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던 2년의 시간이 지나고, 로에베는 밀라노 가구 박람회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를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수공업이 가지는 재생의 힘
매해 열리는 가구 박람회에 벌써 6번째 참석하는 로에베는 이번 박람회를 위해 잊혔거나 버려진 것들에 새로운 삶을 부여한다는 ‘Weave, Restore, Renew’를 주제로 폴리폼(poliform)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 프로젝트는 오직 장인 정신으로 완성되는 공예 작업을 통해 잊히고 버려진 사물들을 수선하고 되살려내어 유일무이한 새로운 존재로 변화시키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노동이 각각의 오브제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그 오브제가 가진 역사와 가치에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미래를 위해 오브제를 보존하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
더불어 장인이 공예작업에 접근하는 방식은 환경과 제품에 대한 존중이 교차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장인의 작업 방식은 무신경한 소비의 대척점에 있는 행위인 동시에 사랑과 관심을 바탕으로 하는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로에베 프로젝트는 인간이 손수 만든 작품의 비교불가한 가치와 품질이 시대를 뛰어넘어 지속되는 것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한다.
‘Weave, Restore, Renew’는 레더 위빙 기법과 코로자(coroza)*로 알려진 갈리시아의 전통 스트로 위빙 기법, 그리고 한국의 한지 직조 기법인 지승을 탐색했다. 스페인에서 수선된 작품들은 바로 이 프로젝트의 핵심 섹션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취합한 240개의 바구니들은 각각 특별한 형태, 기능, 저마다 다른 손상 정도를 가지고 있었고, 장인 ‘이도이아 쿠에스타(Idoia Cuesta)’, ‘후앙 마누엘 마르시야(Juan Manuel Marcilla)’가 가죽끈을 사용해 바구니들을 수선했다. 그 결과물은 마치 새로운 발명품처럼 장난기 넘치는 개성을 더한 독특한 바구니 시리즈로 모습을 드러냈다.
종이를 꼬아 만든 노끈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의 최종 후보작가로 선정된 지승 공예가 이영순 작가와 함께 로에베는 한국의 전통 지승 기법을 활용한 항아리 연작을 만들었다. 또한 재활용 신문지에 지승 기법을 적용시켜 견고한 토트백 연작을 만들어 작가의 작업을 확장시켰다.
* 고대의 갈리시아 직조 기법으로 짚, 갈대, 들장미와 기타 천연섬유를 꼬아서 비옷, 모자, 바구니를 만들던 기술
로에베 코리아는 2022 살로네 델 모빌레 프로젝트를 기념하며 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한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재활용 신문지로 만든 바구니와 핸드백, 그리고 수선된 바스켓백을 비롯한 스몰 레더 굿즈, 참 등 다양한 2022 살로네 델 모빌레 컬렉션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팝업스토어는 오는 6월 10일부터 28일까지 10꼬르소꼬모 청담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