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디케이에프에프
dkff. 우선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이다. 디케이에프에프? 디케이프? 디크프? 어떻게 불러야 하나?
공식적으로는 ‘dkff(디케이에프에프)’라고 부른다. 하지만 네이밍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편이다. 부르는 방식은 열려 있다. 드크프프 혹은 디케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알쏭달쏭 한 이름과 더불어 dkff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편집숍? 브랜드숍? 혹은 빈티지 숍에도 가까워 보인다.
사실 이 점은 우리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제품 구성으로 말하자면 현재는 유럽에서 아카이브 한 빈티지 제품이 70%, 한국 혹은 독일 기반의 작가 제품이 30% 정도이다. 이를 dkff스러운 기준에 따라 선별해 소개한다. 형태에 따라서 편집숍이기도, 브랜드숍이기도 그리고 빈티지 숍으로도 비칠 수 있을 것 같다.
dkff의 시작점이 흥미롭다. 베를린에서 시작했다고 들었다. 현재는 서울에서 쇼룸까지 운영 중이고. dkff의 탄생 배경과 운영 계기가 궁금하다.
시작은 단순했다. dkff는 8년간 독일 베를린과 함부르크에 정착한 두 파트너의 개인 수집에서 시작했다. 독일의 물류 요충지로 불리는 두 도시에 살면서 각각 도시학과 예술을 공부했다. 주변 환경 덕분에 가구 디자인과 그 안에 숨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소소한 수집으로 이어졌다. 흥미롭게도 수집품 이미지를 본 지인들이 가구와 오브제를 구매하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다. 그때 이를 사업화하면 어떨까 싶었다. 물론 사업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지만.
그래서인지 초기에는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한 판매와 유통 전략이 중심이었다. 현재는 성수동에 쇼룸도 운영한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계기가 궁금하다.
‘빈티지’ 그리고 ‘제품’에서 오는 특성 때문이다. 유럽에서 오랫동안 아카이브 된 빈티지 제품의 특징을 사진으로만 볼 때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를 직접 볼 수 있다면 분명한 매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고객과 접점이 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했다. 아울러 가구와 오브제의 실제 질감, 크기, 착용감 등에 대한 고객들의 궁금증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팝업 쇼룸을 통해 고객과의 만남을 경험했다. 이후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서울 파트너 2명이 함께 참여해 성동구에 쇼룸을 마련했다.
한편, ‘dkff Collection’이라는 이름도 눈길을 끈다. 컬렉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가 있을까?
파트너 모두 정통한 방식으로 가구를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패션, 도시학, 예술학 등 다른 분야를 공부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패션과 예술에서 사용하는 ‘컬렉션’ 개념을 차용했다. dkff는 이를 가구로 풀어낸다.
패션 브랜드가 S/S나 F/W 처럼 매 시즌별로 특정 테마와 주제로 옷을 해석하듯이 말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용어가 내부적으로만 공유가 되었다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적극적으로 ‘컬렉션’ 개념을 통해 메시지를 외부로 던지려고 한다.
컬렉션을 살펴보면 명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dkff만의 취향과 미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dkff가 정의하는 스스로의 미감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언어로 정의하기 어렵다. dkff의 미션은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동시에 기능적으로 유용한 제품을 중심으로 고객의 공간을 큐레이션 하는 것이다. 즉, dkff가 지향하는 미감은 절대적이기보다는 상대적이다. 사실 우리의 시작이 그랬으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고르고, 큐레이션하고, 이것이 쌓이면서 브랜드로 성장했다.
최근 2년간 국내 가구 및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시장은 가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dkff가 막 시작했을 때와 고객과 시장의 모든 상황이 변했다. 역설적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변화에 오히려 무뎌지려고 한다.
독일과 서울의 물리적 거리가 상당하다. 함께 일하는 방식도 궁금하다.
