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1

유연하고 관능적인 선의 세계로

<앙리 마티스: 라이프 앤 조이> 展
앙리 마티스의 판화, 드로잉, 일러스트, 아트북에 집중한 전시 <앙리 마티스: 라이프 앤 조이>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열렸던 앙리 마티스 전시 중, 최다 작품수를 자랑하는 이번 전시는 색으로 세상을 표현했던 한 거장이 선과 형태에 초점을 맞추면서 나타난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
성모를 위한 습작, 베일을 쓴 성모(1950-51) © Succession H. Matisse/Life and Joy

 

언제부터 유행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름 예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인스타그램 피드에 자주 등장하는 그림이 하나 있었다. 대담한 선으로 쓰윽- 그린 여성의 얼굴이다. 많은 것이 생략된 그림이지만 왠지 어떤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인지 알 것만 같은. 묘한 매력이 있는 그림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가장 개인적인 공간, 집으로 들어왔다.

 

이제는 알겠지만,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너무나 많은 걸작을 남긴 앙리 마티스다. 야수파의 창시자이면서 후기에는 수많은 판화와 드로잉으로 선을 탐구하고, 아트북과 일러스트로 20세기 그래픽 아트에까지 영향을 미친 거장 말이다. 과거 인상파의 인기가 치솟았을 때, 앙리 마티스는 강한 원색을 사용하여 색을 해방시켰던 야수파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앙리 마티스의 후기 작품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후기 드로잉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자주 등장하면서 어느새 사람들은 앙리 마티스의 판화와 드로잉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좌: 베고니아를 담은 바구니 I(1938) / 우: 3개의 얼굴, 우정(1951) © Succession H. Matisse/Life and Joy

 

그런 면에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 <앙리 마티스: 라이프 앤 조이>는 적절한 시기에 열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앙리 마티스의 판화, 드로잉 외에도 아픈 몸을 이끌고 열정적으로 임한 일러스트와 아트북 작품까지 원화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시는 앙리 마티스의 드로잉과 판화로 시작한다. 오리지널 드로잉과 판화 104점을 통해 작가가 추구했던 선의 미학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 앙리 마티스는 선과 형태를 연구하면서 주로 판화로 작업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앙리 마티스가 6가지 판화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이 출품되어 각 판화에 따른 표현의 차이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판화와 드로잉에서는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하지만 앙리 마티스가 거침없이 그린 선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대담함, 유연함, 친근함 심지어 어느 선은 관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피에로의 장례 – JAZZ 일부(1947) © Succession H. Matisse/Life and Joy

 

<앙리 마티스: 라이프 앤 조이>는 아트북과 일러스트를 통해 20세기 그래픽 아트에 영향을 미친 앙리 마티스의 업적에도 초점을 맞춘다.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해 대중에게 익숙한 아트북 <재즈>가 온전히 전시되어 눈을 즐겁게 만든다. <재즈>는 마티스가 말년에 발견한 컷아웃 기법으로 제작된 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트북 중 하나다.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등 강렬한 원색의 구성을 보여주는 그림에서 야수파로서 색을 자유롭게 배치하던 앙리 마티스의 노련함이 느껴진다.

 

한 다발(1953) © Succession H. Matisse/Life and Joy

 

한편, 앙리 마티스는 십이지장 암 수술 이후 두 차례의 폐색전증을 앓았다. 수술 부작용으로 위하수증까지 얻은 마티스는 오래 서 있는 것이 불가능해져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작업에 대한 열정을 잊지 않았다. 그의 집념을 보여주는 작업이 바로 북 일러스트다. 소설, 시, 잡지 등 장르에 상관없이 다양한 책의 일러스트를 작업했다. 18년 동안 진행한 그의 그래픽 작업은 20세기 그래픽 아트는 물론, 데이비드 호크니, 제스퍼 존스, 제프 쿤스 등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앙리 마티스의 작업을 재해석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었다. 뮤지션 정재형은 음악감독을 맡아 전시만을 위한 곡을 작곡했으며, 영화감독 장유록은 앙리 마티스의 고향과 프랑스 니스의 풍경과 소리를 담은 영상을 제작했다. 이외에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아텍은 앙리 마티스의 색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선보인 미디어 작품을 선보이고, 도예작가 이종능과 옻칠작가 이용선은 앙리 마티스 작품을 우리나라 전통 공예로서 재해석했다. 이밖에도 신청자에 한해 석판화, 실크스크린, 리소그래프 등 판화를 배우는 워크샵도 진행 중이다.

 

 

허영은 기자

자료 제공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주소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일자
2021.12.21 - 2022.04.10
링크
전시 예약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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