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5

‘덕잘알’ OTT 왓챠, 남다른 마케팅 방식

브랜드 고객 충성도 대상 5년 연속 1위 비결
<킬링 이브> <이어즈&이어즈> <와이 우먼 킬> <콩트가 시작된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BBC, HBO, NTV, 박찬욱 등 제작사와 감독도 화려한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본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알려진 작품이면서, OTT 서비스 ‘왓챠(WATCHA)’의 독점 콘텐츠 ‘왓챠 익스클루시브’ 작이라는 것.
미국 BBC 드라마 포스터. 국내 OTT 서비스 왓챠가 국내 독점 수입했다.

 

국내 OTT 시장엔 글로벌 기업과 거대 통신사·방송사의 계열사가 포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왓챠는 잘하는 일에 집중하며 의미 있는 행보를 보여주는 중이다. 왓챠가 들여오거나 제작하는 콘텐츠는 다채로운 취향을 만족한다. 쉽게 접하기 힘든 독립영화, 예술영화부터 비영어권 드라마, 애니메이션까지 망라한 데는 왓챠의 시작이었던 콘텐츠 리뷰 애플리케이션 ‘왓챠피디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 리뷰 애플리케이션 이름이 ‘왓챠’였고 OTT 서비스는 ‘왓챠플레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으나, 2020년 7월 서비스 방향성을 강화하면서 이름을 지금과 같이 변경했다.

 

제74회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는 OTT 중 왓챠에서 독점 공개되었다. (좌), 포스터 (우)

 

왓챠피디아에는 유저들이 10년 이상 쌓아 온 평가 데이터가 6억5천만 개 이상 담겨 있다. 이는 영화, 드라마, 책, 웹툰 등 콘텐츠에 대한 유저 선호도와 취향의 변화를 명확히 보여줄 터. 왓챠가 왓챠 익스클루시브, 자체 제작 콘텐츠 등으로 남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기반에 그 데이터가 있다. 올해 상반기 왓챠는 두드러지는 성과를 보였다. 이달 초 발표된 브랜드 고객 충성도 대상에서 왓챠는 OTT 부문 1위를 거머쥐었다. 무려 5년 연속 1위라는 놀라운 결과였다.

 

왓챠는 지난 4월 1일 기발한 마케팅으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4월 1일이 되는 12시를 기해 주요 작품의 섬네일을 웹툰 그림으로 바꾼 것. 이는 왓챠의 새로운 방향을 알리는 이벤트의 일환이었으나, 만우절이라는 날의 특성을 활용한 덕에 더 유쾌하다는 반응을 끌어냈다. 왓챠의 흥미로운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저가 쌓은 리뷰를 큰 자산으로 보유한 만큼, 유저의 마음을 꿰뚫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 상반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왓챠의 마케팅팀에게 보유 콘텐츠를 ‘즐겁게’ 알리는 방법을 물었다.

 

 

Interview with 왓챠 마케팅팀

 

이미지 제공: 왓챠

 

올해 만우절 진행한 #왓챠가이런건에대하여 이벤트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현재 새로운 왓챠 2.0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인데, 내부에서 만우절에 주요 작품들의 섬네일을 바꿔보면 어떨지 의견이 나왔어요. 왓챠 2.0은 기존 OTT에 웹툰, 뮤직이 하나로 합쳐진 형태예요. 올해 만우절은 그와 연결된 의미 있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해 바로 세부 기획을 잡고 실행하게 되었죠. 많은 분이 아시는 것처럼 왓챠는 항상 만우절에 거짓말 같은 사실을 전해왔기에 이번에도 알맞은 기획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다양한 웹툰 작가와 협업해 만우절 이벤트용 섬네일을 제작했어요. 어떤 작가들과 함께했어요?

김양수, 서나래, 루드비코, 써니사이드업, 펭귄, 돌레 님까지 웹툰 작가 여섯 분과 함께했어요. 모두 새로운 왓챠 2.0의 웹툰에서 만날 수 있는 분들이라, 한창 바쁘신 시기에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흔쾌히 작업해 주셨죠. 왓챠의 오리지널과 익스클루시브 작품 섬네일을 본인 스타일대로 자유롭게 표현해 달라고 부탁드렸고, 저마다 특색을 살려 재미있게 표현해 주셨어요.

