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1

문화와 취향의 도서관, 닷 라이브러리

방문객의 방향성에 보탬이 될 공간
대구 수성못 근처엔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있는 특별한 도서관, 닷 라이브러리(DOT LIBRARY)가 있다. 이름은 점에서 선, 선에서 면, 면에서 입체가 되는 과정처럼 모든 것의 시작이고 싶다는 뜻. 빈티지 가구점 모리(MORI)를 운영 중인 심재형 대표와 바이닐로 음악을 트는 카페, 코러스커피(CHORUS COFFEE)의 최진영 대표가 합심해 만든 곳이다.
© DOT LIBRARY

 

입장료를 내고 음료를 고르면 두 대표가 애정으로 수집해온 책과 음반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다. 이는 평소 느끼고 배운 것들을 흔쾌히 나누고 베풀던 이들의 넓은 아량이 반영된 대목. 덕분에 자신도 몰랐던 취향을 발견한 뒤 돌아가는 방문객들이 한가득이다.

공간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만히 앉아 멍하니 햇볕을 쬐거나, 턴테이블로 원하는 바이닐을 여유롭게 감상해 보자. 월마다 새롭게 바뀌는 큐레이션에 온전히 취향을 맡겨보는 것도 좋겠다. 닷 라이브러리를 이끄는 심재형, 최진영 대표가 이렇게 멋진 공간을 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Interview with 닷 라이브러리

심재형, 최진영 대표

 

© DOT LIBRARY

 

빈티지 가구점과 카페를 운영하던 두 분이 만났어요.

– 심재형 저희는 성인이 된 후 만난 사회 친구예요. 서로 닮은 점이 많고 좋아하는 것들이 같아 자연스레 친해졌습니다. 나누고 베푸는 것에 대한 가치관도 비슷했기에 제가 먼저 닷 라이브러리를 제안했고, 함께하게 됐어요. 아마 최진영이란 친구가 없었다면 이뤄낼 수 없었을 거예요.

이후 공통 답변

 

 

닷 라이브러리를 열게 된 계기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유현준 건축가의 강의를 들은 적 있어요. 많은 내용 중, 특히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가 큰 울림을 줬습니다. 강의가 끝난 뒤 ‘움직여야 한다’란 생각이 머리를 가득 메우더군요. 전 건축을 전공했고, 현재 모리(MORI)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빈티지 가구를 다뤄요. 건축을 배우던 때부터 줄곧 다양성을 억압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늘 묶여있는 것처럼 느껴졌죠. 그래서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지금의 일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우선시되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이 같은 다짐이 닷 라이브러리로 발현된 것 같아요.

 

닷 라이브러리는 카페 같기도, 청음실 같기도, 도서관 같기도 해요. 공간이 지향하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카페는 아닙니다만, 많은 분들이 카페로 알고 계시긴 합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각자의 공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에겐 도서관, 누군가에겐 청음실이 되어주기도 하면서요.

 

© DOT LIBRARY

 

원색의 인테리어와 빈티지 가구들이 눈에 띄네요. 내부 공간 디자인 콘셉트는요?

‘색(Color)’에 집중했어요. 키 컬러는 창의성을 높여주는 ‘민트’입니다. 계절의 빛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의 느낌이 매력적이에요. 따뜻할 때도, 시릴 듯 차가울 때도 있죠. 여기에 포인트가 될 몇 가지 컬러를 올려두었어요. 공간은 언제든 이동 가능하도록 구성했어요. 책장은 건축물처럼, 음반은 마치 옷 가게에서 옷을 고르듯 편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배치했습니다.

 

© DOT LIBRARY

 

해가 저물 때까지 조명을 켜지 않는다는 안내도 독특했어요.

대부분의 이들은 도심 속에서 살아갑니다. 항시 너무나 밝은 탓에 시계를 보아야만 지금의 시간을 알 수 있을 정도지요. 그래서 닷 라이브러리에 오신 하루 정도는 시간이 흘러간다는 사실을 몸소 보고 느끼셨으면 했어요.

 

문화의 날 진행 모습 © DOT LIBRARY

 

현재 코로나로 인해 잠정 중단된 상태지만 ‘문화의 날’을 운영해 왔어요.

‘문화의 날’은 닷 라이브러리가 소통의 장 또는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바람으로 만든 행사예요. 1회차는 닷 라이브러리의 개요 및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었어요. 2회차엔 ‘EQUALS’란 영화를 감상한 뒤 토론을 나눴죠. 팬데믹 상황이 나아진다면 다시 시작해 볼 예정이에요.

 

바이닐을 들을 수 있는 공간 © DOT LIBRARY

 

월별로 주제를 정해 바이닐을 큐레이팅 하고 있어요.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는 편인가요?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는 까닭은요?

지금 이 순간에도 터치 한 번이면 스트리밍을 통해 손쉽게 음악을 재생할 수 있어요. 하지만 쉽게 듣는 건 쉽게 흘러가 버리기 마련입니다. 주제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축척해 온 취향에 기반하고 있어요. 최대한 다양한 주제로 접근하고자 노력하지요. 단순히 ‘장르’에 의해 나뉘는 플레이리스트가 아닌,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첫 단추가 되길 바랍니다.

 

© DOT LIBRARY

 

비치된 도서는 학창 시절부터 직접 구매하고 참고한 것들이라고요. 건축, 디자인 관련 서적이 굉장히 많네요.

대부분 제가 좋아하고 공부하던 것들이에요. 지금도 출장을 가면 꼭 책방에 들러 책을 사고 모읍니다. 헌 책, 절판된 책은 물론 학교 교과서까지 종류도 다양해요. 구하기 힘든 책을 마주할 때면 매번 큰 감동을 느끼죠. 이렇게 수집한 책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역시 제겐 행복이에요.

 

닷 라이브러리를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다면요?

‘동화 같다’란 말씀을 해 주신 손님이 계셨어요. 동화는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다양한 생각을 키워주는 존재잖아요. 닷 라이브러리가 추구하는 지점과도 닮아 있는 말이라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고을 매거진 대구 편 © DOT LIBRARY

 

현재 닷 라이브러리에서 읽을 수 있는 도서 중 한 권을 추천해 주세요.

타지역에서 오셨다면 고을(goeul) 매거진 대구 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대구의 맛있고 다양한 볼 거리, 즐길 거리를 안내해 주는 책이에요. 닷 라이브러리가 소개됐기도 하고요. (웃음)

 

현재 진행 중인 Radiofear의 Dataspace 전시 © DOT LIBRARY

 

추후, 바이닐과 서적 외 고려하고 있는 다른 경험 콘텐츠가 있을까요?

언제든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현재는 DJ이자 프로듀서인 Radiofear의 첫 번째 EP 전시가 진행 중이에요. 앞으로도 여러 협업과 기획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DOT LIBRARY

 

어떤 이들이 닷 라이브러리를 찾길 바라시나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학창 시절 대학을 목표로 공부했던 저는 건축 전공을 하고도 건축가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 더 많은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어요. 한 가지 아쉬운 건 “조금만 일찍 좋아하는 것을 깨달았다면” 하는 거예요. 아직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했거나 꿈을 고민 중인 분들에게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지선영 기자

자료 제공 닷 라이브러리

장소
닷 라이브러리
주소
대구 수성구 용학로4, 2층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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