4명의 파트너 모두 각자의 공간에서 임시적으로 혹은 유연하게 오피스를 채택해 화상 회의로 일을 진행한다. 분기별로 큰 꼭지는 함께 회의한다. 무엇보다 독일 파트너, 서울 파트너의 역할이 정확히 나누어져 있다. 서울 파트너는 세일즈 프로모션과 마케팅을, 독일 파트너는 dkff 컬렉션을 선정한다. 독일 파트너가 컬렉션을 선정하는 이유는 한국의 트렌드에서 물리적으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신선한 취향과 미감을 한국 고객에게 전할 수 있는 점이 dkff의 강점이자 컬렉션 고유의 색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빈티지 제품은 어디서, 어떻게 찾아내는지 궁금하다. 주로 베를린에서? 아니면 함부르크?
함부르크는 독일 최대의 항구 도시로 물류 중심지이다. 혹자는 함부르크를 빈티지 뮤지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만큼 유럽의 빈티지 아카이브 제품이 훌륭하게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베를린은 보다 다이내믹하며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셀러(Seller)가 많다. 처음에는 발품을 팔 수밖에 없었다. 소개받고 명함을 남기면서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하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 과정을 하나씩 밟아왔고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많이 쌓였다.
무엇보다 빈티지 제품의 출처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보물 찾기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단박에 찾아버리면 재미없지 않은가. 중간에 지도나 힌트 등 퀘스트 같은 여정이 있어야 마지막에 보물을 찾았을 때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독어와 영어로 된 정보를 검색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래를 하면서 판매자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인터넷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이전 컬렉터에 대한 이야기나 지금은 사라진 제조사에 관한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다.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아티스트 피스’ 카테고리가 있다. 디자이너와 디자인 스튜디오의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한다. 디자이너를 선별하는 기준점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dkff 컬렉션 선정 기준과 비슷하다. 하지만 비즈니스로서 디자이너 카테고리를 한층 더 성장시키고 싶은 목표가 있다. 독일 기반의 한국 작가를 한국 고객에게 알리고, 한국 기반의 한국 작가를 유럽에 알리는 플랫폼으로 한 단 계 더 성장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 채워나갈 게 많은데 이 역시 하반기 목표 중 하나이다.
디자이너를 섭외하고 작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없다. 디자이너와 작가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재능에 놀랄 뿐이다. 다양한 재료를 유연하고,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작가들을 어떻게 하면 더 넓은 무대에 효과적으로 노출시키고 판매의 단계까지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dkff 카탈로그를 만들기도 했던데. 카탈로그 제작하게 된 배경도 궁금하다.
2021년 1월부터 3월까지 라이프북스와 ‘By the Books – Reading Room Layout’이라는 주제로 책의 물리적 특성을 고려한 독서 환경에 알맞은 가구와 유용한 사물을 소개하는 쇼룸을 선보였다. 하드커버, 매거진, 신문, 페이퍼백으로 책을 나누어 이에 따라 가구와 오브제를 배치했다. 마찬가지로 dkff 컬렉션을 인쇄물로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편람형과 약식 목록형 카탈로그를 만들었다.
최근 ‘감도 높은 공간’,’감도 높은 디자인’, ‘감도 높은 제품’ 등 공간과 디자인을 두고서 ‘감도’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dkff가 생각하는 ‘감도’는 무엇일까?
감도의 사전적 정의는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대해 느끼는 감각이나 감정의 정도’이다. 앞서 dkff 컬렉션 선정을 독일 파트너가 독립적으로 하게 된 이유처럼 한국의 속도로 감도를 반응하면 고객도, dkff도 지치는 순간이 올 것 같다. dkff가 전달하고 싶은 취향과 미감이 맞는 고객분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현재의 감도에 조금 무뎌져도 상관없다.
현재 dkff가 고민하는 지점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도 알고 싶다.
지난 2, 3년 사이 가구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 성장했다.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브랜드도 있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뚜렷하게 세운 브랜드도 있다. 그렇다면 dkff는 남들이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을 할 이유가 없다. dkff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을 잘하고 싶고 그것을 쌓아가는 중이다. 분명 단순한 것인데 너무 거창하게 말한 기분이 든다. (웃음)
글 이정훈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dk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