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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5

스위스 사진 예술 박물관 ‘포토 엘리제’ 개관

스위스 대표 문화 예술 플랫폼 탐방!
오직 사진 매체만을 다루는 스위스의 전통 있는 사진 박물관인 포토 엘리제(Photo Elysée)가 지난 6월 18일 로잔 예술 지구의 플랫폼 10(Plateforme 10)으로 이전 오픈하며 대중에 근사한 모습을 드러냈다.
포토 엘리제와 mudac이 위치한 플랫폼 10. ©Matthieu Gafsou
플랫폼 10은 스위스 로잔 예술 지구의 새로운 문화 예술의 허브다. ©Matthieu Gafsou

포토 엘리제는 과거, ‘작은 우시(Ouchy)’로 불리던 한 맨션에 위치했는데, 해당 건물은 1780년부터 스위스 장교이자 로잔(Lausanne)에 주둔한 연대 소령 앙리 드 몰랑(Henri de Mollins)에 의해 지어졌다. 1971년 보(Vaud) 주에서 해당 건물을 구입해 복원 작업을 거친 뒤 일부를 박물관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1985년 10월 샤를 앙리 파브로(Charles-Henri Favrod)가 사진 박물관을 위한 뮈제 드 렐리제(Musée de l’Elysée) 재단을 설립하고 제네바 호수 북쪽의 소도시 브베(Vevey)로 그 위치를 옮겼다. 이것이 현 포토 엘리제의 전신으로, 재단은 과거의 사진을 재발견하고 현대의 디지털화된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120만 개 이상의 광범위한 주제의 사진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스위스에서 여생을 보낸 찰리 채플린을 비롯해 사빈 바이스(Sabine Weiss), 얀 그루버(Jan Groover), 르네 뷔리(René Burri), 엘라 마야르(Ella Maillart), 니콜라 부뷔에(Nicolas Bouvier), 올리비에 폴미(Olivier Föllmi)의 작품 또한 포함된다.

로잔의 옛 기차 수리 차고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플랫폼 10. ©Matthieu Gafsou
플랫폼 10의 개장을 알리며 진행된 다양한 행사가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많은 인파가 몰린 개관일 모습.

한편, 로잔 예술 지구는 로잔의 중심부에 25,000m² 규모의 예술 지역을 형성한 것으로, 그중에서도 플랫폼 10은 지역의 예술 허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지난 10년간의 도시 개발 계획 끝에 로잔의 옛 기차 수리 차고가 있던 자리에 완성되어 그 의미를 더한다. 오는 2025년까지 기차역과 플랫폼 10을 지하도로 연결할 계획인데, 주요한 교통의 요지이자 모빌리티에 가까운 문화공간으로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립 미술관 MCBA의 홀. ©Nora Rupp
정적인 분위기의 로잔 주립 미술관 내부. ©Nora Rupp
디자인 및 현대 응용 예술 박물관 mudac에서 진행 중인 전시. ©Olga Cafiero
mudac에서 진행 중인 전시. ©Olga Cafiero

플랫폼 10에는 포토 엘리제와 함께 유서 깊은 로잔의 대표적인 예술 공간인, 디자인 및 현대 응용 예술 박물관(Musée de design et d’arts appliqués contemporains: mudac)과 주립 미술관(Musée cantonal des Beaux-Arts: MCBA)이 함께 위치한다. 건축을 담당한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마누엘 아이르스 마테우스(Manuel Aires Mateus)는 같은 입구를 공유하는 포토 엘리제와 mudac의 상호 보완적인 기능에 따라 두 예술적 공간의 특징을 결합시켰다. 견고하고 차분한 이미지의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 속 각각의 전시 공간은 모듈식으로 서로 유연하게 연결된다. 박물관 외에도 교육 공간, 카페와 숍, 서점도 함께 위치한다.

