터는 함께 일하는 팀원들을 한 발짝 더 알아가기 위한 무대로 ‘노션(Notion)’을 택했다.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팀원들끼리만 볼 수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나 사진 등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그라더스의 귀여운 단합회(?)는 어느 정도 양이 쌓여, 브랜드를 더 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그분들도 브랜드에서 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할 것 같았다는 것이 그의 뜻. 자연스럽게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인 덕분에, 앞으로도 쭉 이렇게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서로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점이 중요했어요. ‘팀원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구나, 이런 노래와 영화를 좋아하는구나’ 이 정도만 알아도 내적 친밀감이 형성되잖아요.”

서울 스토어 곳곳에 위치한 취향의 물건과 집기들 ©grds

소박하게 쌓여가던 일상의 기록들은 어느덧 소비자에게 나아가 ‘좋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태그를 달고 전송된다. 그라더스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팀원들의 일상을 통해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고 싶다고 적혀 있다. 그라더스가 말하는 ‘좋은 라이프스타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 말에 박유진 디렉터는 특정한 시공간에서 자신이 느낄 수 있는 고요한 행복의 순간들을 예로 든다. 의자에 앉은 나의 손등 위로 햇빛이 닿고, 평소에 들리지 않는 새소리가 들리는 순간…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일상의 단어들 : 초월명상, 걷기, 요가, 다도, 칵테일, 독서, 운동, 음악 감상, 빛 보기 그리고 향 맡기. 그중에 하나라도 자신이 지속할 수 있고 행복하게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계속 가지고 가는 것이라고. 그가 말하는 ‘좋은 라이프스타일’은 ‘행복을 지속하는 힘’이다.

‘좋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날카롭지 않은 단어이며, 결론에 도달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에요.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에는 맞고 틀린 것이 없으니까요. 좋은 라이프스타일은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내가 둘러싸인 환경에서 디자인과 스타일이 지속될 수 있을 때 빛을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그라더스 플레이리스트는 어느덧 4편까지 공개되었다. 감상은 그라더스 유튜브 계정에서. | 사진 출처: 그라더스 Youtube ©grds

한편 그라더스가 이야기하는 좋은 라이프스타일은 그라더스의 ‘플레이리스트’에까지 이어진다. 예를 들어 노션에서 엿볼 수 있는 박유진 디렉터의 위스키에 대한 애정을, 첫 번째 플레이리스트에서도 느낄 수 있다. 브랜드의 철학과 무드를 보여주는 다양한 매체 중 특별히 음악에 끌렸던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들었던 ‘충격’적인 앨범들 덕분이었다고. 특히 Pink Floyd의 ‘The Dark Side of the Mood’과 Chicago의 ’Chicago 16’, Vangelis의 ‘Antartica’ 앨범 그리고 유년에 새겨진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 OST 음악까지… 음악에 매료되었던 소년은 어느덧 자라 자신만의 브랜드, 그라더스의 삶과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선곡을 한다.

음악은 내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 생각해요. 그 시절의 저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다양한 음악을 들었는데요. 스케이트보더들에게 음악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프로스케이트보더들은 자신의 씬에 사용될 음악을 직접 선곡하거든요. 그들의 선곡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삶과 스타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죠. 저한테도 음악과 보드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고, 어릴 적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즐겁게 추억할 수 있게 해 줘요.

3

지속되는 걸음

지속되고, 지속 가능한 내일

걸음은 단순히 발의 동작을 뜻하는 단어에서 더 나아가,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이나 가능성 및 기회를 키워가는 단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몇 걸음 정도 온 것 같아?”라는 질문을 은유적으로 던지는 경우가 있다. 그라더스는 그러한 질문에 그동안 ‘%(퍼센티지)’ 즉, ‘추적가능성’으로 답해왔다.

