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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9

영도의 바다를 마주한 방주, 피아크

활기를 불어넣는 뉴 핫플레이스 등장!
투자 금액 약 550억 원, 대지 면적 약 3,000평에 달하는 건물이 부산 영도에 들어섰다. 올해 5월, 오륙도와 부산항이 넓게 펼쳐진 카페를 사전 오픈하며 지역의 랜드마크가 된 곳의 이름은 ‘피아크(P.ARK)’. 압도적인 규모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조명 브랜드 아르떼미데(Artemide) 무드등, 프랑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드비알레(DEVIALET) 스피커 등 곳곳에 배치된 값비싼 물건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곳의 정체는 전시와 페스티벌, 행사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는 복합문화공간. ‘피아크’라는 이름 역시 ‘플랫폼(Platform)’의 첫 글자 ‘피(P)’와, 방주를 뜻하는 ‘아크(Ark)’를 합쳐 만든 것이다.

침체된 고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공간

 

'피아크' 외부 전경 Ⓒ권보준

 

‘피아크’를 세운 건 부산의 수리선박회사 ‘제일SR그룹’이다. 선박을 수리하던 회사가 갑자기 문화 산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역 이해에 기반한 관광 산업이 수익 창출로 이어짐을 알고 있었다. 영도 조선업의 침체는 부동산 시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대규모 부지를 매입할 수 있게 된 제일SR그룹은 영도를 상징할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기로 한다. 부지를 쪼개 임대를 하기보다 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공간을 만든다면 기업 이윤은 물론 지역 발전을 기대할 수 있으리란 판단 때문이었다. 2018년, 현 ‘피아크’ 부지 옆으로 자사 건물을 이전하며 만든 카페 ‘비토닉’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것도 판단 근거 중 하나였다.

 

 

‘어반플레이’가 공간 기획을 맡다

 

‘피아크’ 내부 전경 Ⓒ권보준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에 콘텐츠를 채워 넣기 위해선 전문가의 내공이 필요했다. ‘제일SR그룹’은 연남동에 위치한 크리에이터들의 라운지 ‘연남장’, 한국 식음료 상점 ‘연남방앗간’ 등을 선보이며 기획력을 증명한 ‘어반플레이’와 손을 잡았다. 자체 브랜드 및 크리에이터와 같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수많은 프로젝트를 전개해 온 ‘어반플레이’에게도 ‘피아크’는 결코 만만한 사업이 아니었다. 이들은 소규모 프로젝트를 마을 단위로 확장하는 일명 빌리지Village 콘셉트의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피아크’는 그중 최대 규모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공간의 규모가 크다는 것은 협력해야 할 사람이 많아짐을 뜻했다. 설계는 ‘에이포인트’가, 실내 인테리어는 ‘정초이웍스’가 맡았다. 실내외 조경은 플랜테리어 스튜디오 ‘마초의 사춘기’가 담당했다.

 

 

세대·특성 불문 즐기기 좋아!

 

 

‘피아크’라는 이름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피아크(P.ARK)’를 알파벳 그대로 읽으면 ‘파크(PARK)’, 즉 공원이 된다. 모든 사람에게 열린 공간이 되고자 한 의도를 반영해 지은 이름이다. 따라서 과도하게 세련되거나 소위 ‘힙’한 콘텐츠 기획은 지양했다. 대신 영도의 풍경은 소비자의 세대와 특성을 불문하고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통유리창으로 이뤄진 3·4층 카페에 들어서면 배 떠 있는 부산항과 오륙도, 부산의 많은 섬이 중첩되어 보인다. 중정으로부터 카페까지 이어지는 계단형 좌석에 앉으면 앉은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시야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공간 중앙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모습은 흡사 회화나 사진 작품 같기도 하다.

 

 

1층 : 방주의 엔진처럼 돌아가는 ‘브래드 팩토리’

 

'피아크' 1층 브래드 팩토리 Ⓒ권보준

 

‘피아크’의 1층 땅은 약 400여 대의 차를 댈 수 있는 주차 공간이다. 건물에서 가장 많은 수익이 발생하는 노른자 땅을 주차 공간으로 두는 것은 이례적인 일. 기회비용을 따졌을 때 아쉽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는 경험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다운 답을 내놓는다. “차에서 만끽하는 햇살과 바다 풍경이 좋더라고요. 여기를 자동차 극장으로 활용해 볼 생각도 있죠” 건물의 1층은 빵과 커피를 제조하는 생산 시설로 운영 중이다. 서른 명 남짓한 제빵사가 커다란 기계와 바삐 일한다. 노릇하게 구워진 빵을 보고 배고파진 이들을 위한 팝업스토어도 있다.

