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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4

수공예 열풍의 중심! 터프팅 전문 공방 앤드엣

"드르륵 드르륵" 터프팅 건을 쏘아 만드는 나만의 작품
하얀 기포지 위로 ‘건(gun)’이 지나가자 보슬보슬 실이 꿰인다. 신기하게도 몇 번 작업을 반복하자 아름다운 도안이 형태를 드러낸다. 최근 수공예 열풍의 중심인 ‘터프팅’ 공예 이야기다. ‘터프팅(Tufting)’이란 ‘섬유 다발’이라는 뜻의 ‘Tuft’에서 온 말로, 기구를 이용해 빠르게 색실을 심어 모양을 내는 직조 기법이다.

터프팅으로 만든 여러 작업들. 트레이와 코스터, 그립톡, 마그넷들 ©and-et

하얀 기포지 위로 ‘건gun’이 지나가자 보슬보슬 실이 꿰인다. 신기하게도 몇 번 작업을 반복하자 아름다운 도안이 형태를 드러낸다. 최근 수공예 열풍의 중심인 ‘터프팅’ 공예 이야기다. ‘터프팅Tufting’이란 ‘섬유 다발’이라는 뜻의 ‘Tuft’에서 온 말로, 기구를 이용해 빠르게 색실을 심어 모양을 내는 직조 기법이다.

국내에서는 워낙 생소한 공예였는데 약 2년 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지금은 많은 이가 취미 활동으로 즐기고 있다. 라탄, 스테인드글라스, 지점토 공예와 함께 원 데이 클래스의 인기 강의 중 하나로 떠올랐고 빈지노, 변정수 등 취미로 터프팅을 즐기는 모습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터프팅의 장점은 내가 원하는 도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 내가 집에 걸고 싶은 디자인이나 사랑하는 반려견의 모습, 내가 그린 그림을 실물로 구현 가능해 체험해 본 이들의 만족도가 크다. 실의 높낮이나 질감도 다르게 조절할 수 있어 예술적인 표현도 가능하다.

앤드엣은 섬유공예작가인 성영은 대표가 운영하는 공방이다. 처음 터프팅을 접하는 사람부터 심화 과정까지 두루 체험할 수 있는 클래스를 운영하는 한편, 전문 작가 양성에도 힘쓰는 중이다. 작가 자신 또한 전시 및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 영역과 상업 공간을 넘나들며 터프팅의 매력을 알리는 중이다.

©and-et

Interview with

성영은 작가 (앤드엣 대표)

성영은 작가.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하고 10여 년간 섬유 공예 기법 중 하나인 위빙과 터프팅 작업을 해왔다. ©and-et

터프팅 공예는 국내에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터프팅의 유래를 소개해 준다면?

직물을 짜는 기법 중 하나이며, 대표적으로 러그를 만드는 테크닉이다. 러그를 만드는 공장에서 장인들이 사용하는 기법을 유럽이나 미국 등 일부 섬유 예술가들이 쓰기 시작하면서 공예 활동으로 알려졌다. 장인들이 쓰는 터프팅 건은 공기압력을 가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전문가용 총이다. 무게도 크고 가격도 많이 나가는 편인데, 작고 저렴한 건이 개발되면서 점차 개인이나 예술가들이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거다. 나는 LA에서 열린 터프팅 워크숍에 참여해 터프팅을 배웠고 이후 계속 작업해왔다.

앤드엣 공방에 걸린 스마일 러그. 벽에 거는 작품으로도 근사하다. ©and-et
앤드엣 공방에 전시된 다양한 터프팅 작품들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지금까지 약 2년간 공방을 운영해 왔다. 어떤 사람들이 수업을 듣고, 무엇을 배우나.

초급부터 심화, 전문가 과정까지 다양하다. 그립톡, 코스터, 마그넷, 트레이 등 간단한 소품을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는 처음 터프팅을 배우는 분들이 시도해 볼만 하다. 기본 클래스는 40X60cm 사이즈의 러그를 만드는 데 속성으로 하면 이틀, 정규로 하면 4일이 걸린다. 더 심화 과정을 듣는 경우는 보통 자신이 원하는 작업을 터프팅으로 구현하려는 경우가 많다. 일러스트레이터나 회화 작가들도 종종 작업을 하기 위해 방문한다. 터프팅의 장점이 다양한 실의 질감과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어 섬유 공예의 풍부한 손맛을 낼 수 있다는 거다. 공방에는 전문가용 에어건도 3가지 모델이 구비되어 있어 훨씬 다양한 느낌의 작업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는 작가 양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앤드엣에서 자체 제작한 수직기 ©and-et
수직기를 이용해 작업하는 모습. 수직기는 터프팅 건의 전신으로, 처음 온 수강생에게 터프팅 원리를 수업할 때 이용한다. ©and-et

앤드엣이 다른 공방과 다른 점은 터프팅 건이나 실을 직접 제작한다는 것이다. 자체 정비팀도 있다고?

