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3

모나도 괜찮아, 맥파이앤타이거 <모난장>

맥파이앤타이거 김세미 대표 인터뷰
공예품을 만들다 보면 사소한 이유로 사람들에게 선보이지 못하고 창고에 들어가는 경우가 생긴다. 살짝 스쳐서 흠집이 생기거나, 유약이 조금 튀었다거나 등. 유심히 보지 않으면 알지도 못하는 작은 상처일 뿐인데 B급 공예품은 자신의 쓰임을 다 하지 못한 채, 사람의 손길을 기다린다.

차와 다기를 소개하는 맥파이앤타이거는 어느 날, 토림도예와 함께 제작한 ‘무유개완’ 사진을 SNS에 올렸다. 도자기 내부에 철심이 튀어서 검은 점이 생겨 차마 판매를 못 하는 제품이었다. 공예품을 만들다 보면 이런 경우도 생긴다는 걸 알리기 위한 피드였다. 그런데 그를 꼭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검은 점들이 마치 별자리처럼 보인다고. 그때, 알았다.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물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모난장의 계기가 된 무유개관. 내부 검은 점을 별자리로 보는 사람이 있었다.

쓰임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준 이 경험은 맥파이앤타이거가 <모난장>을 열게 한 계기가 되었다. <모난장>은 흠이 있거나, 철심이 튀었거나, 샘플로 만들었거나, 진열 상품으로 사람들이 가져가지 않았거나… 각양각색의 이유로 자신의 쓰임을 못 하고 있는 제품들을 30~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팝업 마켓이다. 세상의 모든 모난 물건에 쓰임을 되찾아주자는 취지로 준비한 이번 팝업에는 토림도예, 무무요, 클레어스 서울, Place 1-3, 염동훈 작가 등 지난 3년간 맥파이앤타이거와 함께 걸어온 브랜드와 작가들이 흔쾌히 참여했다.

 

맥파이앤타이거는 <모난장>을 통해 사람들이 쓰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지기를 바란다. 물건이 넘쳐 나는 시대. 우리는 종종 사물의 쓰임을 잊은 채 ‘소비’라는 행위에만 더 집착할 때가 있다. 하지만 사물은 그에 맞는 쓰임을 당할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자신만의 물건을 찾고 그에 맞는 쓰임을 부여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올바른 소비이자 낭비를 줄이는 일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모난장>은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Interview with 김세미

맥파이앤타이거 대표

맥파이앤타이거가 벌써 3주년을 맞이했어요. 축하드려요.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축하받는다는 게 어색할 만큼 3년이 1년같이 느껴져요. 일부러 맞춘 것은 아니지만, 모난장을 3주년 기념일에 맞춰서 열게 되었어요.

 

 

‘모난 물건에도 쓰임을’이라는 모토로 준비한 모난장은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

맥파이앤타이거를 운영하면서 그동안 많은 브랜드, 작가와 협업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사무실에 제품 샘플들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또, 이전에 운영하던 연남티룸의 기물들도 있었고요. 이 기물들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모난장을 준비했어요. 비록 그동안 상자 안에 있던 기물들이지만 지난 3년이 담겨 있는 물건이기에 저희에게도 의미가 깊어요.

아무래도 첫 오프라인 팝업이다 보니 많이 신경 쓰였을 것 같아요.

오히려 처음이니까 열리기만 해도 성공이란 마음으로 임했어요. 그래서 준비 과정이 즐거웠던 것 같아요. 팝업 이름을 짓고, 작가님과 브랜드를 초청하고, 포스터를 만들고… 매 순간 재미있게 일했어요. 하지만 모난장의 취지를 전달하는 것에는 진심을 담았어요. 참여 브랜드와 작가님들 그리고 방문하는 분들에게 모난장이 유익한 마켓이 되었으면 해요.

 

 

참여 브랜드와 작가님들도 모난장의 취지에 공감하셨나요?

저희와 협업했던 경험이 있던 작가님과 브랜드이기 때문에 맥파이앤타이거의 뜻과 마음을 잘 이해해주세요. 처음에 섭외할 때, ‘쓰임이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보내주세요’하고 가볍게 부탁드렸거든요. 그런데 바로 저희 뜻을 이해하고 흔쾌히 참여 의사를 전하셨어요. 이분들의 이해와 배려 덕분에 모난장을 열 수 있었어요.

모난장에는 어떤 기물들이 전시되고 판매되나요?

첫 번째 기준은 모난 물건(B품, 전시 상품, 중고품)이어야 하고요, 두 번째 기준은 쓰임이 필요한 물건인지로 정했어요. 그러다 보니 소장품도 전시하게 되었어요.

 

 

판매품 목록을 살짝 봤는데, 맥파이앤타이거에서는 엄청난 양의 도서도 내놓으셨더라고요.

도시에 서점이 필요한 것처럼 마켓에도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책은 읽지 않고 옆에 두기만 해도 우리의 태도를 달라지게 하거든요. 이번 마켓에서는 모난장의 취지와 맞닿아 있는 책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그중 스가쓰게 마사노부의 <물욕 없는 세계>는 모난장을 기획한 계기가 된 책이에요.

모난장을 찾아 준 사람들에게 모난 기물이 어떤 쓰임과 의미가 되었으면 하나요?

모난장에서의 소비가 쓰임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요. 구매 당시에는 아끼면서 사용할 것 같은데, 정작 집에 가져오면 서랍에 넣어두기만 하는 물건이 있어요. 하지만 사물은 소중해서 아끼는 게 아니라, 아끼면 소중하게 돼요. 그런 의미에서 모난장에서 구매한 물건을 아끼고, 가꾸고, 마음을 담아서 사용하면서 세상에서 하나뿐인 물건으로 만들었으면 해요.

 

 

모난장은 ‘쓰임’에 대한 팝업이라고 생각해요. 올바른 쓰임이란 무엇일까요?

이제 가치 없이 생산하는 물건은 점점 더 필요 없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소비를 덜 하는 것,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것, 분리수거를 잘하는 것 모두 필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물건을 수명을 다할 때까지 사용하는 것 아닐까요? 물건이 넘쳐나는 현시대에서 우리에게는 소비를 안 하는 것보다 좋은 물건을 소비해서 그를 잘 써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비는 하나의 도구가 되어야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모난장을 통해 전하고 싶어요. 잘 소비한다면 우리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모난장의 취지와 의미가 참 좋아요. 혹 앞으로 모난장은 종종 우리를 찾아올까요?

소비는 하나의 도구일 뿐 목적이 아닌 것처럼, 모난장 역시 쓰임이 필요한 물건이 있으므로 열린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그 마음을 바탕으로 모난장은 종종 열릴 거예요. 그때마다 맥파이앤타이거의 철학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이 모였으면 합니다. 브랜드, 작가 외에 개인도 얼마든지 소장품을 내놓고 참여할 수 있는 마켓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소비를 제안하고 싶다면, 모난장에 참여해보시면 어떨까요!

허영은 객원 필자

자료 제공 맥파이앤타이거

프로젝트
<모난장>
장소
클레어스서울
주소
서울 강남구 논현로153길 44
일자
2022.08.13 - 2022.08.14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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