그라더스가 각 제품을 만드는 과정과 방식을 볼 수 있는 ‘HWMI’ 페이지 | 사진 출처: 그라더스 공식 홈페이지 ©grds

‘HWMI(How We Make It)’는 그라더스의 각 제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그 투명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일일이 아카이빙하고 소개하는 페이지이다. 엄선한 소재와 제품에 사용되는 아주 디테일한 부품까지 모든 소재에 대한 정보를 낱낱이 공개해 그 여정을 소비자가 ‘추적’할 수 있도록 한다. 혹여 이 설명이 소비자에게 어렵게 다가가진 않을까 하는 우려에 올 연말 사이트 리뉴얼을 앞두고 있다는데, ‘%’에 대한 노력과 열정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반갑다는 박유진 디렉터다. “지금은 평균적으로 60% 대일 것 같네요. 100%를 목표로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단순히 지표일 뿐이지만, 최소 50%는 도달시키려 해요. 50% 미만이면 제조업체와 원자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라더스는 얼마큼 걸어온 것 같나요?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요즘 브랜드에서 앞세우는 ‘친환경’, ‘재활용된’, ‘지속 가능한 제품’이라는 말에는 모순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환경에 좋은 제품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대신 잘 만들어야 되죠. 저는 지속가능성의 열쇠는 제품의 가치가 사라질 때까지 그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게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디자인은 이해하기 편하고, 의미 부여를 할 필요 없이 그냥 ‘쓰면’ 되거든요. 항상 그게 먼저예요. 제품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조금이라도 나은 소재를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의무적으로 남기는 거죠. 소재의 시발점부터 제품이 완성되기까지의 모든 유통망 사슬을 다 파악하면서요. 원래는 공장명과 소재업체명까지 공개하려고 했는데, 국내에서는 카피도 심하고 경쟁자가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들려주셔서 지금은 회사를 보호할 수 있는 정보에 한해 공개합니다. 알아야 할 게 ‘쓸데없이 많다’고 느껴질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동시에 제조업자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고요. ‘HWMI(How we make it)’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우리가 만드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blucher 08 leather brown | 사진 출처: 그라더스 공식 홈페이지 ©grds

걸음 하나에 신중함과 정직함을 찍어 왔네요. 그라더스가 올해 내딛고 싶은 걸음은 어떤 걸음일까요?

국내에서 브랜드의 인지도를 잘 다지면서 서울 스토어를 활성화시키고자 해요. 별도의 유통 채널을 두고 있지 않다 보니, 저희의 힘만으로 브랜드를 알려야 하는 상황이에요. 신발 잘 만드는 브랜드로 알려지고 있는 것도 감사하지만, 올해에는 전체적인 웹사이트와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과 함께 걸음에 대한 주제들을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로 소통해 나가고 싶습니다.

©grds

그라더스는 ‘잘 만들어진 신발’ 이전에 ‘잘 걷는 걸음’에 대하여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다. ‘신발에 그리고 걸음에 진심인 브랜드’라는 자타 공인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그라더스는 일상의 걸음에서는 걷기의 영감을, 브랜드 운영의 걸음에서는 지속 가능한 좋은 라이프스타일의 영감을 건져 올리고 있다. 그들의 걸음과 그로부터 뻗어 나온 영감은 오늘날 우리가 발을 단단히 감싸고 누비는 세상 곳곳에 새겨진다. 서승모 건축가의 말씀을 빌려, “발을 감싸는 무엇”처럼 그라더스의 새로운 서울 스토어 또한 그러한 공간이 되길!

heyPOP Question

그라더스의 ‘걸음의 장소’ 3 

“어디를 걷느냐에 따라 가치관과 생각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박유진 디렉터의 말에 영감을얻어, 그라더스의 걸음의 장소를 물었다. 그라더스의 신발을 신고 걷기 좋은 서울 산책 코스 3곳은?

1. 이타미 준 수풍석 박물관 – blucher 08 leather brown

날씨에 따라 공간이 다르게 보이는 이색적인 곳이에요. 걸음마다 그날의 날씨를 느끼며 천천히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2. 광명시 하안동 메타세콰이어 길 – balmoral 08 suede/cordura crescent black

주민들만 아는 숨은 숲길이에요. 제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며 근심을 내려 놓곤 하는 유일한 곳이에요.

3. 망원동 한강공원 – balmoral 07 suede/leather marden

서울 스토어가 들어선 합정과 망원 사이를 많이 걸어 보고 있어요. 한 번은 와이프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데 한강이 나오더라고요. “걸어서 한강이 나오는 곳이라니!”하고 둘 다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생각 정리가 필요할 때나 잠시 쉬어 갈 타이밍에 잠시 나가서 걷고 옵니다.

소원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그라더스

장소
그라더스 서울 스토어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52
소원
디자인을 하고 글을 씁니다. 따뜻한 햇살과 아이스 카페라떼를 원동력 삼아 책을 읽고 영감을 얻고 콘텐츠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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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다 영감 한 발짝의 삶, 그라더스 서울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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