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7

구찌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세계로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
구찌의 지난 6년간의 캠페인을 공간적 경험으로 전달하는 전시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이 한국에 상륙했다. 구찌는 전시장을 12개의 방으로 나누고, 기괴함과 환상이 섞인 세계로 변신시켰다.

 

2015년, 구찌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첫 컬렉션을 선보이자 패션계는 술렁거렸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에 모두가 열광했으며, 그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알렉산드로 미켈레 스타일의 근원은 다양하다. 1960~80년대 역사와 문화, 르네상스 회화부터 소울 음악까지. 지난 6년간 전개한 구찌 컬렉션을 살펴보면 음악, 예술, 여행, 대중문화에 대한 미켈레의 넘쳐나는 호기심과 다채로운 영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개성이 넘치는 아티스트와 함께 매번 다른 스토리와 감각적인 영상미가 돋보이는 캠페인으로 탄생한다.

 

2022년 3월 4일부터 27일까지 DDP 디자인 박물관에서 열리는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은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미학이 담긴 13개의 구찌 캠페인을 12개의 방에 몰입형 멀티미디어로 구현한 전시다. 미켈레가 등장한 2015 F/W 컬렉션부터 철학적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았던 2020 S/S 컬렉션까지 현재 구찌의 역사가 전개되어 있다.

 

 

노아의 방주, 68혁명, 지하철, 콜렉터의 방…. 예측할 수 없는 미켈레의 상상을 하나의 전시로 짜임새 있게 디자인한 곳은 이탈리아 디자인 스튜디오 ‘아르키비오 페르소날레(Archivio Personale)’다. 이들은 미켈레의 독특한 미학이 한층 돋보일 수 있도록 공간을 나누고 그를 복도처럼 연결하여 내러티브가 이어지도록 했다. 덕분에 관객은 미켈레의 머릿 속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12개 공간에서의 경험은 모두 강렬하다. 그중 제일 인상에 남는 몇 개의 공간을 뽑자면 먼저 거울과 영상 스크린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서 있는 ‘2016 크루즈 – 디오니서스 댄스’ 공간이다. 유서 깊은 손나오 성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모델들의 영상과 관객을 비추는 거울이 함께 설치된 이 공간은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제일 화려한 전시 공간으로는 나비 표본 1,354마리와 뻐꾸기시계 182개, 수백 개의 봉제 인형, 구찌 마몽 핸드백 200개가 전시된 ‘2018 F/W – 구찌 콜렉터스’ 공간이다. 나비의 화려한 문양, 뻐꾸기시계의 정교한 형태, 파스텔컬러와 동물무늬가 섞인 봉제 인형, 구찌 로고가 포인트로 있는 마봉백 등. 보기만 해도 시각적인 화려함에 어지럽다. 심지어 바닥과 천장에 설치된 거울 때문에 사물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나비, 시계, 가방, 인형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공간이 연출된다.

 

 

한편, 알렉산드로 미켈레와 아르키비오 페르소날레는 베를린의 나이트클럽영국의 소울 클럽, 지하철 플랫폼을 전시장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1980년대 베를린 나이트클럽의 화장실을 구현한 전시 공간에서는 실감 나게 재현된 마네킹이 서 있다. 화장실 칸 아래 우연히 발견한 두 사람의 발도 발견할 수 있다. 과연 이 공간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궁금해진다. 전시의 마지막은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첫 번째 구찌 컬렉션이었던 ‘2015 F/W – 어반 로맨티시즘’을 구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관객들은 마네킹과 함께 역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도시인이 된다.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이 실감 나는 체험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각 방에 전시된,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한 오브제 덕분이다. 상상의 세계를 4면 벽화로 그린 ‘2018 S/S – 구찌 상상의 세계’ 전시 공간은 스페인 아티스트 이그나시 몬레알(Ignasi Monreal)이 하루 14시간씩 수개월 동안 쉬지 않고 벽화를 그린 결과다. 또한, 인체를 3D로 스킨하고 실리콘으로 본을 떠서 만든 마네킹은 실제 사람처럼 생생하다. 이외에도 할리우드의 특수효과 및 분장 전문가들이 디오라마와 설치물을 만들었다.

 

 

럭셔리 브랜드가 자신의 헤리티지와 디자인을 정리하는 전시는 지금까지 많이 봐왔다. 하지만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이 그들과 다른 점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상상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이번 구찌의 전시는 평범한 지하철을, 모두가 아는 성경 속 한 장면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공상가 겸 디자이너의 영감의 원천을 여행할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허영은 기자

자료 제공 구찌

장소
DDP 디자인 박물관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281
일자
2022.03.04 - 2022.03.27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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