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1

독일 예술 대학을 옮겨 놓은 듯한 연희동 카페, 데스툴

일상과 영감이 뒤섞인 공간
무채색 외벽에 점 찍은 듯 푸른 대문, 반짝이는 글라스블록과 메탈 의자, 통창 너머로 은근하게 드러나는 디자인 체어... 지난 4월 연희동에 들어선 카페 데스툴(Der StuhL)의 정경이다. 독일에서 나고 자란 아트디렉터 서덕재가 바리스타 박민규와 합심해 꾸린 곳이다.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의 자유로운 수업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독일에서 제가 본 풍경을 구현하고 싶었어요. 데스툴은 제가 상상한 독일의 쿤스트아카데미 공간이라고 볼 수 있죠.”
데스툴Der StuhL 외관 ⓒDer StuhL
데스툴Der StuhL 외관 ⓒDer StuhL

 

독일어로 ‘의자’를 뜻하는 카페 이름은 공간이 지향하는 콘셉트를 함축한다. “의자는 집이나 학교, 사무실 등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가구입니다. 데스툴의 모티프가 된 독일 예술 대학의 작업 공간에 방문했을 때, 학생들이 의자를 앉는 용도를 넘어 다양하게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정자세로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 보다, 자리를 옮기며 열띤 대화를 나누더군요. 스케이트보드에 걸터앉거나 누워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요. 이러한 자유로운 사고방식에서 착안해 데스툴 공간에서도 사람들이 음료와 음식을 즐기며 다채로운 경험을 하기를 바랐어요. 일상의 편안함을 누리며 창의적인 활동이 펼쳐지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Der StuhL

 

데스툴은 입지 조건으로 ‘반려동물과 함께하기 적합한가?’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는 데스툴이 ‘뮤니쿤트’라는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 출발했기 때문. “아픈 반려견과 쾌적하게 머물 수 있으면서 산책하기 좋은 장소를 택했어요. 구획 별로 다양하게 활용하기 좋은 건물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고요. 데스툴과 뮤니쿤트의 공간을 공유하면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좋겠다는 판단이 섰죠.” 건물 1층은 뮤니쿤트의 쇼룸 겸 오피스, 2층은 카페 데스툴로 이루어져 있다.

 

 
ⓒDer StuhL

 

건물은 팀원이 기획부터 설계, 시공을 함께해 재탄생했다. 카페로 활용됐던 이전 공간을 철거해 손수 개조한 것. 건물의 토대는 그대로 두고 새로운 감각을 더했다. “낡은 것과 새것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독일에는 오래된 건물이 많은데 젊은 세대가 자리 잡으며 독특한 분위기와 정서를 만들어냅니다. 저희 역시 건물의 뼈대와 높은 층고는 그대로 살리고 내부 인테리어 디테일에 좀 더 집중했죠. 그리고 이 장소를 찾는 사람들이 완성하는 색다른 장면을 상상했어요.”

 

 
ⓒDer StuhL
ⓒDer StuhL
ⓒseeumkim

 

공간에는 ‘쿤스트아카데미’라는 콘셉트에 맞게 구성된 크고 작은 소품과 가구가 조화를 이룬다. 통창 인근 선반에는 알레시 와인오프너와 필립스탁이 디자인한 레몬스퀴저, 각종 디자인 서적이 놓여 있다. 이는 아트디렉터 서덕재의 아버지가 독일에서 수집한 물건이다. “아버지가 산업디자이너라 독일에서 오랜 시간 공부하며 디자인 서적을 모으셨습니다. 공간 구조가 직선적이고 전반적으로 무채색 중심의 인테리어라 딱딱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데, 다채로운 디자인 서적과 유기적인 형태의 디자인 오브제들이 있어서 균형감이 잘 맞는 것 같아요.”수납함과 스피커의 기능을 겸하는 디자인 가구는 특별 제작했다고. “가구가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한다고 생각했어요. 독일을 모티프로 삼다 보니 대부분 외국에서 주문한 가구랍니다.” 공간 곳곳에 비치된 붙박이 의자, 움직이는 의자, 바 형태의 의자 등은 공간의 매력을 배가한다. “저희 팀원은 주황색 소파에 둘러앉아 대화 나누는 걸 좋아해요.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고 데스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거든요.”

 

ⓒDer StuhL
ⓒDer StuhL

데스툴은 카페를 넘어 다양한 창작자들의 색채를 담아내는 도화지 같은 공간을 표방한다. 7월 약 한 달간 스테이셔너리 브랜드 ‘*엔티에프유 컬렉터블스(NTFU COLLECTABLES)’와 협업 제품과 기간 한정 메뉴를 선보이며 팝업을 열기도 했다. 독일에서 촬영한 사진을 기반으로 제품을 제작하는 엔티에프유 컬렉터블스와의 협업을 통해 더욱 명확한 공간 콘셉트를 전하고자 기획한 행사다. “앞으로 데스툴에서 다양한 창작자들과 전시나 공연,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또한 독일 베이스로 활동하는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들에 대한 소개도 꾸준히 할 예정입니다. 이어지는 협업은 독일 젤리 브랜드, **괴근 식물 브랜드 등과 새 팝업 프로젝트가 준비돼 있습니다.

* NTFU 컬렉터블스(NTFU COLLECTABLES) 패키지, 편집, 앨범 커버까지 시각 디자인과 관련된 작업을 두루 진행하는 홍정희 작가(활동명 ENTFNUN)가 론칭한 브랜드. 클립보드, 바인더, 테이프 등의 필기구류를 다룬다.
** 괴근 식물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를 중심으로 서식하는 식물. 뿌리 쪽의 덩어리진 모습이 독특해 플랜테리어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식물 종류다.

 

데스툴은 7월 5일부터 약 한 달간 스테이셔너리 브랜드 ‘엔티에프유 컬렉터블스(NTFU COLLECTABLES)’와 협업을 진행했다. ⓒDer StuhL

 

마지막으로 데스툴이 어떤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는지 물었다. “데스툴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Wieso Nicht (Why Not)’입니다.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잠재 능력을 깨워주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커피와 음식을 편하게 즐기며 작업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며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데스툴’s Pick!

시그니처 메뉴 3

당근 케이크 ⓒDer StuhL

 

① 아이스 라떼 고소하고 진한 산미를 느낄 수 있는 커피와 우유가 잘 어울립니다. 샌드위치나 당근 케이크와 함께 드시면 더 맛있게 드실 수 있답니다.

② 아몬드 크림 모카 달콤한 크림과 커피, 시럽이 순서대로 느껴져 밸런스가 좋습니다. 누구나 무난하게 즐기실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③ 당근 케이크 보통 당근 케이크 하면 떠오르는 크림치즈의 시큼한 맛과는 달리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납니다. 아이스 커피와 따뜻한 커피 모두 잘 어울립니다.

 

데스툴 건물 1층 뮤니쿤트 쇼룸 겸 오피스 ⓒDer StuhL

 

뮤니쿤트(munikund)

도시에 사는 반려견을 위한 기능성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뮤니쿤트는 ‘munich(뮌헨)’와 ‘hund(개)’의 합성어로 ‘뮌헨의 개’라는 뜻이다. 2018년 브랜드 론칭과 함께 자사몰과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비 오는 날에도 산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레인코트’와 해충 방지와 쿨링 기능을 담은 ‘버그가드 의류’가 스테디셀러다.

 

 

 

 

김세음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데스툴

장소
데스툴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25길 98
김세음
글쓰기를 즐기는 디자인 전공자.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아름다움과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면면이 조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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