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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4

을지로 N/A에서 열리는 나이젤 샤프란의 사진전

상업과 예술, 일상이 어우러진 사진 미학
사진에 관한 몇몇 경향과 의제가 포착되며 관련 논의의 필요성이 증폭되고 있는 요즘, 을지로에 위치한 갤러리 N/A에서는 영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나이젤 샤프란(Nigel Shafran, b.1964)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을지로 N/A에서 열리는 나이젤 샤프란 전시 전경

최근 국내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해외 사진작가의 작품전이 곧잘 소개되는 경향이 보인다. 공근혜 갤러리와 수원시립미술관이 네덜란드의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의 개인전을 치렀고, 그라운드 시소 서촌에서는 요시고의 사진전이 대중적으로 크게 흥행했다. K현대미술관은 라트비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필립 할스만의 회고전을 열었다.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가나와 런던을 오가며 활동하는 제임스 바너의 아시아 첫 개인전을 얼마 전 마쳤고,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독일 출생의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대규모 사진전을 진행 중이다.

 

스마트폰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진에 대한 접근성과 범위가 확장된 동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사진의 작가성은 무엇일까. 또, 국내 최초의 공립 사진 미술관이자 내년 개관 예정인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나 2023년이면 벌써 9회를 맞는 《대구사진비엔날레》처럼 국내의 사진 전문기관과 조직은 사진매체의 어떤 실천을 지원하고 공공과 소통해야 할까.

사진에 관한 몇몇 경향과 의제가 포착되며 관련 논의의 필요성이 증폭되고 있는 요즘, 을지로에 위치한 갤러리 N/A에서는 영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나이젤 샤프란(Nigel Shafran, b.1964)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N/A는 을지로 철공소 골목에 위치해 인근의 중간지점, 공간 형, 을지로 오브, 상업화랑과 함께 신생공간으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2018년 문을 연 N/A는 신생 전시공간의 아트페어로 꾸려진 더 프리뷰 성수에 LESS (김태균), 나이젤 샤프란, 비리야 초파냐비수트Viriya Chotpanyavisut, 정영호, 정지윤, 한영수의 작품을 출품해 각국의 사진작가들을 한 데 소개하기도 했다.

 

사진가가 운영하는 공간인 N/A인만큼, 나이젤 샤프란의 전시는 운영자의 직접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전시에서 나이젤 샤프란은 ‘패키지(Packages)’, ‘컴포스트 픽처 (2008/9 Compost pictures)‘, ‘슈퍼마켓 체크아웃(Supermarket checkouts)‘ 그리고 ‘워싱업 2000(Washing-up 2000)‘ 4가지의 개별적 시리즈로 총 18개 작품을 선보인다. 설거지를 마치고 건조대에 놓여 있는 식기를 찍은 ‘워싱업2000′ 시리즈, 슈퍼마켓 계산대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계산을 기다리며 쌓여 있는 물건을 찍은 ‘슈퍼마켓 체크아웃’ 시리즈, 식사 후 남겨진 퇴비더미들을 한곳에 모아 찍은 ‘컴포스트 픽처’시리즈 등 평범한 행위와 장면에 시선을 둔 작가의 사진과 N/A의 독특한 공간이 서로 깔끔하게 어우러진 느낌을 받는다. (계단과 벽으로 구획이 나뉜 N/A는 목조 구조의 천장과 낡은 시멘트 벽, 오래된 벽돌과 흰색 가벽이 서로 교차해 건축 질감적으로 매우 특징적인 곳이다.)

컴포스트 픽처 시리즈
패키지 시리즈
슈퍼마켓 체크아웃 시리즈
워싱업 2000 시리즈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보편적 대상을 정적인 감각과 과장되지 않은 양식으로 표현한 나이젤 샤프란의 사진 기법은 보는 이에게 친숙하면서도 편안한 이미지로 연결된다. 이런 그의 사진은 연출되지 않은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긴 노출을 이용하거나 자연광을 적극 받아들임으로써 얻어지는 서정적 미학을 갖고 있다. 때문에 소박하게 지나칠 수 있는 대상을 조용한 응시자의 시선으로 관찰하며 순간의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진가의 삶에서 포착한 주제, 그만의 내러티브를 머금은 사진이지만 관람객 역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리고 지금도 일상의 도처에 있을 것 같은 생동감 있는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워싱업 2000 시리즈

“내가 만드는 작업들은 시간을 초월할 수 있는 사진이 지닌 마법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사진은 마치 타임터널처럼 당신이 과거에 알았지만 여전히 살아있고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데려갑니다. 그때와 지금을 연결하는 것처럼요. 뭔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영감을 받았을 때, 그것에 반응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식으로 열린 마음을 가지고 보려 합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무언가를 계속 살아있게 하는 것입니다. 아주 현대적인 사고 방식은 아닐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것이 매우 사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나이젤 샤프만 (Charlotte Cotton 인터뷰, 2004)
전시 모습

나이젤 샤프란의 전시는 6월 4일까지 계속되며, 도록도 출간될 예정이다. 작품은 물론, 포스터도 판매되고 있다. 그의 사진에 관심있다면 지금, N/A에 방문해 보자. 근거리에 위치한 신생 전시공간을 함께 보며 일상과 예술이 어우러진 장면을 직접 경험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나이젤 샤프란
1980년대 후반 ‘The Face’ 와 ‘iD’ 잡지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더 포토그래퍼스 갤러리(The Photographers’ Gallery), 테이트(Tate),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피그원(Fig-1), 엠더블유 프로젝트(MW Projects) 그리고 타카이시 갤러리(Taka Ishi Gallery)등 에서 전시되었으며 노팅햄 캐슬 아트 갤러리&뮤지엄(Nottingham Castle Art Gallery and Museum) 및 아트 카운실 콜렉션(Arts Council Collection)을 비롯한 여러 예술 컬렉션에서 소장하고 있다. 그의 출판물에는 ‘Ruthbook’ 1995, ‘Edited Photographs’ 1992-2004 (Photoworks/Steid 출판사), Teenage Precinct Shoppers 2013 (Dashwood Books 출판사), Visitor Figures 2015 (V&A Museum)및 Dark Rooms 2016 (Mack Books 출판사) 등이 있다.

 

 

오정은 객원 필자

장소
N/A
주소
서울시 중구 창경궁로 5길 27
일자
2022.04.29 - 2022.06.04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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