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화를 품은 주얼리

대학 동기 세 분이 함께 브랜드를 론칭하셨다고요.

금속공예와 산업디자인 전공한 저희 3명은 창업에 관심이 많고, 한국의 문화와 스토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여러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저희가 잘하고,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분야인 금속공예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업 초기에 정부 지원 창업 프로그램에서 받은 것이 조금 더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계기였던 것 같네요.

놀이 시리즈 ©스튜디오 오후

한국의 문화와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요?

한국이기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웃음)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루하다고 느끼는 것도 안타까웠고요.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풀어낸다면 충분히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한국적인 것이 관광상품으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닌,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만 있다면요.

<놀면뭐하니>에서 유재석(유야호) 님이 스튜디오 오후의 ‘명사 갓 브로치’를 착용해 화제가 되었어요.

해당 브로치는 곽재식 작가님의 ‘한국괴물백과’에서 영감을 얻은 제품입니다. 작가님이 11년간 수집하신 우리나라의 다양하고 신비한 이야기 중 ‘명사’에 매료되어, 그 이야기를 브로치에 담아내었습니다. 2020년 우수 문화 상품 ‘K-RIBBON’에 선정되고, 저희를 알리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제품이라 많은 애정이 가는 아이템 중 하나예요.

삼국유사 중 망덕사 승려 선율이 저승에 갔다 돌아오는 대목에서 ‘명사’가 등장해요. 명사는 저승사자나 저승을 관장하는 높은 관리라는 뜻입니다. 저승에서 죽은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스스로 판단하에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점이 재미있었어요. 선비의 고고한 품격이 느껴지는 갓 형태에 반짝이는 실버 체인으로 유려하게 흔들리는 갓 줄을 장식한 개성 있는 주얼리입니다.

민화 시리즈 ©스튜디오 오후

전통과 관련된 다양한 테마를 주제로 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어요.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1st collection_Korean folk painting – 민화. 오후의 첫 시리즈인 행운과 복을 담은 민화 시리즈는 과거 대중적인 미술 그림이자 무명의 화가들이 그린 민화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호랑이, 까치 등 민화 속 복을 담은 상징물을 주얼리에 담아 주얼리 착용자에게 행운과 복이 가득하길 기원하며 제작하였습니다.

2nd collection_Korean folk tale [from mouth to mouth] – 설화. 한국의 설화, 신비로운 이야기들에 영감을 얻고 제작한 한국적인 판타지 주얼리 시리즈입니다. 저승사자 이야기를 담은 ‘갓 주얼리’, 도깨비불의 모습을 형상화한 ‘도깨비불 반지&링 귀걸이’, 인어 이야기를 담은 주얼리 등 잘 알려진 신비한 이야기를 주얼리로 풀어보았습니다.

6th collection_[한국의 놀이 Korean folk game ‘Nori’_民俗演戱]. 2021 시리즈인 놀이는 한국의 전통 놀이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하였습니다. 오래전부터 놀이는 즐거움과 흥겨움을 동반한 가장 자유롭고 해방된 활동이었어요. 실뜨기, 연날리기, 투호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기억 혹은 과거 선조들이 즐긴 놀이를 주얼리에 담아냈습니다.

디자인부터 피니싱까지 모든 작업을 직접 하신다고 들었어요.

콘셉트를 잡는 것부터 시작해 디자인, 3D 모델링을 직접 하고 있습니다. 그 후 더 나은 퀄리티를 위해 30년 이상 경력을 가지신 피니싱 전문 사장님과 함께 공정을 거치죠. 여기서 끝내지 않고 한 번 더 저희 손을 거쳐 제품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려요. 예민한 금속 재질 특성으로 인해, 주물이나 피니싱에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 주얼리 공정 과정마다 일일이 검수를 해야 한다는 점이 조금 까다롭게 느껴지곤 합니다.

잔치 시리즈 ©스튜디오 오후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군요. 그 외 제품 제작 시, 중요하게 여기시는 부분은요?

한국 고유의 문화와 가치를 디자인에 담아 소비자에게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한국의 감성을 담았지만, 너무 올드하거나 식상하지 않게 표현하고자 신경 써요. 또한 제품명에도 한글의 아름다움이 묻어날 수 있도록 합니다. 늘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인의 삶에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고민해요.

3명이 함께 브랜드를 운영하는 만큼 디자인 영감도 다양한 곳에서 얻는다고요.

각자 관심 있는 책이나 전시를 보며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서 팀원들과 소통해요. 그렇게 정리된 주제를 관련 서적, 전시, 영상을 보면서 구체화합니다. 한국적인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것은 사실 부담스러운 일인 것도 같아요. 정확한 정보가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희의 롤모델인 양태오 디자이너님께서 ‘미래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전통과 과거에 대한 탐구를 절대 게을리할 수 없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희도 많이 찾아보고 공부하는 편입니다.

도전해 보고 싶은 작업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생각하는 한국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문화를 테이블 웨어 등 문화 상품으로 확장시킬 계획입니다. 현재 시제품 제작까지 마친 후 양산화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곧 만나 보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앞으로의 브랜드 운영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저희 브랜드를 알리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SNS 홍보 및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협찬과 콜라보를 통해 세계에 한국의 미가 전해지길 바랍니다.

글 서현숙

자료 협조 스튜디오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