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9

가을의 빛깔을 품은 갈대밭

엄윤나 작가의 한지문화산업센터 전시.
은은한 빛깔로 소박한 정취를 뿜는 갈대밭이 서울 북촌 한지문화산업센터에 깔렸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한지문화산업센터와 함께 10월을 맞아 준비한 기획전 <한지, 자연의 색을 담다>의 정경이다.

 

계절은 빛깔로 다가온다. 10월의 끝자락을 향해 가는 지금, 가을 햇살을 머금은 풍경과 사물들은 본디 색보다 한층 온기를 품어 따스한 미감으로 단장 중이다. 쌀쌀해진 바람은 연약한 갈대와 나뭇잎들을 흔들며 정겨운 마찰을 일으킨다. 그러한 가을의 모습은 한지의 따뜻한 미색과 닥나무 껍질이 혼합되어 엮어진 촉감, 종이가 스치며 내는 소란스러움과 닮아있다.

 

 

이번 전시는 계절감이 스민 한지를 활용해 갈대밭을 연출하여 가을의 정취를 가득 담은 풍경을 연출했다. 자연의 색감과 식물의 패턴이 교묘하게 디자인된 전주전통한지원의 종이를 사용해 지면 위로 솟은 풀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흡사 건초더미를 연상시키는 조명은 성일한지의 ‘티지’를 사용해 제작된 것으로, 자연의 빛깔과 얼룩이 어우러져 안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설원 같은 고요한 흰 빛깔은 겨울을 준비하는 가을의 끝자락의 모습을 품고 있다.

 

 

갈대밭 주변에 놓인 바구니는 엄윤나 작가의 ‘백미시리즈’이다. 작가는 섬유·한지를 기반으로 공예품을 제작하는 니스터(Knister)의 디자이너로, 한지의 색과 형태에 주목해 그 쓰임과 상징을 확장하고 실험하는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백미시리즈는 가는 지끈을 지그재그 미싱 방식으로 이어 태를 만드는 백골 작업으로 탄생한 작품으로, 작가의 손길이 오롯이 담긴 인고와 수련의 과정이다. 유려하고 유기적인 선의 흐름이 면의 질감으로 치환되는 순간, 한지라는 정적인 형태의 종이에 생명과 율동, 숨이 깃든다. 작품에 새겨진 시간의 겹은 작가만의 고유한 나이테를 남긴다.

 

 

갈색 작품은 한지에 물을 뿌려 겹겹이 붙이고, 스탠실 붓으로 두드려 섬유질을 뒤엉키게 해 점점 단단해지게 만드는 사물 탁본 작업으로 제작되었다. 그렇게 완성된 태는 사람의 의도를 따른 모습이 아닌, 물성이 이르고자 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흘러간 형태로 완성되어 “한지라는 재료는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라는 작가의 말을 증명한다.

 

 

노란 은행잎의 색, 익어가는 땅의 색, 깨끗하고 선선한 바람의 색이 한데 어우러진 가을의 정경은 11월 21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한지의 빛깔이 뿜어내는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한지문화센터 1층 한지마루 공간에서 한 폭에 담아보길 바란다.

 

 

 소원

진행 노슬기

자료 협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지문화산업센터

장소
한지문화산업센터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31-9)
일자
2021.10.21 - 202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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