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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0

이 디저트의 번호는?

이색 디저트의 향연, '포포민즈낫띵'
'맛있고 보기에도 좋은' 디저트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행선지는 어디인가. 디저트 격전지 마포구의 뒤를 이을 성동구로 눈을 돌려보자. 곧 터질 듯한 단추를 외면한 채 "디저트 들어갈 배는 따로 있어!" 외치는 디저트 덕후에게 실패란 없다. 오감을 만족시킬 디저트를 꿰고 있는 디저트 덕후라면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한 곳. 파티세리 '포포민즈낫띵(44 MEANS NOTHING)'이 새롭고 독특한 디저트로 차분히 시작을 알렸다.
포포민즈낫띵 내부. © kyung roh

 

파티시에 아내와 디자이너 남편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파티세리 포포민즈낫띵은 오픈 후 한 달을 바라보는 시점임에도 이미 입소문을 타고 있는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맛과 멋’을 모두 잡고 싶어 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취향에 딱 맞는 색을 지녔기 때문.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인 것은 부부의 따뜻하고도 단단한 진심이었다. 처음 진행하는 인터뷰에 긴장하는 모습도 잠시, 디저트에 대한 사랑을 담뿍 담아 전하는 이야기가 매우 향긋했다.

 

 

Interview with 포포민즈낫띵

임다솜, 임대환 부부

 

가토(gateau) 패키지. © 포포민즈낫띵

 

‘포포민즈낫띵’의 의미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 다솜 정말 많은 분들께서 물어보세요. 다만, 매장에서 설명드리기에는 짧지 않은 내용이라 늘 아쉬움이 있었는데 인터뷰를 통해 들려드릴 수 있어 기쁘네요. 제가 남편과 교제 중이던 시절, 남편이 숫자 ‘44’가 담긴 이미지를 모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신기하게만 생각했는데 저도 점차 44의 매력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웃음)

 

– 대환 제 생일이 4월 4일입니다. 어릴 때는 생일을 말하는 게 조금 꺼려졌어요.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4’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잖아요. 다행히 차츰 자라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깨지고 4가 저를 따라다닌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44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부터 모아온 사진들을 토대로 재작년에는 아카이빙 계정까지 만들었어요. ‘44 MEANS NOTHING’ 문구도 자연스럽게 탄생한 거예요. 아무 뜻이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숫자를 사랑하는, 역설적인 모습과 약간의 풍자적인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공간의 통일된 분위기를 위해 트레이부터 조명, 좌석까지 제작 가구로 내부를 채웠다. © kyung roh

 

포포민즈낫띵도 아카이빙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다솜 그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파티시에가 어릴 적부터 꿈이었는데 베이킹을 취미로만 이어오고 있었거든요. 더 늦기 전에 꼭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공간을 열게 되었는데요. 앞서 말한 역설적인 문구가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디저트를 만들고자 하는 제 신념과도 닮아있더라고요. ‘44’가 확실히 출발점이네요.

 

현재 판매 중인 가토 라인업. 25번도 추가되었다. © 포포민즈낫띵

 

메뉴명이 이름이 아닌 숫자예요.

– 다솜 이름 대신 번호(숫자)를 매긴 가장 큰 이유는 카테고라이징 때문이에요. 회사 생활을 오래 해서인지 체계화되어있고 잘 분류되어 있는 것을 선호하거든요. 디저트에도 그런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브랜드명과도 일치하는 면이 있어 재미를 줄 수 있고요. 또 디저트 이름에 대한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랄까. (웃음) 물론 디저트 맛과 종류에 따른 나름의 분류 체계가 있답니다.

 

최근 출시한 25번 가토. 크림을 직접 파이핑 하는 방식으로, 각각의 형태가 조금씩 다른 점이 특징. © 포포민즈낫띵

 

메뉴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요?

– 다솜 무엇보다 재료 선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철에만 맛볼 수 있거나, 독특한 조합이거나,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재료인지 생각해요. 누데이크 R&D 팀에 있을 당시 다양한 재료를 다뤄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다만 맛과 디자인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일은 늘 고민이자 숙제인 것 같아요. 정해둔 디자인대로 작업을 진행하면 원하는 맛을 다 구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수정을 거듭하게 돼요. 쇼케이스에 진열되는 메뉴들의 베이스, 맛, 색감이 겹치지 않도록 다양하게 구성하는 일도 중요하고요.

 

디저트를 만든 의도가 담긴 메뉴 카드 © 포포민즈낫띵

 

메뉴마다 만든 의도를 담은 ‘메뉴 카드’가 있네요. 메뉴 카드에 대한 반응은 어때요?

– 다솜 다행히도 흥미롭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개개인의 입맛은 천지차이라 모두의 입맛에 맞는 디저트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산딸기 꿀리를 넣어 새콤한 맛을 추가했습니다.’ ‘넛맥을 갈아 올려 스파이시하게 마무리하였습니다.’라고 파티시에의 의도를 알려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앗! 왜 이렇게 새콤해!” 하시지 않도록요. 사실 제가 산미가 강한 음식을 잘 먹지 못해서 엄청나게 신맛의 디저트는 없으니 안심하세요. (웃음)

 

휘낭시에와 파운드케이크도 만나볼 수 있다. © 포포민즈낫띵
커피 메뉴 외 다양한 차와 디저트의 페어링도 가능하다. 차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세심한 추천을 받을 수 있을 것. © 포포민즈낫띵

 

곧 오픈 한 달 차가 되네요. 오픈 전 목표한 바와 크게 다른 부분은 없나요?

– 다솜 미흡한 점도, 개선 중에 있는 점도 많지만 목표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우리 다운 브랜드’였어요. 그래서 화려한 무드나 유행하는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고 간결하고 미니멀한 브랜딩을 택했습니다. 컨셉츄얼한 브랜드에 비해 화제가 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결국엔 맛으로 인정을 받고 싶어요. 천천히 순항 중이라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다양한 디저트를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직 못 보여드린 디저트가 많아 매일 안절부절 하고 있습니다. (웃음)

 

– 대환 오픈을 준비하면서 저희 브랜드의 가장 큰 무기는 파티시에와 디자이너의 조합이라고 생각했어요. 맛있는 파티세리는 물론이고 공간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도 힘쓴 브랜드로 알려지는 일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나중에는 많은 분들이 포포민즈낫띵의 디저트와 공간, 공간에 흐르는 음악까지도 하나의 브랜드로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서로 취향이 달라 브랜드 준비 과정 초기에 기준을 정하는 일이 어려웠다고 말하는 부부의 얼굴에는 어쩐지 웃음이 가득했다. 메뉴 추천을 부탁했을 때, 다른 메뉴를 택할 만큼 입맛도 다른 두 사람. 그럼에도 일에 대한 애정은 같은 모양이라 머무르는 공기마저 부드러웠다. 언젠가 이들이 짠! 하고 44번 메뉴를 세상에 내놓을 순간이 기다려진다. 

 

 

김가인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포포민즈낫띵, kyung roh

장소
포포민즈낫띵
주소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10길 8
김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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