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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22-08-04

유럽에서 떠오르는 MZ세대 작가 6인방 엿보기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파리의 〈New Guard〉전

기간 2022.05.19 - 09.03
장소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Carpenters Workshop Gallery)는 혁신적인 현대 예술과 창조 활동을 촉진한다는 소명 의식으로 2006년 런던을 시작해 파리, 뉴욕,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파리는 마레 지구의 번화한 메인 도로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한다. 54번지를 나타내는 숫자 아래 회색빛 문패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커다란 청록색 대문을 열면 그 안에는 비밀스러운 예술 공간이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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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Guard〉전이 진행 중인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파리
공간의 노출 콘크리트 배경은 작품을 향한 극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갤러리는 ‘Next Generation’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두 번째 〈New Guard〉전을 진행하며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MZ세대 신진 예술가 6명의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프랑스 출신 작가 Léa Mestres
공간을 온통 분홍 빛으로 물들이는 조명이자 오브제
Léa Mestres의 'Jessy', Lélélite, Cement, Paint, Varnish

먼저, 지베르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아 메스트레(Léa Mestres)는 너무 진지하거나 혹은 남성 편향적인 디자인 세계에 저항하며 밝고 위트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갤러리 가장 꼭대기 층에서 화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Craving for Crepi’ 조각 램프는 공간을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인다. 커다란 버섯을 닮은 듯한 형상의 조명은 그 전선마저 핑크빛으로, 불을 켜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었다. 특히 몰드로 찍어낸 볼록하고 동그란 점을 곳곳에 붙여 리듬감을 부여했는데, 이는 그녀가 좋아하는 스페인의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미술관 외벽에 잔뜩 붙어있는 빵 모티프를 연상시킨다. 또한 그녀는 각각의 조명에 인격을 부여했는데, 조명마다 친구들의 할머니 이름인 Suzy, Jessy, Stacy라는 이름을 붙인 것. 마치 3명의 여성이 대화를 하고 있는 것처럼 의인화된 감정을 고조시킨다. 핑크색 페인트에 광택제를 발라 마무리한 독특한 형태의 조명은 그녀가 얼마나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Paul Créange
Paul Créange의 'Grandes Dames', Aluminium, PMMA, Neon, Electric Wire
Paul Créange의 'Cloudy, Grande Dame Jaune', Aluminium, PMMA, Neon, Electric Wire, Gripple Angel Fixings, Inox Wire.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사진과 빛이 만나 역동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파리에서 활동 중인 폴 크레앙지(Paul Créange)는 다양한 경험을 지니는데, 철학을 공부한 뒤 영화 세트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조각 언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 갖는 평면적인 한계에 의문을 던지며 사진, 빛, 현대적인 소재가 결합한 입체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그가 사용하는 재료는 대부분 산업 현장에서 수집한 뒤 재사용했다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물씬 풍기는 ‘Grandes Dames’ 시리즈는 구부러진 알루미늄 구조와 그를 타고 자유롭게 흐르는 열 성형 플라스틱이 고유의 컬러를 빛내며 굳건하면서도 부드럽게 공간 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그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홍콩의 작은 섬에서 작가가 직접 촬영한 현지 주택의 모습이 필름처럼 담겨있다. 사진은 여러 파편으로 조각났지만 여전히 서로 유기적인 형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재통합된다. 사진 언어와 조각 언어 사이 팽팽한 긴장감도 흥미롭다.

Sylvain Rieu-Piquet의 'SLL 22 Vessel 2', Earthenware, Mixed Media
프랑스 출신 Sylvain Rieu-Piquet
Sylvain Rieu-Piquet의 'SLL 22 Vessel 1', Earthenware, Mixed Media
'SLL 22 Vessel 1'. 마치 온 우주를 담아낸 듯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다.

실뱅 리외 피케(Sylvain Rieu-Piquet)는 카르카손느 출신으로 현재 파리에서 활동 중이다. 그의 작품은 점토 소재 위 손과 붓의 터치가 오가면서 마치 비옥한 토양처럼 역동적인 성장을 일으킨다. 자연주의적 표현을 아우르는 섬세한 손길은 자유로우면서도 동시에 엄격하다. 바로크적 요소와 미니멀리즘을 결합한 핸드 드로잉에서 조각까지 자신만의 고유한 미학을 실현하며 대중을 감동시킨다. 이번에 소개한 ‘SSL 22 Vessel’ 시리즈에서 SSL은 Short-Lived Love를 의미하는데, 일종의 하이브리드 조각품으로 광물과 동식물의 세계가 충돌하는 유기적인 상상력 속에서 탄생했다. 또한 진보된 기술력을 활용해 더욱 정교하고 세밀하게 작가가 원하는 바를 표현해낼 수 있었다. 오브제는 마치 온 우주를 담아낸 듯 신비로운 모습인데, 작가의 아르누보적인 비전도 엿볼 수 있다.

