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팝업, 전시 소식 등 꼭 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레터 받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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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8

성수동에서 탄생한 수제맥주 브랜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①

커스텀 맥주부터 비어볼까지… 트렌드 이끄는 브랜드의 비결
2016년, 오래된 목공소를 개조한 양조장이 성수동에 문을 열었다. 이름은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Amazing Brewing Company’ 줄여서 ‘ABC’라고 부르는 수제맥주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맥주의 다양성’을 외치며 성수동의 힙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어메이징은 수제맥주 브랜드로는 독보적으로 이천에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며 ‘편의점에서도 만날 수 있는 수제맥주’를 유통해 시장을 넓혔다. 오뚜기와 협업한 진라거를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맥주를 선보이는가 하면 맥주 효모를 활용한 새로운 막걸리, 하이볼을 소개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주류 업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중이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성수점은 오래된 목공소를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고재에서 풍겨 나오는 세월의 흔적이 멋스럽다.

목공소에서 핫한 양조장으로

지금은 눈코 뜰 새 없이 크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고 힙플레이스를 찾는 사람들로 가득한 성수동. 하지만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가 문연 2016년 전후만 하더라도 지금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성수는 제화, 패션, 연마, 인쇄 공장들이 들어선 공장 지대였다. 상업 공간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당시 골목길 사이에 자리 잡은 양조장의 존재는 특별했다. 성수에서 태어나 ‘성수’를 DNA로 하는 일명 ‘홀리워터’ 맥주를 만들어 판매한 것이 어메이징의 시작이었다. 보통 펍에서 20개 내외 탭을 갖추기 마련이건만 어메이징 브루잉컴퍼니는 무려 60개의 탭을 자랑했다. 물건을 찾으러 오는 디자이너, 패션 MD들이 드나들면서 조금씩 입소문을 탔다.

김태경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대표

Interview with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

P&G코리아,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수제맥주 1세대 브랜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를 설립했다. 창업 전 소문난 ‘맥주덕후’였던 그는 국제공인맥주소믈리에, 맥주 심사관 자격증 등을 취득했으며 회사를 운영하면서 와인소믈리에,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 보유자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획일화된 맥주 시장에 다양성을 제안하고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는 데 목표를 둔다.

–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홈브루어Home Brewer 출신들이 모여서 만든 스타트업 회사였다고요.

2016년 4월 28일 지금 있는 성수동 자리에서 브루-펍으로 시작했습니다. ‘홈 브루어’란 상업 양조 경험이 전혀 없는,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에요. 흔히 말하는 ‘맥덕’(맥주덕후)들이죠. 홈브루잉을 하면 커뮤니티 활동을 하게 돼있어요. 왜냐하면 한 번 맥주를 만들면 20리터, 40리터가 나오는데 혼자서는 다 못 먹거든. 만나서 서로 내가 만든 맥주를 나눠 먹기도 하고 대회도 하면서 알게 되는 거죠. 작은 매장으로 시작했지만 펀딩을 통해 2019년 이천 제1브루어리, 2022년 제2브루어리를 설립했어요.

(왼)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본점인 성수점 별관 마당 (오) 이천에 설립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브루어리. 제2브루어리의 경우, 한 달에 맥주 800톤가량 만들 수 있는 대규모 제조 시설을 갖췄다.

– 왜 성수동이었나요?

양조장도 일종의 생산장이거든요. 제조와 물류 그리고 접객이 가능한 공간이 필요했어요. 몰트 보관을 해야 하니까 창고가 필요하고, 양조장 공간도 나와야 하고, 또 펍을 하려면 주방과 홀이 필요하고. 서울 시내에 100평 정도 되는 공간을 찾아보니 세 군데였어요. 문래동, 을지로, 성수동. 어쩌다 보니 최근 몇 년간 공장지대에서 문화공간으로 부상한 곳들인데요. 성수동은 가죽, 청바지 염색, 제화, 연마 공장들이 많았고 을지로는 출판 공장, 문래는 기계 공업 공장들이 많았어요. 지금 목공소 건물이 100평 되는 규모로 나왔길래 여기구나 싶었죠.

