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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자일리톨 껌을 닮은 소파?

'윌크스 모듈러 소파 그룹' 재출시
최근 몇 년간 해외 가구 업계에서 눈에 띄는 동향이 있다. 바로 과거 디자인에 대한 리이슈다. 여기서 '리이슈'란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되다가 단종된 제품에 대한 생산 재개를 뜻한다. 업체에서 이런 수고를 감수하는 이유는 단 하나, 오늘날 소비자의 마음을 뒤흔들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윌크스 모듈러 소파 그룹'의 2인용 소파 버전. Courtesy of INNOVAD
일인용 암체어 버전. 둥근 모서리의 등받이, 시트, 팔걸이가 특징이다. Courtesy of INNOVAD
1인용부터 6인용까지 선택할 수 있는 모듈러 시스템이다. Courtesy of INNOVAD

 

최근 리이슈가 가장 활발히 행해지고 있는 것들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걸쳐 탄생한 것들. 가구계에 포스트 모던 디자인이 태동하던 시기다. 포스트 모던 가구는 이전 모더니스트들이 보여준 디자인적 엄격함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유희적인 스타일을 추구했다. 인체공학적 디자인, 사용자의 취향과 환경에 따라 쉽게 변형할 수 있는 모듈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며, 그런 면에서 다양성은 최대의 화두였다.

 

최근 리이슈된 대표적 디자인으로는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펠리니에서 2016년 재출시한 조에 콜롬보 ‘튜브 체어’ (1969년), 지난 해 B & B 이탈리아에서 리이슈화한 마리오 벨리니‘카멜레온다’ (1970년) 소파가 있다. 대부분의 디자인은 과거에 아쉬웠던 장치를 기술적으로 살짝 업데이트하거나 부품을 최신 것으로 교체하기 마련이다.

 

테이블 유닛을 옵션으로 추가한 3인용 소파. Courtesy of INNOVAD
특유의 간결함과 우아함이 뒷모습, 옆모습에서도 이어진다. Courtesy of INNOVAD

 

그런 면에서 올해 미국의 가구 브랜드 허먼 밀러에서 재출시한 ‘윌크스 모듈러 소파 그룹(Wilkes Modular Sofa Group)’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놀랍게도 그런 보완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1976년에 첫 선을 보인 이 의자는 미국에서 치클렛 껌(국내로 치면 자일리톨 껌)의 형태를 닮아서 당시 ‘치클렛(Chiclet)’이란 별명으로도 알려졌다. 모서리가 둥글게 처리된 사각 쿠션으로 등받이와 시트, 팔걸이까지 소화하는 이 소파는 그 솔직한 디자인 때문에 한 번 보면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더 놀라운 점은 이것이 모듈러 시스템이라는 점.

 

암체어의 모습. 105도 각도로 기운 시트와 등받이가 편안함을 보장한다. Courtesy of INNOVAD (좌) /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영국 디자이너, 레이 윌크스. Courtesy of INNOVAD (우)

 

당시 이 소파를 디자인한 레이 윌크스에 대해서는 의외로 많이 알려진 바가 없다. 한창 활동하던 시기의 이력을 보면 직접 디자인을 하기 보다는 디자인 컨설턴트로서 활약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세계가 자못 궁금해지는 이유는 ‘윌크스 모듈러 소파 그룹’의 순수한 아우라가 결코 우연에서 나온 것은 아니리란 확신 때문이다.

 

마하람의 울 소재 Nico Zing 013으로 마감된 3인용 소파 버전. Courtesy of INNOVAD
마하람의 울 소재 컬렉션 Nico를 입힌 다양한 버전. Courtesy of INNOVAD

 

그 소파는 우레탄 폼을 주입하여 형태를 만드는 당시의 최신 기술에 대한 관심에서 탄생했다. 레이 윌크스는 허먼 밀러의 공장에서 관련 기계 주변을 맴돌았고, 결과적으로 그것을 통해 모서리가 둥글고 편안한 소파 제작이 가능해짐을 배웠다. 또한 사전 경험을 통해 우레탄 폼에 공기방울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 신박한 디자인 위에 당시 막 개발된 허먼 밀러의 양방향 스트레치 패브릭, 디자이너 알렉산더 지라드의 레인보우 컬러 팔레트가 입혀지면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아이코닉한 소파가 등장한 것.

 

양쪽 끝에 테이블 유닛을 추가한 4인용 소파 버전. Courtesy of INNOVAD
마하람 Nico 컬렉션의 Meditation 035 컬러. Courtesy of INNOVAD
원하는 부위에 팔걸이를 추가할 수도 있다. Courtesy of INNOVAD

 

그러나 이 소파의 장수 비결은 뛰어난 편안함이기도 하다. 소파의 시트와 등받이는 105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으며, 시트 하단의 스틸 브라켓은 등받이 섹션이 개별로 움직이게 역할 한다. 내구성이 뛰어나 움푹 패이거나 형태가 변형되는 일도 없다. 허먼 밀러의 문서 보관 담당자인 에이미 오셔맨(Amy Ausherman)은 재출시 되기도 전부터 빈티지 마켓에서 구입한 이 소파를 가리켜 자신의 집에서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디자인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울 소재이면서 살짝 펠트 느낌이 나는 마하람 Beck 컬렉션의 Buckram 007 컬러. Courtesy of INNOVAD
두 의자 사이에 추가한 테이블 모듈. Courtesy of INNOVAD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 옵션. Courtesy of INNOVAD

 

그 매력은 물론 암체어에서부터 6인용 소파, 혹은 필요한 곳에 테이블 유닛을 적용하며 변형할 수 있는 모듈 시스템에도 있다. 게다가 분위기를 일순간 밝고 따뜻하게 만드는 디자인은 일반 가정집의 거실은 물론, 사무실이나 공공 장소에서도 잘 어울린다. 올해 재출시된 디자인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충전을 위한 콘센트를 추가하거나, 패브릭 브랜드 마하람의 광범위한 색상 팔레트로 선보여 각기 다른 취향을 만족시킨다. 그럼에도 핵심적 요소는 45년 전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야말로 시대를 초월하는 클래식이다.

 

 

 

한예준

자료 협조 인노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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