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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7

‘멍 때리기’ 영상 보고 버거 먹고…

침대 없는 시몬스의 광고 그리고 팝업스토어
침대는커녕 침대 모서리도 안 나오는 침대 광고로 ‘광고 맛집’ 별명을 얻은 시몬스의 의외성은 스크린 밖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 16일 강남 청담동에 팝업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을 오픈한 것.
시몬스침대가 2022 브랜드 캠페인으로 'Oddly Satisfying Video: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를 공개했다. 정렬, 대칭, 반복 등을 이용한 장면들로 묘한 안정감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출처=시몬스 영상 캡처)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는 야외 수영장, 발을 담그고 앉은 여성들이 한가롭게 발장구를 친다. 형형색색 젤리가 가득 담긴 파르페가 유유하게 회전하고,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린 나무에서 툭툭 오렌지가 떨어진다. 국내 수면 브랜드 시몬스침대가 최근 선보인 광고 속 장면이다. 유튜브에서는 공개 2주 여 만에 조회수 1400만회를 넘겼고 2월 첫째주에는 광고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단순한데 빠져드네… 시몬스의 OSV 광고

단순하고 정돈된 행위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시몬스의 이번 광고는 2010년대 해외에서 유행한 OSV 형식을 차용했다. OSV는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비디오(Oddly Satisfying Video)를 뜻하는 약어. 고압 세척기로 포장도로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모습이나 기계가 대리석을 깔끔하게 절단하는 모습 등 정렬, 대칭, 반복 등 질서에 만족하는 사람 심리를 이용해 안정감을 주는 영상을 말한다. 영국 매거진 와이어드는 OSV가 “우리의 서투른 실생활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방식으로 무엇인가 작동하거나 딱 들어맞을 때” 묘한 쾌감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시청자는 이러한 비디오를 ASMR과 같은 일종의 미세 치료로 여긴다. 이러한 장면은 불안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맥머핀 광고다. 맥도날드 프랑스는 2019년 에그 맥머핀을 하루 종일 판매한다는점을 홍보하기 위해 OSV 광고를 선보였다. 15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3D 애니메이션은 빵, 베이컨, 계란, 치즈 등의 맥머핀 재료가 생산 라인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작을 맡은 광고대행사 TBWA 프랑스는 “원하는 효과의 절반이 모션과 반복에서 나온다”며 “강한 최면 효과를 내기 위해 무한 루프 형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해외에서 유행한 OSV(Oddly Satisfying Video,이상하게 만족스러운 비디오) 형식을 차용한 시몬스의 2022 브랜드 캠페인 광고
(사진출처=시몬스 영상 캡처)

 

시몬스의 OSV 광고 역시 무의식적인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무한 루프 형식을 활용했다. 첨벙첨벙 영장에서 발장구를 치는 모델이나 쉬익쉬익 펌프를 밟는 여성의 하이힐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8가지 상황으로 구성된 시몬스 광고는 각 상황은 최면에 걸린 듯 편안하게 반복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묘한 만족감을 주며 멍하니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을 멈추게 한다.

 

LA에서 활동하는 디자인 듀오 '싱싱 스튜디오'. 세트 디자이너 에이디 구드리치(Adi Goodrich, 왼쪽)와 영상 디렉터 션 펙놀드(Sean Pecknold)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광고는 시몬스의 사내 크리에이티브 그룹인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기획하고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아트디렉터 듀오 ‘싱싱 스튜디오Sing-Sing Studio’가 제작에 참여했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는 2019년에 싱싱 스튜디오와 함께 ‘침대 없는 침대 광고’를 처음으로 선보이며 제17회 서울영상광고제에서 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 다시 한번 손을 잡은 이들은 캘리포니아 인근 팜스프링스의 시나트라 하우스의 수영장과 정원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팝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가 소유했던 이 집은 20세기 아르누보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평을 듣는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는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이른바 ‘멍 때리기’ 유행에서 영감을 받아 반복되는 장면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는 얼마 전 치열한 현실에 놓인 한국인에게 멍 때리기는 마음의 안정을 찾는 주요 수단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시몬스가 청담동에 오픈한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외관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샤퀴테리 샵에서 영감을 받아 이국적인 느낌을 살렸다.
2020년 부산 전포동에 열었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외관. 철물점 콘셉트에 맞춰 각종 공구와 라이프스타일 굿즈를 판매했다.

 

농구공과 버거 파는 침대 회사 팝업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고객에게 색다른 방식으로 다가가기 위해 예상치 못한 공간 및 프로그램 구성과 문화 콘텐츠를 보여주는 팝업 스토어다. 지역사회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소통하며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는 시몬스의 소셜라이징 프로젝트 일환인 만큼 ‘지역성’을 띤 콘텐츠가 핵심이다. 2020년에는 서울 성수동과 부산 전포동 등에 철물점 콘셉트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오픈한 바 있다. 특히 부산에서는 부산의 로컬 패션 편집숍 발란사(Balansa)와 협업해 각종 문구류와 공구, 야구모자, 티셔츠 등의 굿즈를 판매해 화제를 모았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1층 내부. 붉은 조명 아래 정육과 가공 식품처럼 포장된 소품을 판매한다. ⓒ simmons

 

올해는 F&B와 리테일 매장이 속속 들어서며 다시 한번 전성기를 노리는 청담동 특색에 맞춰 이색적인 스토어를 기획했다. 유럽 등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육가공 식품 판매점인 샤퀴테리 숍(Charcuterie Shop)을 콘셉트로 삼은 것. 외관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샤퀴테리 숍을 본 딴 이국적인 비주얼로 꾸며졌다. 매장으로 입장하는 유일한 통로인 이곳에선 삼겹살처럼 포장된 수세미, 치즈처럼 포장된 그물백 등 붉은 조명 아래 정육과 가공 식품을 연상시키는 굿즈를 판매한다. 컵, 수세미, 요요, 볼펜, 스마트폰 그립톡 등 흔한 일상 소품을 샤퀴테리 숍에 어울리는 패키지로 포장된 모습이 재미있는 풍경을 만든다.

 

2층 버거샵

 

샤퀴테리 숍 뒤쪽에 숨겨진 통로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부산의 유명 로컬 버거 브랜드 ‘버거샵’을 만난다. 부산 해리단길 버거샵 인테리어를 그대로 재현해 마치 해리단길을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하며 로컬의 가치와 매력을 전하는 소셜라이징 프로젝트에 의미를 더한다.

 

2층 농구코트 ⓒ simmons

 

버거샵 뒤쪽에는 작은 농구 코트가 준비되어 있다. 농구공과 농구 골대가 설치된 이 곳에서는 시몬스 스튜디오의 주도로 다양한 콘텐츠와 퍼포먼스가 제작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될 예정이다.

 

3층 전시장 ⓒ simmons

 

3층에는 디지털 아트가 걸려 있는 전시장이 마련됐다. 앞서 소개한 올해 시몬스의 브랜드 비디오 OSV가 7개의 스크린을 통해 상영된다. 무심하게 쌓인 돌탑 외에는 어떤 장식도 없이 정돈된 공간에서 방문자들은 드문드문 놓인 의자에 앉아 멍하니 OSV를 감상할 수 있다. 최면에 걸린 듯 천천히 편안하게 반복되는 영상은 복잡한 청담동 거리에서 드물게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휴식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유제이 기자

장소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158길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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