– 목공소를 개조해서 그런지 펍 자체의 거친 바이브와 우드톤 인테리어의 편안한 느낌이 잘 어울렸어요.

이 건물은 1959년 지어졌어요. 공간 자체에서 뿜는 멋이 있거든요. 개조하면서 최대한 ‘많이 안 건드리는 게 목적’이었죠. 양조장 설비를 제외하고 인테리어는 거의 셀프로 하다시피 했어요. 6명 창업 멤버로 시작했고 2년 전 옆 별관을 확장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천에도 양조장이 있지만 성수점에서 서빙하는 맥주는 모두 성수 양조장에서 만든 거예요.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성수점 양조장 모습. 유리창을 통해 펍에서 양조장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에서 갓 만든 맥주를 펍에서 서빙한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성수점 내부. 김태경 대표가 유학 시절 자주 가던 바에서 인상 깊게 본 조명을 모티프로 국내에서 자체 제작할 만큼 애정과 공을 많이 들인 공간이다. 지금은 별관까지 확장해 운영한다. 본관에서는 원하는 잔을 고르고, 원하는 맥주를 리터당 계산해 마실 수 있는 셀프 펍을 운영 중이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성수점 별관 내부 공간. 여럿이서 모임할 수 있는 프라이빗 공간도 마련해 두었다.

차(茶)를 넣은 맥주나 하이볼을 재해석한 비어볼, 하드셀처 같은 제품들이 성수점에서 탄생합니다. 바나나향, 식이섬유, 과즙.. ‘이런 것도 만들어?’ 싶은 것도 만들어요. 대기업에서는 레시피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는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개발하기에 속도가 빠른 편이죠.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성수점 별관과 맥주, 음식들. 주류를 숙성할 때 사용하는 오크통을 활용해 테이블을 만들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맥주 샘플러. 8종의 다양한 맥주를 경험할 수 있다.

-성수점에서는 몇 종류의 맥주를 취급하나요?

상시 35종가량 판매하고, 시즌마다 출시하는 신제품이나 리미티드를 합하면 일 년에 60종 내외 소개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맥주를 소개할 수 있는 이유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초기부터 전략으로 삼았기 때문이었죠. 대규모 맥주 공장에 가면 양조 탱크가 건물만 하거든요. 많은 양의 단일 품목을 유통하니까요. 우리는 작은 양조 탱크에서 최대한 많은 종류의 맥주를 생산하고 갓 제조한 신선한 맥주를 제공하는 것을 차별화라고 생각합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양조장과 발효 과정이 끝난 맥주를 따르고 있는 브루어(양조사)

-양조장에는 맥주의 맛과 품질을 좌우하는 브루어들이 있는데요. 어메이징의 브루어들을 소개해 주신다면.

성수, 이천 각각 브루어들이 있는데요. 성수점 브루어들은 이것저것 맥주의 레시피를 연구하는 실험가에 가까워요. 차(茶)를 넣은 맥주나 하이볼을 재해석한 비어볼, 하드셀처 같은 제품들이 이곳에서 탄생했습니다. 신제품이 나오면 고객들의 반응도 살펴봅니다. 성수점에서 테스트해 보고 반응이 좋으면 이천에서 대규모로 만드는 거죠. 바나나향, 식이섬유, 과즙.. ‘이런 것도 만들어?’ 싶은 것도 만들어요. 대기업에서는 레시피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는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개발하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들이 빨리 나오는 편이죠.

–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요?