영국 출신 Luke Fuller
Luke Fuller의 'Scree', Stoneware, Porcelain, 28x43x38cm
석재와 포세린을 소재로, 퇴적암 형성에 따른 적층(layering) 기술로 완성했다.

루크 풀러(Luke Fuller)는 영국 출신으로 잉글랜드 남동부 하트퍼드셔에서 작업한다. 점토를 사용해 오늘날의 산업과 풍경을 반영하고 인간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탐험하며, 지속적으로 오브제를 조각하고 구조화한다. 진정한 자연스러움을 위해 손으로 만들었지만 사람 손으로 만들어졌다고 보이기를 거부하며, 예상치 못한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작업물을 추구한다. ‘Scree’, ‘Clast’, ‘Tafone II’을 타이틀로 하는 이번 작품은 남 웨일스의 과거 탄광 산업에 대한 리서치 결과가 반영됐다. 마치 흙냄새를 한가득 품고 있을 것만 같은 오브제는 석재와 포세린을 소재로 퇴적암 형성에 따른 적층(layering) 기술을 사용해 그 표면은 지질학적 지층과 꽤나 유사한 모습이지만, 사실은 그의 상상에 의해 현실이 된 허구적인 사물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가 지닌 독창적인 미학과 결합한 영국의 풍경은 이렇게 추상적이고 유기적인 형태의 도자기 오브제로 다시 태어났다.

독일 출신 디자이너 Bea Bonafini
Bea Bonafini의 '4' , Pastel on Mixed Carpet Inlay, 200x140cm
Bea Bonafini의 'Tomb of the Bullesses', Pastel on Mixed Carpet Inlay
촉각을 강조한 회화적인 태피스트리

베아 보나피니(Bea Bonafini)는 독일에서 태어나 런던과 로마를 오가며 활동 중이다. 그녀의 촉각적이고 친밀한 세계는 관능, 취약성, 환상을 중심으로 파편화되고 다층적인 이야기를 형성한다. 형상은 유체가 충돌하고, 흩어지고, 헤엄치고, 날아가고, 떨어지는 영적 이미지를 참조하는데, 따라서 출생, 죽음, 사랑과 같은 보편적인 인간의 경험에 대해 초월적이다. 이번에 선보인 ‘Tomb of the Bullesses’와 ‘Tomb of the Bulls’는 이탈리아의 고고학적 가치를 지니는 수천 년 전에 남겨진 벽화에 대한 그녀의 연구에서 비롯됐으며, 정체성을 유지하되 자신만의 추상적인 해석을 더했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이 회화적인 태피스트리는 벽면에 부착 또는 세워지는 방식으로 설치되어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을 마치 감싸는 듯한 포근한 느낌을 주고, 공간과도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는데, 세속적인 것과 다른 세상 사이의 만남을 여는 통로 역할을 한다.

폴란드 출신 Marcin Rusak. ©Emli Bendixen
Marcin Rusak의 'Tephra Credenza', Polished Zinc, 73.5x66x197cm
영원히 꽃과 식물을 간직할 캐비닛 'Tephra Credenza'
Marcin Rusak의 'Tephra Vase 008', Polished Bronze, 78x33x33cm
Marcin Rusak의 'Tephra Vase 006', Polished Zinc, 63x36x36cm

마지막으로, 폴란드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마르신 루삭(Marcin Rusak)은 가치, 임시성(ephemerality) 및 미학에 관심이 많다. 특히 조부모님부터 대대로 꽃을 재배해 온 가족의 영향을 받아 자연에 매료되었으며 이는 그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빈티지한 느낌의 청동을 소재로 한 캐비닛 ‘Tephra Credenza’와 ‘Tephra Vase’ 시리즈의 이름은 지질학적 용어에서 가져왔다. 테프라(tephra)는 희랍어로 재(灰)를 의미하는데, 화산 폭발 시 방출되는 분출물과 퇴적한 화산재를 칭하는 말이다. 먼저 금속 프레임에 황마를 얹고 그 틈에 특별 처리한 꽃과 식물을 꽂는다. 이어 표면의 조밀한 질감을 덮어줄 열 코팅 기술을 통해 전체 오브제를 금속화시키며 영원히 그 순간을 멈추고 간직한다. 식물의 해부학적 연구를 토대로 암술과 수술, 꽃자루와 꽃받침 등 꽃을 포함한 식물의 디테일이 생생히 살아있는데, 식물이 존재하던 시간과 공기마저 함께 멈춰있는 듯하다.

유승주 객원 에디터

자료 제공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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