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6

10만 팔로워, 공간 인플루언서 architechu의 원동력

“좋은 공간을 널리 이롭게” 제대로 알리기
이번 휴가 때 혹은 이번 주말에 어디를 방문할지 고민한다.
고민하는 사람은 그간 자신이 스크랩해 놓았던 장소와 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SNS를 켠다.

우리는 이때, 한 번쯤 이 사람의 계정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SNS의 가벼운 특성을 비틀기라도 하듯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피드를 묵직하게 만드는 사람. 스스로를 ‘공간가’로 소개하는 인플루언서 architechu다.
서귀포 해비치호텔 ©architechu

산책과 여행에 대한 수요와 갈망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이다. 방문하고 싶은 곳, 방문해야 할 곳들을 차곡차곡 스크랩을 해 두며 그곳에 방문하게 될 나날을 상상하곤 한다.

그렇게 고대하던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이번 휴가 때 혹은 이번 주말에 어디를 방문할지 고민한다. 고민하는 사람은 그간 자신이 스크랩해 놓았던 장소와 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SNS를 켠다.

우리는 이때, 한 번쯤 이 사람의 계정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SNS의 가벼운 특성을 비틀기라도 하듯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피드를 묵직하게 만드는 사람. 스스로를 ‘공간가’로 소개하는 인플루언서 architechu(팔로워 10만)다.

글자 수에 제한이 있는 매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댓글 창에 이어 나가며 공간과 건축 그리고 사람에 대해 말한다. 그는 왜 이러한 행위를 지속할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Interview with architechu

architechu(문형근)

공간, 건축 관련 인플루언서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저는 공간가입니다. 건축사사무소인 에이블 스튜디오(ABLE STUDIO)에서 건축가로 일하고 있고, 제네스(GENESE)라는 토탈 디자인 서비스 회사(시행) 브랜드 디렉터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데이트립(DAYTRIP)의 헤드 큐레이터를 맡고 있고, 다양한 브랜드 전략을 짜거나 컨설팅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또, 곧 책이 나올 참이에요.

 

인스타그램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된 것인지 궁금해요.

오래전, 제가 군대에 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네요. 가장 친한 친구가 저에게 들려준 이야기였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제일 비싸게 팔 수 있게 설계해 달래”라는 짧은 말이었지만 저희에게는 아주 충격적인 문장이었거든요. 그것 때문에 한 달간 분통이 터지더라고요. 어리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금세 “몰라서 그런 거다”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아직 한국은 공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그 가치를 알리고, 더 좋은 공간에 대한 수요를 만들고자 다짐하며 시작한 것이 인스타그램이었습니다. 대중과 소통할 필요가 있어 대중이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의 힘을 빌리고 싶었어요. 빠르게 소비되는 소셜 미디어판에서 100년을 주기로 움직이는 건축을 이야기하기가 버겁고 부담스러웠지만, 분명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천천히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공간의 이야기를 써온 지 어느덧 7~8년이 됐습니다.

제주도 카페 공백 ©architechu

자신을 ‘공간가’라고 표현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Architect라는 용어를 한국에서는 건축가라고 칭하지만, 사실 건축가라는 단어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Architect은 고대 그리스어로 아치(arch)와 기술(tech)을 내포하는데, 이는 철학, 예술, 문학 등 모든 학문의 집약을 뜻하는 것이거든요. 건축은 모든 협력자들이 있어야 완성이 되는, 많은 것들이 농축된 종합 예술입니다. 하지만 건축이라는 단어 자체는 단순히 쌓아 올린다는 뜻을 내포하거든요. 이러한 용어의 한계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뜻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빈 사이, 즉 공간을 바라보고, 그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일 아닌가?”라는 질문에서 ‘공간가’라는 용어를 쓰게 됐습니다.

 

휘발되고, 소비되는 인스타그램 매체의 특성과는 무관하게 자신만의 시선, 감성이 담긴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해요. 추구하는 본질적인 가치가 있을까요?

공간에 대한 가치를 알리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쓰고 있고, 경험하는 모든 순간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범주로 공간을 알아야 그것을 다룰 수 있게 되거든요. 육신이 있는 인간은 공간을 벗어날 수 없어요. 그런 만큼 저는 공간을 이해하고, 취향을 반영해 삶을 다룰 수 있도록 그 가치를 알리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 잘 되는 콘텐츠’보다 ‘분명한 가치가 있는 공간 이야기’에 대해 쓰게 됐습니다.

인천 도화지 ©architechu

사진은 직접 촬영하는지, 만약에 직접 촬영한다면 건축 사진을 잘 찍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사진을 찍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어떤 공간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하는지에 따라 촬영하는 부분이 다르게 결정됩니다. 거기에 조금 특이점이 있다면,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상 유리할 수 있도록 메인 사진은 내용의 순서와는 상관없이 가장 아름다운 사진을 쓰는 룰이 있기는 해요. 10장의 사진 이외에 제 본업을 위해 따로 참고용 사진으로 공간 전반을 찍기도 합니다.