 

이미지 제공: 왓챠
이미지 제공: 왓챠

 

만우절 이벤트 섬네일을 만들 때는 어떤 점을 고려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어떤 작품의 섬네일을 변경할지 고심하다가, 유저들이 친숙하게 접했을 왓챠의 오리지널과 익스클루시브 작품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 후에는 각 작품의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장면을 선정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어요. 포스터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고, 작가님들과 논의를 통해 작품 속에서 장면을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시네마 천국> 섬네일은 루드비코 작가님이 광기 어린 버전으로 재탄생시켜 주셨어요.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한니발> 섬네일은 서나래 작가님이 재해석하셨는데, 그 결과 오싹한 장면이 귀여운 캐릭터들의 평화 버전으로 변모했답니다.

 

 

섬네일을 바꾸었을 뿐 아니라 ‘오늘만 왓챠가 변한 건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짧은 웹툰도 선보였어요. 재미도 있었지만 왓챠가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요, ‘만우절’에 이러한 방식으로 비전을 드러낸 이유를 들려주세요.

홈 화면을 바꾼 것을 만우절 이벤트로 참신하게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왓챠가 왜 이랬을까?”에 대한 답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팀 내에서 우리가 섬네일을 웹툰으로 바꾼 이유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알릴지 추가적인 고민을 했고 이 역시 ‘일상툰’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발전시켰습니다. ‘왓챠가 사업 분야를 확장한다’라는 내용을 거창하고 딱딱한 문장이 아니라 좀 더 위트 있는 스토리로 풀고 싶었어요. 그 결과물을 많은 분이 애정을 가지고 봐주신 것 같아요.

 

왓챠피디아로 영화, TV, 책, 웹툰 등 여러 콘텐츠를 평가하고, 나만의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2020년 만우절에는 왓플릭스 서비스를 선보였죠. 왓챠의 강점인 평점·검색 서비스를 과감하게 활용하면서 큰 화제가 되었어요. 만우절을 마케팅 포인트로 사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왓챠의 콘텐츠 추천은 왓챠피디아에 쌓인 수많은 데이터를 엔진으로 하여 이뤄집니다. 왓챠피디아는 다양한 콘텐츠 데이터로 유저들이 각자 취향에 맞는 작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꿔요. 당시 넷플릭스의 작품 평가 데이터도 왓챠피디아에 상당히 많이 쌓여 있었는데, 넷플릭스 작품까지 왓챠피디아에서 적극적으로 추천하면 시청자와 유저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프로젝트를 ‘만우절’에 오픈하기로 했어요. 만우절에 어울리는 타이틀 ‘왓플릭스’도 작명하고요. 실제로 왓플릭스 서비스 오픈 후 많은 분이 이용해 주셨고 지금은 왓챠피디아 내에 왓플릭스 기능이 모두 탑재되어 있습니다.

 

왓플릭스 티저 이미지

 

왓챠는 단순히 ‘만우절’을 위한 기획은 따로 하지 않는 편이에요. 모든 기획에는 제품적으로나 콘텐츠적으로 나름의 이유가 있어요. 무언가를 위트 있게 알릴 수단으로 만우절을 활용하는 걸 선호합니다.

 

시리즈 티저 이미지 일부

 

<해리포터> 시리즈가 왓챠에 들어올 때 진행했던 마케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사랑한 적 있는 이들이라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요소를 곳곳에 숨겨두었죠. ‘9와 3/4 플랫폼에서 만나요’라는 티저 문구는 물론, 왓챠 사이트 곳곳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도 무척 재미있었고요.

<해리포터>는 왓챠 내에서도 기다리는 동료들이 많았던 작품이에요. 사실 모두가 염원하는 작품 중 하나였죠. 그런 작품을 SVOD(구독형 VOD 서비스) 최초로 왓챠에서 서비스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부는 흥분한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굉장한 소식을 그냥 평범하게 알리는 건 왓챠 마케팅팀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 Easter Egg. 게임, 영화, 소프트웨어 등 프로그램에 숨겨놓은 기능이나 메시지

 

오픈 시 숨겨둔 이스터에그 중 하나. 빛을 밝히는 마법 주문인 ‘루모스’를 입력하면 화면에 동그란 빛이 나타났다.

 

‘9와 3/4 플랫폼에서 만나요’는 해리포터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말이죠. 9와 3/4 플랫폼은 해리포터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를 담아 진행한 티징이었는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실제로 많은 분이 왓챠의 <해리포터> 시리즈 오픈을 기다려주셨어요.

 

이렇게 총체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마케팅은 어떻게 시작해, 어떤 과정을 거치며 구체화하나요?

