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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2

팬더믹에 지친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

알렉스 카츠의 아시아 첫 전시 <꽃>
알렉스(Alex). 미국 구글 검색창에 이 흔한 이름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연관 검색어로 제시되는 이름이 있다. 발로 알렉스 카츠(Alex Katz). 미국 구상화를 대표하는 이 거장은 일상에서 마주한 삶을 산뜻하고 우아하며 단순하게 표현한 회화로 유명하다. 올해 나이 94세. 고령의 나이가 무색하게 생명력 넘치는 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다.
AlexKatz_Wildflowers1_2010

 

지금 용산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는 온기 있는 꽃 그림이 활짝 피었다. 알렉스 카츠가 지난 20년 간 작업한 꽃 시리즈와 작연을 배경으로 한 초상화를 한 자리에 모은 전시 <꽃>이다.

2021년 12월 9일부터 2022년 2월 5일까지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카츠의 작업 중에서도 꽃을 주제로 한 회화들을 특별히 조명한다. 지난 20년간 작가가 작업해 온 꽃 시리즈 중 이전에 소개된 적 없던 작품들과 더불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초상화까지 아우르며, 한 장르의 작품만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아시아에서의 첫 번째 전시라는 데 의의가 있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리는 알렉스 카츠 전시 전경. 사진 촬영: Chunho An

 

카츠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한국은 꽃을 주제로 한 회화에 관한 훌륭한 전통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롯데뮤지엄(2018)과 대구미술관(2019)에서 개최되었던 개인전을 잇는 <꽃>은 2022년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예정된 알렉스 카츠의 대규모 회고전에 앞서 작가의 작업 세계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021년 을 작업 중인 알렉스 카츠의 모습

 

잭슨 폴록이 휩쓴 1950년대 미국, 독자적인 길을 가다

카츠가 활동을 시작한 1950년대 미국 뉴욕 미술계는 잭슨 폴록(Jackson Pollock)과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으로 대표되는 추상표현주의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파고 속에서 카츠는 미국의 현대적인 삶을 담백한 필치로 담아내며 자신만의 고유한 화풍을 발전시켰다. 카츠는 영화와 빌보드 광고, 음악, 시 그리고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서 영감을 얻었으며, 당시의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며 강렬한 색조와 편편한 화면이 돋보이는 작가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2021년의 알렉스 카츠 © Isaac Katz
미국 메인주에 위치한 알렉스 카츠의 스튜디오

 

카츠의 회화는 여러모로 앤디 워홀(Andy Warhol)과 같은 팝 아티스트와의 형식적, 개념적 관련성을 떠오르게 하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은 회화적이고 현실을 관찰하는 데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명한 미술사학자 이진명은 작가의 이러한 능력이 서구에서 지속된 추상과 구상 간의 논쟁을 초월하며 그를 ‘미술사에 등장하는 거장 중에 현재까지 생존해있는 유일한 화가’로 만든다고 설명한다.

 

AlexKatz_Marigolds_2001

 

여름 별장에서 시작한 꽃 회화 작업

카츠는 1950년대 미국 메인 주에 위치한 여름 별장에서 화병에 꽂힌 꽃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는 ‘비가 오기에 꽃을 잘라 화병에 담고 그림을 그렸는데 몇 년이 지나자 꽃병보다 꽃에 더 관심이 갔다’고 회상한다.

꽃 회화는 1960년대에 걸쳐 구현했던 단체 초상화와 관련이 있다. 꽃 또한 인물과 마찬가지로 형상들이 겹쳐져 있는데, 당시 그가 그렸던 칵테일 파티 장면에서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운동감에 대해 연구할 수 있었다. 이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초기작 <금잔화(Marigolds)> (200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풀밭에 흩어져 있는 각각의 꽃들은 자연의 움직임에 대한 순간적인 인상을 전달한다.