서소문역사문화성지 ©architechu
송은아트 ©architechu
서울 난지 산악문화체험센터 ©architechu

사람이 많은 장소일 경우 촬영하고, 후보정으로 드로잉을 한 게시물도 여럿 봤어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임에도 감행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오래전에 가 오픈 공간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문제점은 텅 빈 공간의 사진이 나온다는 것이었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공간의 완성은 사람이 공간을 점유하는 순간이라 생각하기에 이후에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저도 다른 이들과 비슷한 시간에 방문을 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가 오픈 공간을 방문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주인장들이 조금 더 친절하게 챙겨주는 각색된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경험 말고, 제 글을 보고 찾아가게 될 모든 사람과 같은 서비스를 받게 된다는 장점도 있는 거 같아요.

 

끝으로 사람들이 공간의 이야기를 즐길 때 불편하지 않도록 얼굴을 그리고 있습니다. 불법 촬영, 초상권 등 소셜미디어가 성장을 하는 열병을 겪던 시기에 네이버 전문가 지식인을 통해 변호사에게 자문하고 고안해낸 방식입니다. 단순하게 모자이크나 블러 처리를 하는 것보다 ‘사람이 있다’라는 감상과 ‘그러나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라는 것을 한 번에 직관적으로 드러내고 싶어서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물론 작업하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리기도 하지만 공간 사진이 보기 불편해 공간의 이야기에 편견을 갖고 읽게 되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성수 타임에프터타임 ©architechu
공주 엔학고레 ©architechu

업로드하는 공간 모두를 직접 방문하는지.

소개하는 모든 공간은 직접 경험한 공간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인스타그램에는 경험해 보지도 않고, 단순히 정보만 긁어와 올리는 양산형 콘텐츠를 다루는 대형 매체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제가 그 콘텐츠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놀이 문화식 소비’만을 지향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직접 가서 경험하고 촬영합니다. 제가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좀 더 사실적으로 공간을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제 관점과 지식이 반영되기도 하니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관점을 엿보거나 지식을 얻어 갈 수도 있기 때문에 힘들고 어렵지만 거짓 없이 콘텐츠를 가져오려 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공간은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는 곳인가요?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지 명확하게 보이는 공간’ 그리고 ‘사람들이 잘 쓰고 있는 공간’ 이 두 가지로 축약할 수 있겠네요. 훌륭한 공간을 논하라고 한다면,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해가며 그 기준을 정해야겠지만 구태여 요약하자면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손목서가 ©architechu

방문했던 공간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어디인가요?

‘손목서가’입니다. 사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을 꼽으라 하면 정말 고민이 많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답변했던 것을 기준으로 돌이켜보니 빠지지 않고 나왔던 공간인 것 같아요.

청주 아우트로 ©architechu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직접 가서, 제 돈 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똑같은 레벨의 경험을 해요. 신뢰가 천천히 쌓였다고 생각합니다. 제 글을 읽고 그 공간에 방문하셔서 좋은 경험을 한 뒤 피드백을 주십니다. 이러한 신뢰가 뒷받침이 되어 계정이 커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믿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여전히 제 목적성이기도 하고요.

 

공간 관련 인스타그램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저는 인스타그램으로 인해 공간에 대한 생각들이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건축의 새로운 방향을 만들 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시대에 공간가로서 할 수 있는 것을 경험하고, 주축이 되어서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저는 인스타그램을 인플루언서 작업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원래 15년도에 시작한 계정이 16년에 삭제가 됐고, 지금 계정은 16년부터 시작이 된 거예요. 8년 동안 해왔던 일이 점차 데이터로 쌓이면서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고, 유의미한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보니 그래도 많이 주목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저는 이 행위가 놀이문화뿐만 아니라 보다 진정성 있는 직업적인 견해로써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연구 자료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을지로 59계단 ©architechu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가 궁금해요.

저는 ‘공간 요구 수준의 상향 평준화’를 위해 양질을 콘텐츠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동시에 이제는 공간의 이야기를 가져오는 것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제가 주장하는 좋은 공간을 계속해서 그려 나가고 싶습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네스라는 브랜드를 통해 많은 분이 각자의 공간을 의뢰해 주시고 계십니다. 그분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매번 새로운 세상을 엿보게 되는 게 즐겁기도 합니다. 물론 에이블 스튜디오에서 건축가의 역할로 건물을 세밀하게 그려 나가는 경험도 즐겁고요.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하면 지금 하는 일을 충실히 해 나가 한국 공간의 판도를 바꾸겠다 정도입니다. 역사 속에서 공간가가 오래도록 반복해 왔던 절차와 과정을 뒤엎어, 이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공간을 그려 나가고 싶기도 합니다. 결국 인플루언서로서의 일과 공간가, 디렉터 일이 직업적으로 분리되어 불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일로 받아들이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하도경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architechu 문형근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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