그렇다. 처음 공방을 열 때 내가 작업을, 남편이 엔지니어를 맡았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정비팀 엔지니어만 셋이다. 터프팅은 기계를 다루는 것이라 작업을 하다 보면 장비 이슈가 늘 발생한다. 터프팅 건을 들여오면 우선 정비부터 마친다. 기계의 컨디션을 관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개발도 한다. 기계식 총의 전신인 ‘수직기’가 있는데 손으로 하나하나 짜는 거고 원리는 똑같다. 수직기는 파는 곳이 없어서 빈티지 수직기를 사서 썼는데, 말 그대로 빈티지라 컨디션이 너무 천차만별이었다. 오래된 것도 많고. 그래서 앤드엣만의 수직기를 개발하게 됐다. 일반 머신으로는 최대 1.8cm 정도의 실 길이를 표현할 수 있는데, 수직기는 최대 3cm까지 짤 수 있다. 실 길이는 작품의 높낮이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여서 중요하다. 간혹 원단이 찢어지는 경우 보수도 가능하다.

공방에서 자체 제작하는 BCG 원사 ©and-et
©and-et

계속 작업을 하다 보니 공장이나 업체에서 구매한 실로는 구현할 수 있는 색에 한계가 있었다. 또 작업한 이후에도 실의 뭉침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원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일론 소재를 가공한 BCF 원사를 사용하고 있다. 공방에서 쓰는 실은 터프팅 전용으로 제작한 상품으로, 실 뭉침이 적고 색감 표현이 선명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조밀한 밀도로 작업이 가능해 러그의 퀄리티를 높여준다.

그라데이션으로 디자인 포인트를 준 화분 ©and-et

터프팅만의 매력을 소개한다면?

먼저 나만의 작업을 만드는 재미가 있다. 그림은 손재주가 있어야 하지만 터프팅은 끈기만 있다면 내가 원하는 그림을 러그나 소품으로 구현할 수 있다. 처음에는 도안 샘플을 준비해 두기도 했는데, 수강생들이 만들고 싶은 그림을 보면 정말 사람마다 다 다를 정도로 천차만별이고 각각 매우 아름답다. 또 터프팅 건을 사용해 빠르게 실을 채워가는 작업 자체에서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는 분들도 많았다.

서울공예박물관 전시에 출품한 원형 거울과 조명 장식. ©and-et

작가 개인의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공예박물관의 크래프트 윈도우에서 <공예온색>이라는 전시를 열기도 했다.

서울공예박물관의 외관에서 감상할 수 있는 크래프트 윈도우는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쉽게 공예를 접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다다손손에서 ‘공예, 색색色色’을 주제로 계절별로 전시를 기획했는데, 나와 김예흠 작가는 그중에서 ‘공예 온색溫色’ 전에 참여했다. 여러 공예 작가들과 함께 따뜻하고 화려한 컬러감의 원형 거울과 벽걸이 조명을 만들었다.

실목, 2021 앤드엣 터프팅 공방 팀(성영은, 최지아, 박정민) 제작. ©and-et

2021 청주 국제공예 공모전에서 입상을 받은 작품은 무엇인가?

커다란 나무 밑동 형태의 <실목Year Tree>이라는 작품이다. ‘상생’을 주제로 이끼나 버섯 등이 나무에서 공생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죽은 나무라도 자신의 몸을 내어 새로운 생명체를 길러내는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왔고, 죽음과 삶이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빙Weaving 과 뜨개질, 터프팅 기법을 이용해 나무 밑동과 이끼, 버섯의 유기적인 느낌을 잘 살리려 노력했다. 작품은 입상을 받아 청주공예비엔날레에 전시에도 소개됐다.

바디케어 브랜드 일리윤과의 협업 ©and-et
투썸플레이스와의 협업 작업 ©and-et

일리윤, 투썸플레이스, 자코모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하기도 했다. 인상 깊은 작업이 있다면?

일리윤의 제품을 귀여운 터프팅 러그로 만들었고 투썸 플레이스의 커피 아이콘들을 러그로 짜기도 했다. 자코모와는 <사적인 공간으로 들어온 공예>라는 전시를 진행했는데 벽에 걸 수 있는 터프팅 그림을 만들어 걸었다. 브랜드와의 협업은 평소에 하던 작업에서 좀 더 나아가 새로운 것을 도전할 수 있는 기회다.

압구정 현대백화점 어린이 책 미술관에 설치 된 대형 작품. ©and-et

최근 가장 인상 깊은 작업은 압구정 현대백화점 프로젝트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 안에 있는 ‘MOKA ROOM’에 대형 터프팅 작업을 설치했다. 전체적으로 숲속에 온 듯 자연이 가득한 공간인데 아이들이 마음껏 뒹굴고 기댈 수 있도록 러그와 쿠션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고 놀면서 상상력이 자라도록 실 길이도 다양하게 제작했고 공간마다 숲과 호수 등 자연물을 표현했다. 재미있는 공간이라 많이 들러봐 주시면 좋겠다.

공방을 운영하면서 인상 깊었던 적이 있다면?

처음 문을 열 때 파주 헤이리 마을이라는 위치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운영을 해보니 거리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우리 공방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실력은 자부하기 때문에 그 길만 믿고 가다 보니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멀리 대구에서 KTX 타고도 오시고, 미국에서 통역가와 함께 방문한 외국인 수강생도 있었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올라와 일주일 동안 매일 작업하고 있는 수강생도 있다. 앞으로도 많은 분이 터프팅의 손맛과 매력을 많이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이소진 기자

이소진
헤이팝 콘텐츠&브랜딩팀 리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미술, 디자인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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