 

AlexKatz_Irises_2011
AlexKatz_Iris_2019
AlexKatz_Wild Spring Flowers2_2020

 

팬더믹에 지친 세상을 격려하는 새로운 꽃

“팬더믹에 지친 세상을 어느정도 격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츠가 꽃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된 이유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꽃 시리즈는 팬더믹이 시작된 2020년에 그려진 작품들이다. 작가의 고유한 붓놀림과 화면 구성력, 그리고 단순화된 색면이 돋보이는 <야생화 1(Wildflowers 1)>(2010)나 <아이리스(Irises)>(2011) 같은 이전의 작품과는 그 결을 달리하는데, 이러한 변화는 <모란(Peony)>(2020)이나 <주황색 바탕 위의 진달래(Rhododendron on Orange)>(2020)에서 확연하게 나타난다. 꽃의 음영을 더욱 강하게 부각시킴으로써 조각적인 존재감을 부여한 작가는 ‘형상과 부피 자체의 묘사’에 치중한다. 그러나 여전히 먼저 칠한 물감이 마르기 전에 다음 획을 더하는 ‘웻 온 웻(wet-on-wet)’ 기법을 사용하여 신속하게 작업한다. 작가의 전매특허인 이 기법은 작품에 즉각성이라는 요소를 더하고, 미술사학자 이진명의 표현처럼 ‘물감의 높이가 완벽하게 균등한 마술’을 구현한다.

 

AlexKatz_Yellow Flags_2011

 

실제 꽃을 보는 듯한 찬란한 경험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의 색감은 사실 유화 물감으로 온전히 묘사하기가 쉽지 않다. 물감을 섞는 과정에서 선명했던 안료가 기름에 의해 탁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는 색상의 명도를 높이기 위해 보색을 사용하여 신중하게 색의 균형을 맞춘다. 자연에서 만난 꽃, 햇빛 아래 빛나는 꽃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가 연구한 방식을 살펴보는 것도 이번 전시 관람의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터. “회화를 마주한 사람들이 마치 실제 꽃을 보는 듯한 그 찬란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가의 말이다.

마치 클로즈업을 한 듯 실물보다 크게 그려진 꽃은 조용하지만 강렬한 에너지를 보여주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즉각적인 현재’에 관람객을 몰입시킨다. 카츠의 회화가 지닌 힘이 여기 있다. 추상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그의 작품은 작품의 서사보다는 순수한 지각에 의한 시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를 유도한다.

 
AlexKatz_Straw Hat2_2021

 

꽃 회화들과 어우러진 새로운 초상화

카츠의 신작 초상화 <밀짚모자 3(Straw Hat 3)>(2021)는 꽃 회화들과 함께 전시되며 마치 메인 주에 있는 그의 정원을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특히 이중 초상화로 구성된 이 작품은 윙크 또는 옅은 미소를 띤 인물이 미묘하게 연결되며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자아낸다.

 

전시 전경. 사진 촬영: Chunho An

 

만개한 꽃을 통해 따뜻한 신년의 봄을 느낄 수 있는 알렉스 카츠의 <꽃>은 타데우스 로팍에서 2022년 2월 5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 무료.

 

 

작가 소개
알렉스 카츠는 1927년 미국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작업한다. 뉴욕의 쿠퍼 유니온 미술학교와 메인 주의 스코히건 회화 조각 학교에서 공부했으며, 1954년 처음으로 개인전을 개최한 이래 7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회화, 드로잉, 조각, 판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뉴욕 휘트니 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서펜타인 갤러리, 영국 테이트 리버풀, 프랑스 오랑주리 미술관 등 해외 주요 미술관에서 200회 이상 개인전을 가졌다. 2022년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그의 전 작품을 망라하는 회고전이 열릴 예정이다.

 

 

유제이 기자

자료 제공 타데우스 로팍 서울

장소
타데우스 로팍 서울
주소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122-1, 2층
일자
2021.12.09 - 2022.02.05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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