Destins croisés. Walther Spinner. ©Droits Réservés
Destins croisés. Gustave Caillebotte. ©Rheinisches Bildarchiv Köln
Destins croisés. Olivia Bee, Paris at Sunrise(Poppy), 2013. ©Courtesy Olivia Bee, Galerie du Jour agnès b
Destins croisés. Bernard Plossu. ©Bernard Plossu

현재 진행 중인 세 개의 전시 중에서, 포토 엘리제가 기획한 첫 번째 전시는 <기차 – 교차된 운명(Train Zug Treno Tren – Destins Croisés)>이다. ‘기차’를 의미하는 영어, 이탈리아어 등 서로 다른 언어로 얘기하는 메인 타이틀은 기차와의 연결고리를 지닌 공간의 오랜 역사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자 했다. 기차와 역, 그리고 철도는 누구나 어린 시절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흥미로운 세상이었을 것, 여행자들에게는 세상을 잇는 설렘 가득한 장소였으며, 산업시대에는 멈출 수 없는 진보의 이데올로기였다. 또, 철도 노동자들에게는 투쟁의 장소로 기억될 수도 있겠다. 이처럼 전시는 기차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과 함께 시대에 따라 변해 온 기차와 철도 역사에 대해 탐구한다. 19세기부터 수집된 약 370개의 작품, 문서 및 사물로 구성되는데, 기차의 꿈과 환상 지루함과 슬픔을 이야기한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와 폴 델보(Paul Delvaux)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클로드 모네의 그림에도 등장했던, 파리의 생 라자르(Saint-Lazare) 역이나 뉴욕에서 대중교통 개선안으로 처음 시도된 고가 철도 엘 라인(El lines), 초호화 특급 열차인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무대였던 로잔 역의 과거와 같은 상징적인 장소도 발견할 수 있다.

박물관 컬렉션 René Burri. ©René Burri Magnum Photos. Fondation René Burri. Courtesy Photo Elysée
박물관 컬렉션 Nicolas Bouvier. ©Eliane Bouvier & Photo Elysée-Fonds Nicolas Bouvier
박물관 컬렉션 Anonyme. ©Droits Réservés

이와 함께 또 다른 전시 <60종의 사진 공간(60 Species of Photographic Spaces)>을 위해 포토 엘리제는 스스로 수많은 질문을 하고 그 해답을 찾았다. ‘수집하고 전시한다는 것의 의미는?, 컬렉션의 근간이 되는 동기는 무엇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상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대중에게 컬렉션을 만들고 디자인하는 방식을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은 컬렉션 전용 공간에서 보다 역동적이고 자극적이며 현대적인 방식으로 사진을 프레젠테이션하기 위한 주최 측의 노력의 과정이었다. 사진의 시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진 기법과 장르를 갖춘 박물관의 총 120만 개 이상의 컬렉션 중 역사적, 문화적, 기술적 기준에 따라 엄선한 600장의 사진은 다시 60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되었다. 궁극적으로는 미술사, 인류학, 젠더 연구, 사회학 및 문화 연구와 같은 다채로운 분야를 서로 아우르며 교류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구성됐다.

LabElysée에서 진행 중인 Tony Oursler의 UFO 사진. ©Tony Oursler Archive
Tony Oursler가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낀 UFO 관련 아카이브 중. ©Tony Oursler Archive

마지막으로, 주최 측은 미국의 미디어 설치작가인 토니 아우슬러(Tony Oursler)에게 새로운 랩엘리제(LabElysée) 공간을 할애했다. 작가는 이곳에서 세 개의 비디오 설치를 선보이는데, 영상 매체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인간과 이미지가 주고받는 영향에 대한 상호 작용을 탐구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개인적인 아카이브에서 비롯됐다. 그는 1970년대 당시 페이퍼백이나 타블로이드에 실렸던 외계인 납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때부터 다수의 미확인 비행 물체UFO 사진을 수집해 왔다고. 특히 UFO와의 만남에 대한 증언이 수록된 영상, UFO를 묘사한 사진, 문서에서 작가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으며 모든 것들을 편견 없이 드러내 보이는데, 이로써 관람객 스스로가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이끈다. 요즘처럼 포토샵으로 리터칭된 세련된 비주얼이 아닌 그래서 오히려 표현의 진실성이 드러나는 점도 또 다른 매력이다.

주립 미술관 MCBA의 앞에서 관객들의 모습. ©Nora Rupp

포토 엘리제를 포함한 플랫폼 10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새로움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채우며, 학습하고 실험하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복합적이고 열린 공간으로서 그 소명을 다하고자 한다. 

유승주 해외 통신원

자료 제공 Photo Elysé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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