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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9

헤이리에 등장한 코끼리 나라?

'엘리펀트플라잉'엔 재미있는 것들이 가득!
앙증맞은 코끼리가 반기는 헤이리의 아담한 컨셉 스토어. 섬세한 디테일이 곳곳에서 튀어 오르는 이곳을 꾸리는 건 다름 아닌 ‘예쁘고 재미있는 건 절대 못 참는’ 세 남자다. 정답이 아닌 즐거움을 찾아 나선 이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은 그야말로 묘하다. 단순하지만 감각적이고, 쑥스럽지만 대담하며, 느긋하지만 새로운 콘텐츠가 넘쳐난다. 소품숍, 작업실, 전시장, 스낵바. 어떤 단어로도 규정지을 수 없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가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엘리펀트플라잉의 코끼리 심볼과 브랜드 팝업 배너가 함께 걸려 있다.

 

‘엘리펀트플라잉’. 듣기에도, 발음하기에도 경쾌하고 즐거운 이름이에요. ‘엘플’에 담긴 속뜻이 궁금해요.

‘재미있게 놀아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만큼 크게 의미를 두고 지은 이름은 아니었어요. 커다란 코끼리가 하늘을 나는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되기에 귀엽고 재치 있는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죠.조금 더 자세히 풀자면, 사실 엘리펀트플라잉은 꿈에서 시작된 네이밍이에요. 어느 날 한 멤버의 꿈 속에 ‘엘리펀트 스위밍(elephant swimming)’이라는 글귀가 등장했는데, 이 장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동일한 이름의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엘리펀트 플라잉(elephant flying)’은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한 이름이죠.

 

 

엘플을 만드는 세 분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가게 곳곳에서 범상치 않은 디자인적 능숙함이 느껴지는데요.

엘플은 디자이너,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대표, 프로덕션 대표 3인이 모여 기획한 공간이에요. 멤버 모두가 시각적인 콘텐츠와 공간을 다루고 있죠. 그렇다 보니 예쁜 것, 재미있는 것에 대한 갈망을 참지 못하는 저희의 성격이 브랜드 전반에 녹아든 것 같아요.

 

 

헤이리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반으로 형성된 만큼 개성이 뚜렷한 장소라고 생각해요. 이곳에 자리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헤이리는 미술·음악·글·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을 주축으로 조성된 문화예술마을입니다. 저희 셋도 이곳에 거주하거나 일을 하다가 인연을 맺게 되었지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본래 취지와는 달리 일반 상업 공간들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이러다 마을의 정체성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에너제틱하고 특색 있는 공간을 만들면 비슷한 기운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소망을 품고 엘플을 구상하게 되었어요.

 

 

아기자기하고 유쾌한 제품 구성 덕인지, 어른은 물론 어린이 손님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아요. 브랜드 입점 기준은 무엇인가요?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 그리고 개인 작업의 성향이 짙은 작업물들을 선호해요. 특히 작가 개인이 만들어내는 제품들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지고 눈길이 가더라고요. 이를 기준으로 문구류부터 어린이 도서, 그래픽 포스터, 소품류까지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고, 시즌별 콘셉트에 따라 입점 브랜드와 제품군에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실크스크린 원데이 클래스와 멤버들의 작업 모습

 

그래픽을 기반으로 펼쳐 보이는 다채로운 실크스크린 작업물 또한 눈에 띄어요.

실크스크린은 그래픽부터 실물에 이르는 전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작업자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관장하고 소화해낼 수 있어 매력적이죠. 이러한 점에 이끌려 실크스크린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매장 한 켠에 실크프린팅 작업실까지 마련하게 되었어요.

 

매장 한쪽에는 디자인 및 실크스크린 작업을 위한 공간이 있다.

 

이곳은 컨셉 스토어이기도 하지만,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멤버들의 작업 공간이기도 하지요. 상이한 성격의 두 공간을 뚜렷한 경계 없이 자연스레 배치한 것이 신선해요.

‘우리의 작업 공간에 사람들이 놀러 온다’는 콘셉트가 공간 구성의 기초였어요. 이곳을 찾아 주시는 분들과 소통하면서 작업의 영감을 얻고 싶었고, 쑥스럽지만 손님들께서도 저희가 사부작거리며 일하는 모습을 보고 에너지를 얻어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이러한 이유로 워크룸과 스토어가 개방된 공간에 함께 놓일 수 있도록 배치하게 되었어요.

