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2022-05-18

푸른 도자기가 빚어내는 공명

올리버 비어 국내 첫 개인전 <공명 - 두 개의 음>
영국 현대 미술가 올리버 비어(Oliver Beer)가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5월 4일부터 6월 11일까지 개인전 <공명 - 두 개의 음(Resonance Paintings - Two Notes)>를 연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작가의 첫 개인전이자 신작 <공명 회화(Resonance Paintings)>를 선보이는 자리이다.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리는 올리버 비어 전시 전경 ⓒ Thaddaeus Ropac Seoul

 

전시장 중앙에는 한 쌍의 도자기로 구성된 사운드 설치 작품이자 조각 작품 <공명 관(Resonance Vessels)>이 놓여 있고, 이 작품에서 희미하게 나오는 소리를 배경으로 <공명 회화(Resonance Paintings)>가 에워싸듯 벽에 전시되어 있다.

 

ⓒ Thaddaeus Ropac Seoul

 

<공명 관>은 2022년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선보인 작품으로, 이번 서울 전시의 공간고가 주제에 맞게 다시 만들어졌다. 청화백자를 연상시키는 푸른 문양의 도자기들은 천장에 매달린 채 주변 움직임에 의해 작동한다. 도자기의 입구에는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어 도자기 각각이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음을 연주하듯 공명하며, 관람객들이 작품 옆을 지나가면 공기의 영향을 받아 미묘하게 다른 소리를 낸다. 작품과 관람객이 만들어내는 평화롭고도 부드러운 음악은 전시장 공간을 채운다.

 

ⓒ Thaddaeus Ropac Seoul

 

“관람객은 여러 지점의 공기의 흐름과 자신의 움직임이 발생시키는 소리를 온몸으로 감각하게 된다.”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김경란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다양한 역사와 지역에 걸친 청백색의 도자기를 선정했고, 그 중에서도 각 도자기에 내재된 음들을 섬세하게 파악 및 선별하여 작품을 구성하였다. 청백색의 도자기는 문화간 교류와 상호작용의 여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페르시아에서 중국을 걸쳐 수입된 코발트 안료는 한때 금보다 귀하게 여겨졌다. 산화 코발트 기술은 이란에서 시작되어 터키를 거친 후 중국에 도착하여 일본에 전파되었으며, 포르투갈과 영국 제국주의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 Thaddaeus Ropac Seoul

<공명 회화>는 음악적 조화를 시각적 언어로 치환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수평으로 놓아둔 캔버스 위에 건조한 안료 파우더를 뿌린 후 캔버스 아래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음악이나 소리를 재생한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파에 의해 파우더가 움직이며 일정한 패턴을 만들고 그 패턴을 고정하면 작품이 완성된다.

 

‘소리(sound)’를 붓처럼 활용하는 작가는 <공명 관>에서 추출된 두 개의 음을 활용하여 <공명 회화>를 제작하기도 한다세밀하게 조정된 두 개의 음에 의해 발생하는 음파는 캔버스 위에서 진동에 따라 물결치는 안료들의 이동으로 구현되고각자의 자리를 찾아 내려앉은 안료는 기하학적 문양을 띤다비어는 그의 음악적 재능을 십분 활용하여 세밀한 천착으로 음을 구성하고음의 움직임은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푸른색 안료로 형상화되며이는 작가가 개발한 안료 정착 기술로 제 자리에 고정된다이러한 작업 방식은 2009년 그가 아일랜드 드럼(Irish drum) 위에 밀가루를 한 움큼 올려 놓은 채 소리의 구상적 가능성을 실험하였던 작가의 초기 실험으로부터 기인한다.

Oliver Beer_Resonance Painting (I'll Take Care of U)
Oliver Beer_Resonance Painting (Instant Crush)
Oliver Beer_Resonance Painting (Je pense à toi)
Oliver Beer_Resonance Painting (Love Come Down)

이 밖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매주 토요일호주 시드니 비엔날레에서 선보이며 입지를 다진 작가의 퍼포먼스 <입을 위한 작곡(Composition for Mouths)>을 선보인다두 명의 공연자가 입을 맞대고 소리를 내어 공명하는 작품으로두 인체를 하나의 성악기로 결합한다.

 

“음악과 조화(harmony)는 공기 중의 기하학적 진동으로 만들어진다. 캔버스 표면 위에 안료를 느슨히 올려 놓고 그 아래에서 음악을 연주하면, 공기의 이동으로 안료가 움직이게 되며 소리의 모양이 구현된다. 모든 음악적 하모니가 시각적으로 구현되고 표현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신작을 통해 음의 형상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내게는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나는 늘 음악과 예술의 교차 지점에서 작업을 이어왔는데, 특히 이번 <공명 회화>를 제작하면서 음을 작곡함으로써 이미지를 구성할 수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음악으로부터 출발한 이미지가 20세기와 21세기 전반에 걸쳐 구축된 추상 회화의 모습과 점차 닮아간다는 것이다. ‘소리(sound)’의 시각적 구현 가능성이 얼마나 무궁할지, 경이롭다.”

– 올리버 비어
Oliver Beer_ Photo by John O Rourke_1_July 2020

비어의 작업 세계 전반은 음악과 미술에 대한 그의 심도 깊은 배경을 기반으로 하며특히 목소리와 건축물에 초점을 두고 소리와 공간 간의 관계성을 탐구한다뿐만 아니라조각이나 설치 작품영화 프로젝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의 작업은 종종 자전적이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그의 다학제적 작업에는 주변 지인이나 가족으로부터 기인한 요소들이 등장하곤 하는데이는 개인 또는 집단 관계 내에서 다르게 관철되는 관점들을 탐구하는 통로로 작용한다현대적 시각에서 감각의 경험을 재해석하는 작가는 오랜 관습과 문화적 규범 내 고착화된 관점들을 분석해체그리고 재정립함으로써 자신만의 조형적 언어를 발전시켜왔다. 그는 작곡의 행위와 방식연주 방식과 더불어 회화나 조각을 제작하는 방식을 조사하고 더 나아가 개개인이 미()를 감상하고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작가 소개
올리버 비어(Oliver Beer, b. 1985)는 현재 런던과 파리를 오가며 작업 및 전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비어는 영국 현대 음악 아카데미에서 음악 작곡 학사 취득 이후 옥스퍼드 대학교 러스킨 예술대학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하였으며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영화 이론을 수학하였다작가는 조각설치 작품영상몰입형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각종 사물에 내재된 음악적 특성이나 신체와 공간과의 소리적 관계성을 탐구한다음악적 배경을 근간으로 하는 비어의 작업 세계는 가족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맺은 관계로부터 기인하며더 나아가 다학제적 작업의 청사진으로 작용한다개인 소유물에 깊숙이 부여된 개인적 또는 문화적 의미나 음악이 불러오는 기억추억들을 활용하고 또 전달함으로써 친밀하고도 보편적인 감정과 인식을 끌어내기를 유도한다.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타데우스 로팍 서울

프로젝트
<공명 - 두 개의 음>
장소
타데우스 로팍 서울
주소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122-1, 2층
일자
2022.05.04 - 2022.06.11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푸른 도자기가 빚어내는 공명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