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2

원목 가구의 따스함을 마시며

경주 외곽의 오크냅퍼니처 쇼룸 겸 카페
경주시 외동읍 방어리. 나지막한 산을 배경으로, 푸르른 수목과 굽이치는 길이 느긋한 풍경을 이루는 곳. 방치된 교회를 손수 다듬어 공간을 꾸린 사람들이 있다. 목공을 업으로 삼은 ‘허웅’과 ‘김철웅’ 대표가 합심해 결성한 팀인 ‘오크냅퍼니처’의 구성원이다.
©OAKNAP

 

도심을 벗어나 자연의 정취를 느끼고 싶었던 오크냅퍼니처는 한적한 동네로 작업실을 옮겼다. “우연히 마을 이장님의 소개로 알게 된 곳인데 보자마자 ‘여기다’ 싶었죠. 오크냅퍼니처 식구들과 꼬박 1년을 매달려 손 본 공간이에요.” 오크냅퍼니처 일원은 오래된 건물의 벽체를 허물어 창과 문을 내고 공방과 휴식 공간으로 사용했다. “창 너머 노을 지는 하늘을 마주할 때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셔요. 문밖을 나서면 탁 트인 들녘이 펼쳐져 계절의 변화가 오롯이 느껴지고요.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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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냅퍼니처는 천연 소재로 지속 가능한 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장식적인 요소보다 기능에 집중한다. 오랜 시간 사용자가 애착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저희는 항상 10년 이상을 내다보며 누군가의 집에 가구가 놓였을 때를 상상해요. 쉽게 질리지 않는지, 군더더기는 없는지, 만듦새는 견고한지 살피며 작업합니다.”

자재 수급 역시 폐목이 된 고재(古材)를 활용하려고 애쓴다. 철거된 한옥의 목재를 재가공해 선반장을 만들기도 했다. “지인이 불국사 인근 주택을 철거하게 돼서 저희에게 연락을 주셨어요. 수십 년 동안 집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 구조재가 버려진다고 생각하니 무척 아쉽더라고요. 목수 입장에서는 여전히 훌륭한 재료니까요. 변색된 나무 표면과 얼룩을 대패로 걷어내고 여러 차례 가공을 거쳐 ‘오트 선반장’이라는 가구를 제작했습니다. 폐기될 위기에 처한 목재를 새로운 가구로 재탄생 시키는 과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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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시중의 목가구 원료는 수입한 어린나무인데요. 다 자라지도 않은 나무를 벌목해서 국내로 들여오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산림이 파괴되겠습니까. 안타까운 일이죠. 그렇다고 저희가 친환경에 중점을 둔 브랜드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현실적으로 폐기된 나무만 활용하기에는 자재 수급에 어려움이 있으니까요. 다만 기회를 틈틈이 찾아보면서 환경에 이로운 방향으로 작업하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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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냅퍼니처는 나무의 고유한 특성을 가구에 그대로 노출한다.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나무의 결, 나뭇가지가 자란 흔적인 옹이, 나무가 자라며 갈라진 부분까지 활용한다. “옹이 자국이 있거나 흠집이 있는 목재는 대부분의 업체가 기피하죠. 두께도 고르지 않고 상판을 제작할 때 단차가 있어서 가구 제작 공정이 까다롭거든요. 미감이 좋지 않다는 인식도 있고요. 아마 갈라진 틈으로 이물질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 사용감이 불편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꺼리는 소재도 근사한 가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오크냅퍼니처를 찾아 주시는 분들도 저희 가구만의 특징을 잘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고요.”

 

1층은 작업실로 이용하고, 2층은 쇼룸 겸 카페인 ‘오크냅퍼니처 쇼룸 & 러스틱 커피’를 운영 중이다. ©OAKNAP

 

지난 9월, 오크냅퍼니처 팀원만 이용하던 2층을 카페 겸 쇼룸으로 새 단장했다. 직접 제작한 가구와 소품으로 채운 공간인 오크냅퍼니처 쇼룸 & 러스틱 커피다. “원목 가구는 만져 보고 피부에 닿는 촉감을 느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고객들로부터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던 제품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요청을 받기도 했고요. 카페에서 저희 가구를 경험하며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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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오픈하면서 브랜드 운영에도 변화가 생겼다. “목가구 제작을 담당하는 팀원과 브랜딩 담당자, 그리고 러스틱 커피 바리스타까지 팀원 포지션을 세분화했어요. 건물을 이전보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게 됐고요. 대부분의 방문객이 목공방과 카페를 동시에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오셔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최대한 쾌적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해요. 일반적인 카페와 달리, 1층에서 저희가 가구를 만들기 때문에 톱밥이 흩날리거나 마감재 냄새가 날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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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냅퍼니처의 향후 계획은 직접 만든 가구를 더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다. “다음 프로젝트로 스테이하우스 운영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러스틱 커피에서는 방문객이 일반적인 카페나 쇼룸보다 비교적 더 긴 시간 머물 수 있지만, 가구를 하루 이상 경험해 봐야 진정한 매력을 느끼실 거예요. 목공이 좋아서 목수가 되었듯, 더 많은 이들에게 나무가 지닌 포근한 온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김세음

자료 협조 오크냅퍼니처

장소
러스틱커피 (경북 경주시 외동읍 영지로 447-26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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