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이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흥미롭다. 미술관의 전시 공간과 분리된 독채 형식의 카페 공간 편의동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 휴식과 편의를 취하는 일상의 공간에서 예술을 거리낌 없이 만나고 즐기는 ‘네오 라이프’를 소개한다. 과연 이들이 말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일까. 아워레이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워레이보(OUR LABOUR)
OUR LABOUR는 조각, 설치미술, 시각디자인, 공간디자인, 플라워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모인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다. 개념을 실체화하고, 만들고, 해석하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실험을 거듭한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 미술 기반의 전시공간 디자인부터 기업의 아트 프로젝트 기획, 실현을 아우르며 예술을 기반으로 확장하는 ‘감각과 경험’을 제공한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리움미술관 <일간, 일곱 개의 질문>, 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문경원&전준호 –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포도뮤지엄 <너와 내가 만든 세상>, 피치스 도원 <OLED ART WAVE: Every Wave You Will Sense> 등의 공간 디자인과 HYBE INSIGHT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 <Sound Pulse>(2021), <Sound Wave>(2021), <Euphoria – 플랜테리어>(2021) 등이 있다.
Interview with 아워레이보(OUR LABOUR)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전시의 디자인은 전부 아워레이보가 다 했다 싶을 정도로 그 이름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간 주로 전시 공간 디자인, 설계, 제작의 영역에서 활동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에는 울산시립미술관 편의동에서 직접 기획한 전시 <오브젝트 유니버스>를 선보이고 있다고. 하나의 전시를 직접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울산시립미술관을 건립하는 과정에 아워레이보가 공용공간 디자인 프로세스 감리를 맡게 되었다. 이후 미술관 측에서 편의동에 특색 있는 카페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공간 디자인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카페 공간 디자인으로 접근했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조금 더 여러 작가가 참여한 공간 형태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 결과 전시를 직접 기획하여 선보인 지금의 모습의 바뀌게 되었다. 주로 전시 디자인을 진행해 온 우리에게도 새롭고 흥미로운 시도였다.
전시 <오브젝트 유니버스>가 열리는 장소는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의 ‘편의’를 위한 공간이다. 자칫하면 전시에 소개하는 작품도, 공간의 본래 목적도 모두 애매해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개관 당시 미술관 편의동 카페의 운영 주체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 처음 4개월은 지금처럼 전시의 형태로 보여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따라서 지금은 카페 공간보다는 전시와 전시장 형태를 띠고 있다. 특이한 조건 덕분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셈인데 이를 계기로 전시 공간과 전시란 무엇인지 그리고 공용공간 디자인과 작품을 보여주는 역할에 관하여 많이 고민할 수 있었다.
전시 소개 중 ‘예술과 식음료 문화가 결합한 네오 라이프(Neo-Life)의 문화적 태도를 추구한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아워레이보가 정의하는 ‘네오 라이프(Neo-Life)’는 무엇인가?
사실 ‘네오 라이프(Neo-Life)’는 미술관에서 먼저 제안한 워딩이자 전시 콘셉트다. 식음료 문화뿐만 아니라 일상과 예술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스타일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술을 일상적으로 향유하는 사람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예술적 경험은 그 방식조차 새로워져야 한다는 요구를 담는다. 식음료 문화도 마찬가지.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한다. 이처럼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그 이상을 추구할 때 비로소 문화가 된다. 예술과 식음료는 그러한 연장선에서 서로 만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점에서 전시 <오브젝트 유니버스>는 예술과 일상의 무언가가 결합한 네오 라이프에 대한 짤막한 실험이자 제안이다.
이번 전시에는 공예가부터 가구 디자이너, 조각가, 영상 작가, 설치 미술가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이 참여했다. 참여 작가를 선정한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
동시대 아티스트의 다양한 관점이 투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모색해 볼 수 있는 작가들을 찾았다. 작품이 관객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그것이 실용적인 형태를 띨 때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것, 그리고 그러한 작품을 생산하는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하는 작가와 함께 하길 원했다.
아워레이보 또한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로 작품을 선보였다. 어떤 작품을 소개했는지 알려달라.