 

 

2층 : 실내보다 넓은 650평 오션 가든, 컬처 라운지

 

'피아크' 2층 컬처 라운지. 뒤로 보이는 석양이 아름답다 Ⓒ권보준

 

2층에는 ‘컬처 라운지(Culture Lounge)’라 이름 지은 다목적 홀이 있다. 짠 냄새가 날 정도로 바다와 닿아 있는 이곳, 오션 가든(Ocean Garden)에서는 기획 전시나 마켓, 행사 등을 진행한다. 인조 잔디 깔린 넓은 부지 위에서는 ‘피아크’가 대여하는 피크닉 매트 위에서 희희낙락할 수도 있다. 이어지는 공간인 백 가든(Back Garden)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펫존(Pet Zone)이 조성될 예정이다. ‘피아크’의 넓은 대지를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3, 4층 : 바다를 조망하는 피아크 카페 & 베이커리

 

‘피아크’ 3&4층 카페 앤 베이커리 Ⓒ권보준

 

계단형 좌석을 통해 이어진 3층과 4층은 ‘피아크’의 중심부다. 이곳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뺏은 바다 조망의 카페가 있다. 공간의 상업성을 고려하면 카페는 사람들의 동선이 가장 많은 건물 초입에 위치해야 했다. 하지만 ‘어반플레이’의 생각은 달랐다. “‘피아크’에서 커피 한 잔 먹지 않고 가는 건 정말 독한 사람이라는 뜻이죠.” 홍주석 대표가 웃으며 말한다. 층을 높인 카페에서는 바다와 육지, 구도심과 신도심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다. 카페 공간에는 ‘피아크’가 입소문을 타는 데 일조한 아르떼미데 조명, 드비알레 스피커 등 값비싼 물건이 곳곳에 작품처럼 놓여 있다. 카페의 가구는 영도 섬의 대표 자원인 돌에서 영감을 얻어 석재, 철제, 대리석 등으로 만들어졌다. 아직 미완성인 ‘피아크’의 5층과 6층은 레스토랑, 펍과 같은 F&B 산업으로 채워 넣고자 기업과 협의 중이다.

 

 

‘흐르는’ 콘텐츠,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피아크' 개관 전시 전경 Ⓒ권보준

 

‘어반플레이’는 전시를 기획하는 자사 브랜드 ‘캐비넷클럽’과 협업해 <텍스쳐 하우스(TEXTURE HOUSE)>라는 개관전을 개최했다. 영도라는 문화예술 변방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였다. 이외에도 가구 브랜드인 ‘빌라레코드’와 스니커즈 브랜드 ‘마더그라운드’의 팝업스토어, 콘텐츠 그룹 ‘재주상회’와의 협업 등 공간을 다채롭게 구성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해 왔다. 11월부터는 제네시스 쇼룸 전시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12월부터는 포르쉐의 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다.

 

 

부산의 랜드마크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항구 불빛과 함께 빛나는 '피아크' 야간 전경 Ⓒ권보준

 

‘어반플레이’의 홍주석 대표는 “현재 ‘피아크’의 콘텐츠는 완벽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정식 개관 전부터 화제가 된 공간이기에 불만족스러운 면면이 있을 수밖에 없을 터. 이들은 끊임없이 소비자의 요구와 선호를 분석하며 유연하게 콘텐츠를 바꿔 나간다. 이렇게 기획하는 콘텐츠의 대표 키워드는 ‘동시대의 라이프스타일’. 동시대 사람들의 취향과 수요는 제각기 달라 상설 진행하는 것과, 상시 변경할 수 있는 콘텐츠의 조합을 고려해 다양한 모델을 제시한다. “공간의 100년 역사는 그 자체로 경쟁력이 있어요. 하지만 신생 공간의 경우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해야 해요.” 이에 더해 ‘피아크’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 소회로 “임대에 용이한 건물을 짓기보다, 지역을 이해한 건물 기획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영도, 나아가 부산의 랜드마크가 되고자 야심 차게 깃대 뽑은 ‘피아크’의 행보를 기대한다.

 

 
설계 주체 제일SR그룹
건축 설계 에이포인트, 제이엠와이아키텍츠
공간 및 콘텐츠 기획 어반플레이
실내 인테리어 정초이웍스
실내 조경 마초의사춘기

 

 

 

 신은별

자료 협조 어반플레이

장소
피아크 (부산 영도구 해양로195번길)
링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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