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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6

커피로 하나되는 로스터리 광장

인크커피 가산이 제안하는 4가지 페르소나.
누군가는 그것이 기회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이 ‘기회’라고 말한다.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에 지난 9월 오픈한 ‘인크커피 가산 플래그십 스토어’의 시작이 그랬다. 사무실이나 업무를 위한 목적이 아닌 이상 방문할 일이 없었던 이 지역은 인크커피가 오픈한 후 일부러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가산디지털단지는 사무실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지식산업단지가 가진 밀집도 이외에는 문화적인 콘텐츠도, 굳이 찾을 이유도 없었던 곳이다. 낮에는 북적대지만 밤이나 주말에는 텅텅 비는 풍경은 어쩌면 당연했다.
대로변에서 보이는 인크커피 사이니지. 로스터리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크커피의 슬로건인 ‘Take the ORIGIN’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인크커피 가산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선 부지는 원래 조명 부품을 만들던 공장이 있었다. 공간디자인 스튜디오 라보토리는 이곳에 신축을 더해 1983m2(약 600평) 규모의 대형 로스터리 카페를 만들어냈다. 브랜딩과 콘셉트 기획, 공간 기획과 프로그래밍까지 맡은 라보토리는 특히 인크커피의 3호점이자 플래그십 스토어로 자리매김할 이곳에 ‘밀도 있게 정제된’ 디자인을 선보였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흔치 않은 대형 카페인데다, 구축과 증축, 신축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뒤섞인 변주는 그야말로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기도 했다.

 

인근은 본래 사무실용 건물과 직장인이 많아 유동인구 편차가 심한 지역이다.

 

디자이너가 무엇보다 주목한 것은 ‘커피의 콘텐츠화’와 ‘자신만의 커피’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니즈였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은 새로운 기회가 된 셈이다. 인크커피 공간의 주된 테마는 커피를 통한 문화적 교감이 이루어지는 ‘광장’이다. 커피를 매개로 한 다양한 경험과 교감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플로우를 이해하고 보니 가산 플래그십 스토어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서클 라운지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인크커피 가산 플래그십 스토어의 시그니처가 된 서클 라운지. 커피를 통한 문화적 교감이 이루어지는 광장을 상징한다.

 

SNS 상에서 이미 포토 스폿으로 자리 잡은 서클 라운지는 신축의 결과다. 라보토리는 전체 건물의 조도와 빛의 강도, 계절의 변화, 구축의 톤&매너 등을 고려해 이곳을 설계했다. 그렇게 어두운 톤의 벽돌, 세로축의 방향성을 강조한 축조, (입구 시선에서 바라본) 밝은 채광의 좌석 섹션과 대형 로스터리가 들어선 섹션 등의 기획이 켜켜이 쌓여갔다.

 

루프톱을 포함해 총 4층에 이르는 라운지는 ‘삭막한 도심에 삶의 활력을 주는 가드닝’을 더해 빽빽한 건물로 둘러싸인 주변 경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도심 속 정원’을 완성했다. 라운지를 구성하는 수목은 계절에 따라 다른 식재로 매번 다른 풍경을 선사하게 된다. 방문자들은 광장을 상징하는 서클 라운지를 중심으로 내·외부를 유영하며 다양한 변화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라보토리는 이를 통해 문화적 교감을 나누며, 커피를 매개로 한 문화와 콘텐츠를 향유하는 유무형의 광장을 형성하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서클 라운지를 둘러싼 수공간. 방문객은 외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경험하게 된다.

 

가산 플래그십 스토어는 구축과 신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한 기획이 인크커피의 브랜딩 자체를 돋보이게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기존의 낮은 층고를 보완한 과감한 슬라브 철거, 입구에서 보이는 천정을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다변화한 연출, 1층에 위치한 바에까지 이르는 동선의 여유가 그렇다. 바 앞에 위치한 보는 철거하는 대신 오브젝트처럼 보이도록 의도했고 자연스럽게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했다. 또한 내부는 외관의 벽돌이 주는 따스함과 대비되는 스테인리스 재질을 활용해 착시 효과와 확장성을 더욱 강조했는데, 다소 이질적인 재료의 대비와 층과 공간마다 다르게 연출한 시퀀스는 건물 전체를 하나의 언어, 메시지로 귀결시킨다.

 

입구에서 바라본 1층 바. 메뉴 선택과 구매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우측에는 로스터리가 위치해 있으며 바에 이르는 긴 동선에는 보와 의자, 브랜드 굿즈 등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로스터리는 3층까지 과감하게 트고 배관도 기존의 배관 형태가 아닌, 새로운 디자인을 고려했다.
벽돌을 주된 소재로 삼되 석재와 스테인리스 등을 적절히 활용해 구축에는 활기를, 신축에는 자연스러움을 주었다.

 

인크커피 가산 플래그십 스토어는 공간이 브랜딩을 아우르며 어떻게 아이덴티티를 강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방식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라보토리가 인크커피 브랜딩 단계에서 ‘4가지의 페르소나’를 지정하고 그들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어간 접근 방식 또한 쉽고 명확했다. 누군가는 출근길에 들르고, 누군가는 이곳을 일부러 누리고 싶어 방문하고, 또 누군가는 커피를 맛보기 위해 온다. 기존에 이 지역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방문객, 또는 당연히 여겼던 한산했던 시간의 간극은 인크커피를 통해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2층의 일부. 다양한 사용성을 고려해 그에 맞는 가구를 배치했다.
스페셜티 바를 중심으로 구성된 3층. 10명의 손님만이 마실 수 있어 대기줄을 서야 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상의 재해석을 통해 빛과 공간이 주는 감정과 경험의 변화, 이를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이 인크커피다’라는 라보토리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기회는 어디에나 있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시끄러워 우리를 기억하게 만들 기회도 없다. 그러기에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알도록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지금껏 랜드마크가 된 장소나 사람을 끌어들이는 지역은 없던 기회를 발견하고 새롭게 만들어낸 가능성의 결과다. 그 진리는 지금도 언제나, 어디서나 유효하다.

 

 

Project Info.

총괄 디렉팅 & 공간 디자인 라보토리
브랜딩 디자인 LBTR graphics
사진 ©최용준

 

 

오상희

자료 협조 인크커피

장소
인크커피 가산점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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