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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프란츠는 미적으로 그리고 미학적으로 항상 도전적인 과제를 던지는 동시대의 작가로, 물질 이나 현상의 본질과 언어가 맺는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오고 있다. 작가에게 영감을 준 것은 그의 출발지가 된 스테판 말라르메의 상징 시 <주사위 던지기(Un coup de dés jamais n’abolira le hasard)>부터 미국의 실험적 시인 잭 스파이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환상 문학, 다다이즘 등이다. 작가는 전위적 시도의 연장선에서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진리를 마주하는 순간 경험하는 아름다움과 숭고의 체험을 끈질기게 표현해 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건 프란츠의 작품 세계의 변화를 연대기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공간의 배치를 통해 변화의 기저에서 반복되고 변주되는 규칙이나 모티프를 암시하도록 구성되었다. 1 전시실에서는 그의 조각과 설치, 퍼포먼스 작업을 소개한다. 작가의 출발점이라고 언급되는 ‘Untitled[nunbers](2010)’과 샴페인 병과 플라스틱 버킷, 공기 튜브로 이루어진 ‘bubbles(2012)’ 시리즈가 관객을 맞이한다.
말라르메의 형상시를 ‘숫자들의 별자리’로 치환한 드로잉 작품과 전시장 전체를 물방울 소리로 채우는 설치 작품은 그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진리의 신비성을 공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이 외에도 알루미늄 바게트 팬으로 만든 작품 ‘Not yet no longer [font](2012)’, 클리넥스 화장지를 이어 붙여 만든 ‘Diagram Painting #8 (Extremely Fragile)(2015)’ 등 주변의 사물들을 활용해 심오한 사유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작품들이 함께 한다.
2 전시실에서는 이건 프란츠의 추상 회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배경과 전경, 컬러와 형태가 상호작용하며 긴장이 흐르는 화면을 구성한다. 전시의 마지막이자 두 층을 잇는 보이드 구간의 벽면은 신작 8점과 근작 1점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또한 3 x 3의 배열로 설치된 마지막 회화들은 전시의 첫 작품인 ‘Untitled[nunbers](2010)’와 마주보도록 연출되어 이건 프란츠 연대기의 처음과 끝을 환기하고, 시대와 순서를 초월해 공명하는 작품들을 통해 진리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자료 협조 파운드리 서울
