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4

미스터리한 천재 사진가, 그녀의 자화상

그라운드시소 성수, 전시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한 여인의 시선을 따라가며 낯설지만 익숙한 장면이 펼쳐지는 영화를 본 느낌. 한편으로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에세이 한 편을 읽은 기분이다. 셀피(Selfie)의 원조라 불리는 비비안 마이어의 ‘자화상’으로 작가의 내면을 엿보는 시간. 아시아 투어 첫 번째 장소인 서울에서 최대 규모로 개최하는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어떻게 관람하는 것이 좋을까?

좌) 뉴욕, 1953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 우) 장소 미상, 날짜 미상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제공, heyPOP

아시아 처음으로 공개하는 최대 규모의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셀피(Selfie)의 원조, 미스터리한 천재 사진가, 롤라이플렉스의 장인, 카메라를 든 메리 포핀스. 모두 비비안 마이어를 설명하는 수식어들이다. 평생 보모로 일하며 생전 무명의 사진가였으나 그녀의 작품이 공개되는 순간 세계가 열광했다. 사진으로만 감춰두었던 비비안 마이어의 시선과 삶, 그리고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비비안 마이어가 직접 인화한 빈티지 작품과 미공개작을 포함해 270여 점의 사진을 선보이는 전시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이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개막했다. 비비어 마이어 전시회로는 최대 규모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 뤽상부르 뮤지엄, 올해 이탈리아 토리노 왕립박물관으로 이어진 유럽 투어 이후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공개된 적 없던 작품을 최초로 소개하는 것은 물론 슈퍼8 필름(Super 8 Film) 형식의 영상과 그녀의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가 플레이된다. 또한 비비안의 분신과도 같은 소장품인 롤라이플렉스와 라이카 카메라, 모자를 함께 전시하니 더욱 기대되는 부분. 

©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제공, heyPOP
©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제공, heyPOP
©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제공, heyPOP

특히 시그니처 작품으로 꼽히는 셀프 포토레이트가 주목할 만하다. 쇼윈도나 거울, 그림자를 통해 비친 자기 모습을 찍은 것인데, 요즘 SNS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셀카 형태라 전시장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꺼내 들지도 모르겠다. 과연 비비안이 ‘자화상’으로 세상에 표현하고 싶었던 자신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차근히 시선을 따라가며 사진 속 그녀의 카메라 렌즈와 눈을 맞춰보는 건 어떨까.

heyPOP’s STORY  비비안 마이어의 삶
뉴욕, 1954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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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피의 본래 형태는 자화상,

그녀는 왜 자신을 찍게 되었을까?

흔히 아티스트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인데, 셀피(Selfie) 역시 자기 모습을 담기에 일맥상통하는 역할을 한다. 비비안 마이어는 수백 장 이상의 자화상을 남겼다. ‘세상 속의 나’보다 ‘뷰파인더 속의 나’를 더 편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고 자신조차 ‘기록’의 대상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사진을 두고 평론가나 감상자는 저마다의 의미로 해석한다. 무엇보다도 비비안 마이어는 자화상을 ‘세상을 보는 프레임’으로 삼았다는 것. 그 안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나타내며 소통하는 수단이 되었다.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자신이 모은 물건에 둘러싸여 혼자 사는 삶에 만족했던 그녀에게 카메라는 세상과 연결하는 문이었을 듯하다.

좌) 센트럴파크 동물원, 뉴욕, 1959년 9월 26일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 우) 뉴욕공공도서관, 1954년경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2

스스로 택한 무명 작가의 길

‘공유’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모든 것이 변했다

비비안 마이어는 살아생전에 유명한 사진가는 아니었다. 매일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다니면서 일상의 풍경을 담았지만 단 한 번도 세상밖에 꺼낸 적이 없었기에 그녀의 비밀스러운 삶이 알려 질리가 만무하다. 2007년 아마추어 역사학자 ‘존 말루프’가 집 앞 경매장에서 380달러에 낙찰받은 상자에 의해 비비안 마이어가 알려지게 된다. 그 상자 안에는 인화하지 않은 필름 수십만 장이 들어 있었는데 알 수 있는 정보는 오직 사진을 찍은 사람의 이름뿐. 아무리 검색해도 찾기 어려웠던 존 말루프가 필름 일부를 스캔한 뒤 자신의 SNS(Flickr)에 공유했고 수많은 네티즌이 그녀의 사진에 열광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15만 장 중 단 스무 장의 사진만 올렸을 뿐인데 말이다.

©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제공, heyPOP

3

카메라를 든 ‘메리 포핀스’

많은 이에게 영감이 된 그녀의 삶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전문가들로부터 ‘세계적인 사진작가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거장’이라는 평을 받으며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녀의 사진은 특정한 주제가 있는 것이 아닌 일상의 찰나를, 수많은 인물의 표정을 순간 포착했기에 그 감정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담긴 인물 사진이 눈에 띄는데, 어쩌면 비비안 마이어가 사진을 통해 안전한 거리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유일한 통로였을 것이다. 더구나 평생 유모, 가정부, 간병인 등으로 일했다는 미스터리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그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카메라를 든 메리 포핀스’란 별명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제공, heyPOP
©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제공, heyPOP

그녀의 삶은 다양한 작품에서 영감이 되기도 했다. 2015년, 제68회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국내에도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캐롤 Carol>의 감독 ‘토드 헤인즈’는 여러 인터뷰에 비비안 마이어가 영감을 주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로 그녀의 이야기와 작품이 공개된 후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포토그래퍼가 되었다. 비록 사망 후에 작품과 실력이 알려져 아쉬움을 남기지만, 사진으로 자신을 발견하고 표현하려 했던 비비안 마이어의 일생은 한편의 영화처럼 기억될 듯하다.

글  김소현 수석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빅피쉬씨앤엠,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프로젝트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장소
그라운드시소 성수
주소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7길 49
일자
2022.08.04 - 2022.11.13
김소현
호기심이 많아 궁금한 게 생기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ENFP. 그저 잡지가 좋아 에디터가 되었고 글 쓰기가 좋아 몇 년 째 기자를 하고 있다. 즐겁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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