전사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모아 정리하면서 전체적인 그림부터 세부적인 내용까지 촘촘히 완성합니다. <해리포터> 오픈 시 숨겨둔 이스터에그 역시 아이디어를 모을 때부터 많은 분이 의견을 주어 탄생했어요. 실제로 이스터에그 관련 아이디어만 100개가 넘었고, 그중 가장 의미 있고 유저가 발견했을 때 기쁨을 느낄 만한 포인트를 갖춘 것으로 추려서 진행했습니다. 또 #헐왓챠에 캠페인을 통해 유저들의 기다림을 수치화해서 보여주고자 했고요.

 

#헐왓챠에 캠페인의 시작이 된 왓챠 박태훈 대표 인터뷰. 이 인터뷰로 그가 왓챠의 유저 리뷰를 검색할 때 ‘헐 왓챠에’를 쳐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콘텐츠 팬들이 ‘헐 왓챠에 OOO 들여와 주세요’ 등의 글을 올리며 바이럴이 시작됐다.

 

#헐왓챠에 캠페인은 왓챠가 유저 반응을 열심히 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유저들이 알게 됨으로써 시작되었다고 생각해요. 자칫 밈으로 짧게 소비되고 끝날 수도 있었던 현상을 공식적으로 캠페인화한 셈인데요. 열기가 식기 전에 캠페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를 바로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궁금해요.

왓챠의 일하는 방식과 맞닿은 내용이네요. 내부적으로 실행력이 빠른 집단이기도 하고, 모든 팀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보니 그 목표에 적합한 내용이라면 협업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됩니다. 마케팅팀은 언제나 유저 반응에 굉장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함께 소통할 기회를 살피고 있어요. 유저의 니즈를 발견하면 최대한 신속히 반영하려고 민첩하게 움직여요.

 

왓챠 파티는 여러 사람이 이야기 나누며 같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기능이다. 비슷한 작품을 좋아하는 유저들은 서로 열정을 표출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왓챠 익스클루시브 작품에 출연한 일본 배우들의 한국어 인사말 콘텐츠. 왓챠 SNS에서 볼 수 있다.

 

왓챠는 ‘과몰입’을 도와줘요. 왓챠파티 같은 기능, 일본 배우가 전하는 한국어 인사말 같은 콘텐츠를 보면서 ‘덕후 맘을 제대로 안다’ 싶었는데요. (웃음) 왓챠가 이렇게 ‘덕잘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은 뭘까요?

유저의 니즈를 파악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가장 핵심인 것 같아요. 또 왓챠 내부에도 콘텐츠 덕후가 많다 보니,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빠르게 캐치해 움직이는 것이 팀의 DNA에 박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웃음)

 

왓챠는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가 진행한 2021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에 파트너로 참여했다. 출처: 왓챠 인스타그램

 

이마트24와 협업해 출시한 ‘왓챠팝콘’, 2021 온라인 퀴어퍼레이드 파트너 참여 등 다른 OTT 서비스와 사뭇 다른 협업 행보가 두드러져요. 협업하는 분야나 방식에 한계를 두지 않는 느낌인데, 협업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본격적으로 협업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왓챠가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가?’입니다. 왓챠는 다름이 인정받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더 다양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왓챠와 이마트24가 협업해 출시한 왓챠 팝콘

 

언급하신 두 가지 사례는 언뜻 매우 달라 보이지만, 사실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요. 왓챠 팝콘은 기존에 각각 존재하던 세 가지 맛을 한 통에 담아, 어떤 취향의 사람이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맛을 제공하죠.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 역시 왓챠가 다양성의 영역으로 존중하는 가치를 서포트할 수 있는 일이기에 기꺼이 참여했습니다.

 

 

올해 만우절에 예고했듯 웹툰, 음악 등을 아우르는 더 큰 서비스를 준비 중이죠? 어떤 서비스일지 귀띔해 주세요.

앞으로 왓챠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나아가 뮤직과 웹툰까지 제공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 될 예정입니다. ‘보고 듣고 즐기는’ 모든 것이 왓챠에서 전부 가능해지는 거예요. 단순히 세 개의 카테고리를 모아놓는 개념이 아니라, 본인 취향에 맞는 크로스 추천을 통해 더욱 풍성한 감상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될 겁니다.

 

왓챠의 2021 연말 결산 서비스 디자인 일부. 왓챠피디아에 기록된 평가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결과를 보여주었다. 출처: 왓챠 인스타그램

 

사람들에게 왓챠가 어떤 브랜드로 다가가길 바라나요?

지금처럼 편안하고 친구 같은 친근한 브랜드이길 바랍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왓챠에게 말을 거는 분이 많은데, 모두 답변하진 못하지만 정말 다 보고 있거든요. 어디에서든 왓챠를 많이 언급해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김유영 기자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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