 

현재 진행중인 'I HATE MONDAY' 브랜드 팝업
작년 말, 김현주 작가의 팝업 전시

 

그런가 하면, 손님을 맞는 입구 쪽 창가에서는 팝업 전시가 이루어지곤 해요.

소개하고 싶은 작가와 브랜드를 위한 전시를 기획하고 선보이는 것 또한 엘플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창가에 가벽을 설치해 팝업 공간을 꾸미기도 하고, 때론 매장 공간의 대부분을 전시를 위해 할애할 때도 있죠. 외부에서 보이는 윈도우 그래픽은 시즌별 기획에 따라 2-3개월마다 새롭게 업데이트하고 있답니다.

 

매장 중앙에 자리잡은 테이블 또한 눈길을 끌어요. 도르래로 연결된 우드 상판의 높낮이를 조절해 그때그때 색다른 연출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들었는데요, 어딘가 장난스럽고 실험적인 엘플만의 동적인 분위기가 여실히 묻어나는 포인트라고 느껴져요.

도르래 선반은 실크스크린 작업물을 건조하기 위한 행거를 구상하다가 탄생한 아이템이에요. 가변적으로 응용이 가능하면서도 덩어리감이 있는 설치물이 있으면 여러모로 활용성이 좋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커다란 사각 프레임에 도르래를 연결해 때론 행거로, 때론 테이블로 사용하고 있어요. 배치와 구조의 변동이 잦은 매장 특성상 모든 가구들은 되도록 분리와 이동이 용이하도록 제작했습니다.

 

전시 공간에 활용된 도르래 선반
신학기 학생들을 위한 문구류를 큐레이팅한 'BACK TO SCHOOL'
여러 작가와의 협업으로 제작한 티셔츠를 선보이는 'TWF'

 

시즌별로 주제를 선정해 제품 큐레이션에 변화를 주고,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시죠.

기존의 것에 금방 권태로움을 느끼는 멤버들의 성향에서 비롯된 특성인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찾고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은 늘 설레고 재밌잖아요. 저희는 머리를 맞대고 억지로 아이디어를 짜내기 보다 즉흥적이고 자연스러운 과정을 추구해요. 또 단순명료해 누구나 공감하기 쉽지만,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주제를 좋아하지요.

 

 

초반에 기획했던 ‘백투스쿨’과 ‘TWF’의 경우 반응이 좋아 매해 진행하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엘플 자체 제품들도 차근히 발전시키는 중이에요. 또한 브랜드 팝업이나 작가 전시를 기획할 때에도 전시자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기보다는, 서로 교류하며 아이디어를 나누고 엘플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 작업물들을 꼭 함께 선보이고 있습니다.

 

맥주와 감자튀김이 있는 스낵바 '포테이토얌'

 

주말이면 야외 데크의 파란색 철문이 열리며 ‘포테이토얌’이 모습을 드러내죠. 감자튀김이 있는 스낵바를 함께 구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헤이리는 묘한 여유로움이 있는 마을이에요. 도시와는 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지요.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마을을 산책하다 강아지와 함께 들러 편히 쉬었다 갈 수 있고, 가볍게 맥주 한 잔도 즐길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있다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매장 외부 데크와 연결되어 있던 창고에 스낵바를 만들게 되었죠. 맛깔스러운 감자튀김과 시원한 맥주를 같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랍니다.

 

 

2019년 말에 문을 열었으니, 엘리펀트플라잉이 맞는 두 번째 겨울이겠군요. 지난 사계절을 돌아보면 어떠했나요?

공교롭게도 매장을 오픈하고 자리를 잡아야 할 시점에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었어요.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때론 속상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여러 브랜드, 작가들과 좋은 인연을 맺고 그들을 소개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꾸린 공간을 궁금해하고 일부러 발걸음해 주시는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오늘도 힘을 얻어요.

“엘플 멤버들은 뭐 하나 하더라도 대충이 없습니다.”라는 SNS 게시글 속 한 문장을 보며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어요. 정성과 성실로 일구어가는 이곳이 앞으로 어떤 곳으로 자리잡길 바라시나요?

거창한 포부는 없어요. 다만 지금처럼 재미있게, 지치지 않는 꾸준한 마음으로 엘플을 운영해 나가는 것이 멤버들이 바라는 전부입니다. 저희가 재미있게 즐긴다면 이곳을 찾는 분들도 덩달아 즐거우시리라 믿어요.

 

 

윤이정 기자

자료 제공 elephant flying

장소
엘리펀트플라잉
주소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21-8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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