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30

미술관 ‘루프탑 뷰’는 어떨까?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숨겨진 명소인 3층 옥상정원이 건축가의 손길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았다. 흐르는 시간을 물성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의 정원(Garden in Time)>이다.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에 선정된 이정훈 건축가(조호건축)가 해석한 미술관 경험과 조각적 풍경을 만날 수 있다.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 , 이정훈 (조호건축) |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 , 이정훈 (조호건축) |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옥상정원>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해부터 과천관 특화 및 야외공간 활성화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중장기 공간재생 프로젝트다. 2026년 과천관 개관 40주년을 앞두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해 미술관의 새로운 예술 경험을 시도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2020년 과.천.표.면, 2021년 예술버스쉼터에 이은 세 번째 프로젝트다.

옥상정원에서 보이는 풍경. 멀리 청계산과 관악산이 보이고 서울대공원의 케이블카와 저수지, 미술관의 잔디밭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미술관 루프탑 뷰는 어떨까?

 

근래 카페, 레스토랑 같은 장소에서 ‘루프탑(rooftop) 뷰’가 인기를 끌었다. 빽빽한 도심일지라도 옥상에 오르면 보이는 시원한 풍경, 살갗을 스치는 바람과 어디서든 잘 나오는 ‘포토 스폿’으로써의 공간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옥상 뷰는 어떨까. 미술관 동선상 아래부터 천천히 전시장을 돌아본 뒤 나선형 복도를 따라 3층 옥상에 도달한다. 문을 열고 보이는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은 하늘과 원형 옥상정원을 따라 나열된 하얀 파이프의 행렬이다. <시간의 정원>은 캐노피(canopy, 덮개) 구조의 지름 39m인 대형 설치작이다. 옥상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이 구조물을 따라 360도 다양한 각도에서 작품과 자연을 감상하게 된다. 그 아래로는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 작가가 조성한 원형정원(<원형정원 프로젝트: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2021. 10. 08 ~ 2023. 12. 17>)이 보인다.

원형 옥상정원을 걸으면서 보이는 풍경은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아래층 동그라미 쉼터에 황지해 정원 디자이너가 조성한 원형정원이 보인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할 때 아래층의 조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옥상정원의 핸드레일 높이는 원래 90cm였지만 법이 제정되면서 1.2m라는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30cm가 올라갔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 모습이 마치 시간이 흐르면서 핸드레일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건축이 결국 조경을 이길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래층에서 핸드레일까지 타고 오르는 저기 등나무의 생명력이라면 시간이 흘러 이곳을 수풀 우림처럼 만들 수도 있겠죠. 물론 구조상의 이유가 있었지만 제 나름대로의 상상을 더해봤습니다.”

이정훈 건축가는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닌 리뉴얼인 이번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드러냄과 조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작업 시간은 총 5개월. 현장 작업도 중요했지만 2km 가량의 파이프를 미리 완벽하게 자르고 용접하는 것이 큰 미션이었다. <시간의 정원>은 첫 입구의 내부 원형 높이는 90cm이지만 바깥으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높이가 변화하며 최대 4m가 된다. 풍경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보이는 정면 구간은 캔틸레버 구조로 기둥 없이 떠있는 형태다.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 , 이정훈 (조호건축) |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대자연이 밀려드는 듯한 느낌.’ 옥상정원에서 마주한 감정의 여운은 여러 갈래로 소용돌이친다. 동그란 원형 정원을 따라 걸으면 점진적으로 청계산과 관악산이 드러나며 광활한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정훈 건축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공간의 시퀀스와 심상을 제공하는 ‘풍광 장치’를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풍광 장치는 크게 외경과 내경의 원으로 구성된다. 외경의 원은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미술관 지붕면을 최대한 가리고 전면의 청계산과 관악산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라인이다. 외경은 닫힌 구조로 시작하여 전면에 펼쳐진 조망점에서 극적으로 열린다. 또한 하부를 지탱하는 구조 부재 없이 캔틸레버 그 자체의 긴장감으로 전면 풍광을 비장하게 드러낸다. 내경의 원은 외경의 원과는 반대 방향으로 열린다. 진입 축에서 하부의 원형정원을 바라보게끔 계획되었고 동선의 전개와 더불어 닫힌 구조로 바뀐다. 즉 외경과 내경의 열림과 닫힘 구조가 반대로 전개되는 것이다.

(…)

– 조호건축(JOHO Architecture), 이정훈 작가노트 중

조호건축, , 2022, 컨셉 스케치 01 ⓒ 조호건축(이정훈)
조호건축, , 2022, 컨셉 스케치 02 ⓒ 조호건축(이정훈)

디지털과 수공예의 합작품

 

열림과 닫힘 형태의 풍광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 <시간의 정원>은 두 개의 원이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풍광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지는 부분은 외경의 호를 크게 열어젖히기 위해 기둥이 아닌 상부에서 인장력으로 무게를 끌어당기는 캔틸레버 형태를 띠고 있다. 일정한 간격으로 나열된 파이프는 그 자체로 조각적 풍경을 만드는 주체이자 구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기존 건축물에 후배 건축가로서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즉 리모델링 형태로 작업해야 하는 프로젝트라 꽤 도전적인 과제가 있었습니다. 현장 여건상 공장에서 제작 후 현장 조립하는 것이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3D 스캐닝을 바탕으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방식으로 설계, 시공하였습니다. 오차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고 하나하나 붙이고 있는 수공예적인 부분과 디지털의 설계가 링크된 과정이었습니다.” 만약 현장에서 제작하고 조립하며 원형 파고라를 형성했다면 밀리미터 단위로 세밀한 오차가 생기기에 시공이 불가능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 , 이정훈 (조호건축) |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옛 핸드레일과 새로운 핸드레일 사이에 설치된 하얀 파이프 구조물 .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겹겹이 설치된 철제 구조물 앞에 시민들의 휴식을 위한 벤치가 놓였다.

이번 작업의 이름이 <시간의 정원>인 것은 왜일까? “흘러가는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지요. 이곳에서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의 방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파이프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의 변화는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만약 시간에 물성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 드러날까?’라는 물음에 대한 결과물이지요. 계절과 날씨에 따라 작품에 투영되는 빛과 그림자의 변화는 ‘자연의 순환’, ‘순간의 연속성’,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자연의 감각과 예술이 교차하는 이 공간에서 작가는 새로운 경험을 제시한다. <시간의 정원> 프로젝트는 2023년 6월 2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설치작 외 후보에 올랐던 4팀(김이홍, 박수정 & 심희준, 박희찬, 이석우 *가나다순)이 해석한 옥상정원 제안작도 프로젝트 기간 중 옥상정원 입구에 마련된 아카이브 영상으로 상영된다.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자료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프로젝트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주소
경기 과천시 광명로 313
이소진
헤이팝 콘텐츠&브랜딩팀 리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미술, 디자인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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