우선 1층에는 다인용 모듈 벤치 <U Bench>와 카운터로 사용될 <B Table>이 있다. 2층에는 다인용 테이블 <FRP Table>과 철제 프레임에 짐볼을 끼워 넣은 <Gym Ball Chair>, 손으로 빚어 만든 <Lumpy Stool>, 귀여운 비례와 부드러운 퍼 원단의 <Fluffy Chiar>, 작은 사각형 스툴 <Square Stool>이 있다. 다른 참여 작가들의 작업과 이질감이 없으면서도 공간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더불어 기획자로서 이번 전시에 소개한 작품 중에서 놓치지 말고 봐야 하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
글쎄. 하나만 꼽아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아트 퍼니처는 시각적인 즐거움에 실용성을 더해 직접 앉아보고 경험해 볼 수 있고, 조형 작품들은 공간에 입체감과 밀도를 더하며 예술적인 무드를 더한다. 또한, 영상 작업과 윈도우의 그래픽 작업은 공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전시장에는 ‘이것도 작품이었나?’ 싶을 정도로 곳곳에 작품이 가득하기 때문에 사실 전부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웃음)
한편, 아워레이보는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가 모인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다.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전시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을 것 같다.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이번 전시의 경우 구상 단계에서 여러 번 방향성이 바뀌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보통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팀원 간의 지속적인 협의와 소통을 거듭해 아이디어를 발전해 가기 때문에 이런 방식에 익숙한 편이다. 각자가 가진 관점과 시각을 서로 존중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측건대 이번 전시의 경우 그간 아워레이보가 진행한 ‘클라이언트 잡’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무엇보다 상업적인 면보다는 공공성에 내용의 초점을 맞춰야 했는데 전시 기획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을까?
단순히 카페 공간 인테리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여러 작품이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주제를 구성하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사실 아워레이보는 항상 상업성과 공공성의 균형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다. 멤버 중 다수가 상업 작업 보다 예술 작품을 먼저 시도한 사람들이고, 상황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전시 디자인 자체도 완벽하게 상업적이라기 보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공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일이다.
‘우리의 노동’이라는 의미의 아워레이보는 그만큼 노동에 관한 뚜렷한 관점을 지닌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전시처럼 공공성을 다루는 작업에서는 이 자체가 명분이 되어 자칫 노동의 가치나 기준을 훼손할 수도 있는데, 전시를 기획하고 만들어가면서 참여 작가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과 그에 따른 대가를 어떻게 보장했는지도 궁금하다.
우선 아워레이보는 ‘정신적 노동’과 ‘육체적 노동’의 밸런스 모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단이다. 사실 미술계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은 수익성을 보장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그쪽으로 밸런스를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나름 괜찮은 방향성을 지니고 운영 중이라고 믿고 있다. 완전히 확정되지 않은 사항들이 있어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나 함께 일한 모두가 노동의 가치와 기준을 침해받지 않을 수 있도록 고민했다. 다양한 변수를 대입하는 조율 과정을 통해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편의동 카페 공간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오는 4월 10일까지 진행한다. 카페 공간 안에 실제 사용 가능한 구조물로 자리한 작품들은 전시가 끝나면 모두 철수하는 것인가?
아니다. 전시가 마무리된 이후 대부분의 가구와 작품은 미술관 컬렉션이 되거나 카페 운영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더불어 이번 전시는 상설 전시임과 동시에 유통 공간에 대한 고민이 얽혀 있다고 들었다. 특히 젊은 창작자를 지원하고자 하는 목표에 관해서도 언급했는데 오늘날 작품의 유통에 관한 아워레이보의 생각이 궁금하다.
아워레이보는 다양한 층위의 여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미술에 국한하지도, 상업에 마냥 치우치지도 않는 태도를 가지고 양쪽에서 좋은 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유연한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최근 미술이 대중에게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는 시기인 만큼 작품 혹은 작업이라 부르는 대상은 더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이 다양한 층위의 현상에 맞는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를 보다 즐길 수 있는 팁을 알려 달라.
전시를 다 보고 돼지국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5분 거리의 ‘봉계돼지국밥’ 수육 정식을 추천한다. (웃음)
글 이정훈 기자
자료 제공 아워레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