맥주를 마시는 것은 어떤 의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은 어떤 순간을 축하하거나, 기억하거나, 축복하기 위해 술을 마시곤 하는데 그런 특별한 순간이 ‘어메이징’한 순간이 아닐까 했어요. 사람들에게 그런 ‘와우’ 포인트를 주는 회사가 되고 싶었죠. 이름은 저희끼리 앞 글자를 따서 ‘ABC’ 불러요. 그것도 마음에 들어요.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A로 시작하는 단어를 생각한 건 사실이에요.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처음 아마존 이름을 지을 때 무조건 A로 시작하는 이름을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 검색했을 때 상호가 가장 먼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성수점 대표 메뉴
어메이징_브루잉_컴퍼니_성수점_크루

-이천 브루어리에서는 몇 종류의 맥주를 얼만큼 생산하나요?

제1공장에서는 한 달에 150톤, 제2공장에서는 600~800톤 가량 만듭니다. 주로 편의점에 판매하는 맥주를 이곳에서 만들고 있어요. 약 15 종류의 맥주를 만들고 있지요. 이천은 교통과 물류의 요지일뿐더러 술과 관련된 공장들이 많아요. 그러다보니 술과 관련된 인력을 찾을 때도 좀 더 수월한 것 같고요.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이천 브루어리 전경.

 

 

어메이징한 순간을 상징하는 브랜딩 디자인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설립 당시 아메리칸 스타일의 쾌활한 느낌의 로고를 썼다. 이후 2018년 한국 크래프트 맥주의 정체성과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만의 차별성을 강조하고자 디자인스튜디오, 샘서울과 전체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브랜드 이름의 앞자인 ‘A’를 강조하고, 맥주를 양조장, 배럴, 맥주잔, 문 등의 이미지와 과거 한국 여흥의 장소인 팔각정자, 팔각문의 형태를 결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로고 비주얼. ‘어메이징한 순간’을 선사하기 위한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A’를 돋보이게 내세웠다. 디자인: 샘서울 © samseoul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로고가 적용된 명함과 병맥주, 코스터 디자인: 샘서울 © samseoul

–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2020년 종량세, 2019년 일본 맥주 퇴출, 2022년 코로나 상황까지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며 자리를 잡아나갔습니다.

코로나 시기 국내 캔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브루어리는 그리 많지 않았어요. 어메이징은 이천 공장이 갖춰지면서 다행히 그중 하나에 들 수 있었어요. 코로나 전만 해도 전체 판매 비중을 보면 생맥주 쪽이 훨씬 컸는데 캔맥주 쪽으로 빠르게 전향되었죠. 운이 좋게도 편의점 비즈니스가 잘 됐어요. 곰표처럼 폭발적이진 않았지만 진라거, 첫사랑, 서울숲, 노을, 어메이징라거 등 여러 맥주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성수동이라는 지역이 떠오르면서 조금 더 주목을 받게 되었어요. 전체 비중으로 본다면 편의점과 마트에서 50%, 펍이나 호프에서 20%, OEM이나 ODM이 20%, 성수점에서 10%가 판매됩니다.

무궁무진한 경험의 세계, 커스텀 맥주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에 특화된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커스텀 맥주. 자사 제품을 위탁하여 제조해 주는 것을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이라고 한다면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은 판매 채널이나 공간을 갖춘 업체에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즉,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ODM 비즈니스는 브랜드에 맞는 맥주를 개발, 제공하는 것. 이는 제조 기술력과 생산력, 다양한 수제맥주 레시피가 없다면 지속하기 어려운 분야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독보적으로 수많은 브랜드의 커스텀 맥주를 만들어왔다. 호텔, 골프장, 리조트, 영화관, 테마파크부터 자동차, 카메라 회사, 심지어 스포츠 선수나 아티스트까지… 분야의 한계를 뛰어넘는 커스텀 맥주의 세계는 다음 편에서 확인해 보시길!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성수동에서 탄생한 수제맥주 브랜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②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샘서울

이소진
헤이팝 콘텐츠&브랜딩팀 리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미술, 디자인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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